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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인생학교: 일 >

by 북앤라떼 2020. 9. 6.

 

인생 학교:일

로먼 크르즈나릭

인생 학교( The school of life)는 2008년에 영국 런던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강연과 토론, 멘토링,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었을 때 그가 ‘인생 학교’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저자도 2012년에 알랭 드 보통과 함께했다. 인생 학교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들, 균형 잡힌 인생을 위해서 고민하는 6가지 핵심 주제들인 일, 정신, 세상, 시간, 돈, 섹스에 관한 근원적 탐구와 철학적 사유를 제안한다. 이 책은 여섯 가지 주제 중에서 ‘일’이다.

작가이자 문화 사상가. 인생 학교 창립 멤버이자 교수인 로먼 크르즈나릭의 책이다. 그는 ‘일’에 관해 가르치고 있으며, UN을 비롯한 다수의 기관에 자문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할 필요악

마크 트웨인

일을 뜻하는 러시아어로 ‘보타 robota’는 노예를 뜻하는 '라브 rab'에서 유래한다. 라틴어 ‘라보르labor’는 고역이나 고생을 의미하며 프랑스어 ‘트라베유travail’는 고대 로마시대 고문에 사용된 3개의 말뚝을 뜻하는 트리팔리움tripalium에 기원을 둔다. 초기 기독교의 관점에서도 일은 일종의 ‘저주’다. 에덴동산에서 저지른 죄악에 대한 벌로 일용할 양식을 직접 땀 흘려 마련해야 했다.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이 고통받고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12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직업과 일의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은행원, 자정이 넘어서야 찌든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웨이트리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젊은 대학 졸업자들, 취준생까지 그들은 모두 천직을 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의 직업이 자신이 충만한 삶을 사는데 기여한 게 없다는 고통스러운 자각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직업을 바꾼다면 해결될까? 미국인들의 직업 만족도는 45%에 그친다. 직업에 대한 불안에 일조하는 것은 평생직장 개념의 실종이다.

그렇다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직업의 핵심요소는 무엇인가? 새로운 직업을 모색할 경우 어떤 방법으로 직업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선택해야 한다.

학교에서 선택하는 과목에서부터 교육은 우리를 특정한 직업군에 가두어 버린다. 십대에 평생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의미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그때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기다. 한번 선택한 전공을 따라서 성격이나 기대, 이상과 맞지 않아도 직업을 택하고 이미 늦었다고 어쩔 수 없이 평생을 사는 사람도 많다. 영국에 사는 아시아 출신 대졸자의 25%가 부모가 직업 선택의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고 그 외는 10%가 그렇게 답했다. 아시아 부모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24%의사, 19% 법조인, 14% 회계사를 선호했다. 모두 전문직이다.

 

융의 성격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BTI는 해마다 2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검사를 한다. 직업 지도 프로그램이나 입사시험에도 포함돼 있고 기업의 인사정책에도 거론될 정도다. MBTI는 외향 대 내향, 논리 대 감정 등으로 분리된 경향에 따라 사람의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검사 후 5주 후에 다시 재검사를 할 경우 지난번과 전혀 다른 유형이 나올 가능성이 약 50%나 되기에 심리학 전문가들의 비판을 30년 넘게 꾸준히 받고 있는 검사다. 가장 문제는 성격을 반드시 둘 중 하나에 속하는 상호 배타적인 유형으로 가정한다는 점이다. 그저 이 검사는 별자리 운세처럼 보기 좋게 요약해서 분석해 놓고 꾸준한 마케팅을 한 덕분에 대중화가 되었다고 한다. 백이면 백 제각기 다른 인간이 어떻게 16가지에 한정되겠는가? 그는 심리검사의 수백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직업을 직접 경험해보는 쪽이 직업을 찾는데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모든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벌은

‘평생 동안 아무 쓸모도 의미도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

이라고 했다.

#우리가 일하는 다섯 가지 이유

첫째 돈을 버는 것

둘째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셋째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

넷째 열정을 따르는 것

다섯째 재능을 활용하는 것

뭐니 뭐니 해도 돈이고 사람들이 돈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외적 보상이라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다. 18세가 철학자 루소는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 즉 명성에 대한 보편적인 욕망은 위험하기 그지없다"라는 말을 했다. 나에게 맞지 않고 성취감도 없는데 사회적 존경 때문에 일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주는 경고다. 지위가 아닌 존경이라면 또 다르다. 존경은 내 위치의 높고 낮음으로 얻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의 재능과 세상의 필요가 교차하는 곳에 당신의 천직이 있다"라고 말했다. 나의 재능은 세상의 필요와 어느 지점에서 교차하는가?

