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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책

"예스데이"

by 북앤라떼 2021. 7. 5.

예스 데이! 다음영화 (daum.net)

 

가족 영화 "예스 데이"

2021/코미디/가족

미국/전체관람가/86분

토요일이다. 저녁을 먹을 때 큰 아이가 함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서 패밀리 무비나잇을 제안했다. 우리는 영화의 제목처럼 흔쾌히 “ Yes”를 해 주었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신작 가족 코미디 영화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그들이 "예스"로 가득한 시간들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금은 세 아이를 둔 가정이 되었고 현재는 아이들의 요청에 "노우"가 많은 엄마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의 학교 parent-teacher conference에 가서 아이들이 숙제로 제출한 충격적인 비디오를 보게 된다. 영상 속에 엄마인 엘리슨(Jennifer Garner)은 히틀러이자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로 등장한다. 아이들이 자신을 그렇게 인식한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며 교실을 나온 앨리슨은 자신이 원래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억울한 생각을 한다. 반면 아빠 카를로스(Edgar Ramírez)의 경우는 회사에서 “bad guy”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에 오면 “fun dad”가 될 수 있었다. 앨리슨은 이처럼 공평하지 않은 일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학교의 직원이자 6명의 아이들의 아빠인 디콘씨는 그들에게 ‘예스 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언해 준다. 예스 데이는 24시간 동안 어떤 규칙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아이들의 요청에 무조건 "예스"로 응대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엄마들이 그렇게 되었을까?

아이들의 친구들이 놀러왔을때 옆에서 엿듣다 보면 "My Mom is mean"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겠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엄마들이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아마도 "노우"를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엄마들이 처음부터 노맨이었던것은 아니다. 앨리슨도 한때는 모든 것에 yes를 하는 적극적인 사람들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모든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고 자녀를 보호하며 키우다 보니 yes보다는 no를 말하는 상황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재미가 없었겠는가! 아이들은 우리 엄마가 설마~엄마는 절대로 예스 데이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엄마는 오기로라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할 일을 다 하면 보상으로 예스 데이를 보내자는 약속을 한다. 큰 딸 케이티는 엄마가 한 번이라도 '노우'를 하면 자신이 원하는 콘서트(Fleek Fest)에 친구들과 가는 것이고 엄마가 성공하면 케이티는 엄마랑 같이 가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생겼을 때 아이들은 자신의 일을 더 잘 수행한다.

드디어 예스 데이를 실행하는 날!

부모도 아이도 모두 핸드폰을 꺼 놓고 아이들이 만든 5가지의 리스트를 하나씩 해 나간다.

귀염둥이 막내는 엄마에게 그림물감으로 메이크업을 해 주고 엄마와 아빠를 위해 재미있는 의상을 골라 외출 준비를 한다.

첫 번째는 아침 식사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오고 한국말이 나와서 반가웠다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30분 안에 거대한 아이스크림 보트를 먹는 것에 성공하면 상품을 받는 세상 미련한 먹기 도전을 한다.

아이스크림을 다 끝내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아빠를 향해 웃는 우리 막내에게 딱 재밌는 영화다.

나도 어렸을 때 보통 '하드'라고 말하는 아이스크림을 양쪽 손에 쥐고 먹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원없이 먹어본 날도 있다. 스스로 먹기 싫어질 때까지. 그 정도는 엄마가 할 수 있도록 잔소리를 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언젠가 학교 가기 전에 아이스크림으로 아침을 먹겠다는 아들을 말리지 않았다.

창문을 내리고 자동차 자동 세차를 받으러 가고 풍선 던지기 베틀을 하며 놀이공원 매직 마운틴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아이들이 원하는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는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놀이공원에서 딸의 핸드폰 문자를 보고 화가 난 엄마는 '예스 데이'를 중단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인형 뽑기 게임에 도전하는데 함께 분홍색 고릴라 상품을 타기 위해 도전했던 여자와 몸싸움을 벌이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게 된다. (이런 매너 없이 mean~한 사람은 왜 꼭 아시아인으로 등장시킬까)

처음에는 재밌는듯했지만 부모가 경찰서에 있을 때 아들의 마지막 리스트인 "nerd party"로 집을 완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보면서 영화가 다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둥지를 벗어나고 싶고 엄마가 아닌 친구들과 콘서트에 가고 싶은 십대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면서 부모와의 언쟁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부모는 경찰서에 있고 아이 셋은 난장판~그런 해프닝과 해결하는 과정이 가족 드라마 레퍼토리 수순을 밟아서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R&B 싱어송라이터 H.E.R.을 직접 볼 수 있지만 ^^

내용이 빈약하긴 하지만 가족이 서로 웃고 울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가는 과정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이다. 그리하여 가족들이 "예스 데이"를 통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아름다운 결말을 받아들인다.

우리 집에는 안네마리 노르덴의“잔소리 없는 날”이라는 동화책이 있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에 귀찮은 푸셀이 ‘잔소리 없는 날’이라는 특별한 날을 허락받아서 평소 허락받지 못한 일들에 “예스”를 얻어서 실컷 자유를 누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도 방학이면 ‘잔소리 없는 날’을 시행하자고 했었고 몇 번 시도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나는 집안에서만 허락했다.

‘잔소리 없는 날’, ‘예스 데이’처럼 아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부모님의 통제(훈육이라 쓰고 아이들은 잔소리나 간섭으로 읽는다)를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은 시간을 꿈꾼다.

영화에서처럼 숙제(자신이 할 일)를 다 마치고 집안일을 돕는 등 잘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들에게 포상을 내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것이 '내 맘대로 다 하는 날'로 왜곡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날을 가끔은 선물해도 되지 않을까?

창문을 열고 세차를 하거나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은 현실감도 떨어져서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아침으로 아이스크림처럼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먹고 신나게 같이 땀 흘리며 놀아주고 가족놀이로 보내는 시간은 꼭 거창한 날을 잡지 않아도 하루 시간을 내면 언제든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Yes! Yes! Yes!

우리 아들에게 잔소리 없는 날 리스트 넘버원은 하기 싫어질 때까지 '이제 그만'없이 게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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