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정태섭
‘EBS 명의’ 선정 대한민국 최고 영상의학과 전문의
국내 최초 엑스레이 아티스트로 인생 2 막을 열다
연세의대 영상 의학과 전문의로 살아가다 53세 ‘엑스레이 아티스트’로 데뷔했다.
남들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76세에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모지스 할머니를 생각했다. 모지스는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열정을 불태우며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 우리에게 익숙한 치킨 할아버지 마스코트인 케넬 할랜드 샌더스도 65세 때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단 돈 105달러와 11가지 허브 비밀 양념을 안고 3년간 미 전역을 뛰어다니며 1000곳 넘는 음식점에서 거절을 받았지만 좌절하지 않은 결과였다.
누구나 들어본 말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을 한 사람은 로마의 정치가 카토다. 카토는 80대에 그리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그 나이에 그리스어를 왜 배우냐고 놀렸지만 카토는 그 유명한 말을 남겼다.
20대에 의사로 첫 발을 내딛고 30년 넘게 병원과 집만을 오가다 53세에 카토의 말을 마음으로 깨달았다.
고백하건대, 나의 30대와 40대는 정말 지옥 같았다. ‘내 인생은 스무 살에서 어느 날 쉰으로 껑충 건너뛴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하루를 1년 같이, 1년을 10년 같이 꽉꽉 채워 살다 보니 느닷없이 쉰이 넘어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사가 되고 나서는 교수가 되기 위해 병원과 연구실에서 청춘을 몽땅 썼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힘에 부쳤던 시절은 마흔이 되기 전 10년이다. 나 자신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채 살았던 시간이기 때문이다.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친구들과 어울리는 단란한 행복을, 일의 소중함을, 시간의 유한함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책 48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한 번뿐인 인생을 재밌게 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바쁘고 긴장되는 병원에서도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취미생활도 다시 시작하게 됐다.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와 같은 제목, 딱 눈에 보이는 내용의 이런 뻔한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인생 2막에 무슨 일을 할까 고민이 많은 남편이 이 책 이야기를 해서 대화를 위해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앞 줄 이야기로 이 책은 다 소개한 것과 같다.
요즘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보면 99학번 의대 동기들이 취미활동으로 밴드를 한다. 최고의 능력자들이 수술도 잘 하고 바쁜 병원 생활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밴드 활동까지 한다. 실제로는 노래를 잘하지만 극 중에서 음치로 나오는 채송화(전미도)도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이런 훈남과 인간적인 의사들이 세상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아직 만나보지는 못했기에) 판타지에 가까운 슬의생을 보면서 내가 가는 병원에서 키다리 아저씨 안정원 교수를 만나고 싶고 인싸 이익준 교수를 만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이 책을 읽은 뒤 실제로 슬의생 밴드처럼 사는 의사라는 생각을 했다. 병원과 취미활동을 병행하면서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현실형 의사의 책. 판타지 말고 실제 모델~그래도 이런 의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 않은가. 슬의생의 훈남들은 접어두고 그래도 의사만으로도 대단한데 게다가 예술 활동까지 멋지게 해 내는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끌린다.
나는 아직도 내게 남은 총알 한 발에 가슴이 설렌다. 가끔 ‘내게도 서너 발이 남아 있다면 참 신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는다. 내게 주어진 유일무이한 총알 한 발, 그리고 내가 사용한 다섯 발의 총알 모두 되돌아보면 소중하고 감사하다. 한 발 남은 총알처럼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유일한 시간이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책 16
엑스레이 아티스트 외에도 다른 취미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화폐 수집을 한다. 2004년 뜻이 맞는 의사들과 함께 이공계 기피 현상의 해결책을 고민하다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새 화폐 과학자 얼굴 올리기 추진 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
추진 위원장이 되어서 5만 원권에 장영실의 초상화를 넣기 위해 서명운동을 펼쳤다. 하루 10시간 넘게 병원에서 일한 뒤 시간을 쪼개어 매진했던 일이었다. 지금 신사임당 5만 원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뜻이지만 결과를 미리 알았다고 해도 그리고 다시 10만 원권이 나온다고 해도 다시 그 일을 하겠다고 한다. 인생은 결과가 전부가 아니다. 인생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를 찍으면 사는 것이다.