진정한 삶의 고수는 일과 놀이, 노동과 여가, 몸과 머리, 공부와 휴식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

#과감하게 직업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

페미니즘의 선구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는 1787년에 아일랜드의 부잣집 가정교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작가라는 고난의 길을 택했다. 당시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여성은 없었다. 고갱은 파리에서 주식 중개인이라는 직업으로 성공했지만 전업화가가 되었고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오르간 연주자와 신학자라는 빛나는 직업을 버리고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 열대 지방으로 건너가 나병 환자를 위해 병원을 세웠다.

그러나 변화에는 두려움과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직업을 바꿀 때는 첫 직업을 선택할 때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하는 철학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새롭게 배우거나 접하면서 새로운 적성을 하기도 하고 그런 것 자체가 직업 탐색이 된다. “가지치기 프로젝트”는 우리가 일을 하는 중에 저녁이나 주말을 통해 인생에 불꽃같은 활력을 줄 것들을 맛보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 위험하지 않으면서 나의 시간을 조금씩 할애하여 검사가 가능한 방법이다.

#나는 몰입한다,

고로 존재한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농부들과 함께 땅을 일구는 귀족 레빈의 모습에서 몰입이 어떤 것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낫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레빈은 긴 줄로 늘어선 풀도 베고 짧은 줄도 베었다. 힘차게 자란 풀도 베고 시들한 풀도 베었다. 그는 시간 감각을 잃어 지금이 늦은 시간인지 이른 시간인지 알 수 없었다. 풀을 베면 벨수록 망각의 순간을 더욱더 자주 느끼게 되었다. 그럴 때는 손이 낫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낫 자체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속박인가? 자유인가?

경제가 불안정한 때일수록 사람들은 안정한 직업을 선택한다.

“순간의 안전을 얻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자는 자유도 안전도 누릴 자격이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영국의 노동재단 조사에 따르면 직업의 만족도가 직장인은 17%, 자영업자는 47%였다. 역시 안정적인 속박보다는 자유인가?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인간의 본질은 새로운 경험에 있다"라고 말하며 방랑자이자 탐험가로 알래스카 야생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다.

미국 시인 윌리스 스티븐스 Wellace Stevens는 그의 책 <시선집>으로 1955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코네디컷 주의 어느 보험 회사에서 일하며 훗날 부사장까지 승진하는 월급쟁이였다. 그러나 그는 낮에는 변호사로 하는 일이 연극하는 기분이었고 퇴근 후에 시를 쓰는 일이 자신의 진짜 직업이라 느꼈다. 하지만 퓰리처상을 받고 하버드 대학 교수직 제안을 거절하고 계속 자신이 하던 보험회사 일을 하였다.

누구나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의 안정감과 성취감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런가 하면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Hanry David Thoreau)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오두막집을 짓고 농사로 생활을 하고 뒤를 이어 조 모딩후에즈(Joe Dominguez) 도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를 벗어나 캠핑용 벤으로 근검절약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지만 ^^ 자신의 행복을 어디에 두는가는 다 다르니까.

#찾는 게 아니라 키워나가는 것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

-알베르 카뮈

영혼이 담긴 일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열망이다.

책에서는 성취감을 주는 직업의 본질적인 요소를 의미, 몰입, 자유로 보았다.

천직은 ‘찾는 것’이 아니라 ‘키워나가는 것’이다.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고통이 적은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쉽지 않은 주제다. 오직 한 번의 인생을 사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의 가치 우선순위에 따라서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카르페디엠 Carpe Diem

그리스인 조르바를 생각한다.

자유로운 삶을 산 조르바처럼 열정적으로 춤추며 자신의 삶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누가 뭐래도 그는 현재를 즐긴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광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광기가 없으면 감히 자신을 묶은 밧줄을 잘라내 자유로워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내겐 그리스에 친구가 하나 있다오. 내가 죽으면 편지를 좀 써 줘요,

​죽을 때까지 정신이 멀쩡했고 최후의 순간까지 그 사람을 생각했다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이제는 후회 않더라는 말도 해 주시구려.

​그 사람의 행운을 빌고 이제 좀 철이 들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하더라는 얘기도 전해 주시오

.... 내 평생 별짓 다 해 봤어도 아직 해야 할 걸 못 했다오.

​나 같은 사람은 천 년은 살아야 하는 건데.....”

-조르바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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