엑스레이 아트를 시작했을 때 전시회를 열고자 인사동을 찾아다녔는데 두드리는 곳마다 계속 거절을 당했다. 나중에는 오기가 생겨서 거절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면서 노트에 적었다. 그 노트가 다음 작품을 만들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열두 번 거절당하고 열세 번째 찾아간 갤러리에서 비로소 단체전을 열도록 허락을 받았다. 실패에만 집착했었다면 삶의 2 막은 영영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삶의 주인이 되는 것, 그건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다. 남의 시선과 뒷얘기에 둔해지는 대신, 내 마음의 소리에 예민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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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끼는 엑스레이 아트 작품 <꽃의 빅뱅>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꽃의 빅뱅>은 다른 말로 ‘꿈의 빅뱅’이기도 하다. 다른 누군가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활짝 피우라는 의미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꽃이 하나둘 피어나듯, 천천히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전부 펼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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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특전사 장교로 나왔던 배우 송중기와 흉부외과 의사로 열연한 송혜교의 러브 스토리에도 그의 작품이 등장했다. 4점의 작품이 등장했다. <해바라기>, <장미의 영혼>, <그대와 축배들>, <약속>이다.
2007년 의학드라마 ‘뉴 하트’에서도 첫 작품 <입속의 검은 잎>이 출연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고 박광정이 지성에게 엑스레이 사진 속 하트를 보여주며 “네 가슴 어딘가에 이런 하트가 숨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의 작품이 등장했다.
교과서에도 실렸다. 초. 중. 고등학교 미술과 과학 교과서에 과학과 예술이 융합한 예로 작품 10점이 실렸다.
인생의 롤 모델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미술, 천문학, 해부학, 광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거두었다. 다빈치의 다재다능함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부를 하든지 깊이 있게 파고들어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분야의 우물을 파야 되는지 질문하는 사람에게 떠오르는 공부가 없다면 일단 인문학과 과학, 예술 분야를 공부해보라고 권한다.
나는 인문학은 바다, 과학은 산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이 바다인 이유는 모든 것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과학인 산인 이유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기발한 아이디어, 창의성을 가지도 뛰어들어야 하는 분야다. 예술은 바다와 산 사이를 쉼 없이 출렁이며 넘어드는 파도다.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넘나든다. 파도처럼 강렬한 열정으로 부딪치며 자신의 한계를 깨뜨려야 진정한 예술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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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인재는 'π(파이) 형 인간'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가적 자질을 발휘하는 사람을 I(아이) 형 인간', 한 분야를 깊이 판 사람이다. I에서 가로획을 길게 그은 모양인 'T (티) 형 인간'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적 자질에 폭넓은 교양을 지닌 사람으로 현재 대다수의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다. 두 개의 T다 합쳐진듯한 'π(파이) 형'은 T형에서 한 단계 발전된 개념이다.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 전문가적 자질을 갖추면서도 폭넓은 교양을 지닌 인재를 말한다.
나의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미래형 인재보다 자신을 키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요즘은 다들 어떻게 자녀를 미래형 인재로 키우나 관심이 많을 텐데 흔들리는 부모에게 불안한 자녀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부모가 멘토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태섭 교수의 인생 멘토이자 삶의 스승은 아버지였다. 의학을 공부하면서도 예술에 매료된 이유가 자신의 아버지 덕분이었다. 미술교사였던 아버지는 늘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버지의 교육방침은 억지로 시키기보다 그걸 진짜 좋아하게 만들고 뭐든지 직접 시도해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인생길을 걸으면서 갈림길에 서서 고민할 때나 망설여질 때면 어김없이 아버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그러면 마음속에서 자신보다 더 자신을 잘 아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뉴욕 시라큐스 대학에 40가지 종류의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 미술대학 조각가인 샘 반 아켄은 복숭아, 자두, 체리 등으로 접목 실험을 한 끝에 40가지 과일이 한꺼번에 열리는 나무를 만들었다. 아켄은 9년을 이 일에 쏟았다.
“이 나무로 세계의 배고픔을 치유할 수는 없지만 이런 방식의 생각을 하도록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아켄의 나무처럼 인생에서 40가지의 열매가 열리는 아니 40가지의 재미가 열리는 나무를 생각해 본다.
내 인생은 얼마나 재밌지?
내 인생은 후회 없이 살고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ujQHh5xFt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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