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작가의 책을 연속으로 읽고 있다.
어제 "쓰기의 말들"에 이어서 오늘은 목적에 갇히지 않는 글쓰기 수업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이다".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를 화두로 연구공동체 수유너머R과 학습 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면서 지난 4년간의 수업을 하며 깨달은 이야기와 쓰기의 변화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자기 삶을 자기 시대 안에서 읽어내고 사유하고 시도하는 ‘삶의 방편이자 기예’로서 글쓰기.
글쓰기의 실용적인 기법을 전수해 주지 않는 책이지만 작가란 무엇이고 글쓰기란 어떻게 해야 할까는 충분히 담겨 있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온 다양한 학인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수업을 듣는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들을 과연 잘 따라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물음표를 던져보며 학인들의 수업에 함께 한다.특히 모여서 시를 낭독하고 자신의 글을 낭독하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하고 아쉬운 것이 바로 그런 '합평'의 수업이구나 싶다. 함께 읽고 나누고 토론하는 공동체 시간.
은유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 수업이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이라고 했다. 글쓰기 수업은 그녀의 생애 최고의 배움의 장소였다. 글쓰기 수업으로 발걸음을 재촉한 이유야 사람 머리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그들은 모두 글이라는 걸 한번 잘 써보고 싶다는 공통의 간절함을 가지고 모였다.
12회차로 글쓰기를 정복할 수도 없거니와 글을 잘 쓴다는 보장도 없다.
함께 삶을 나누고 서로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 펜을 들고 깨끗한 원고지를 마주할 때마다 떠올려진다면 절반의 성공이지 않을까. 세상에 알려진 유명한 작가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만큼이나 학인들이 쓴 글을 읽고 최초의 독자가 되어 이야기를 나눈 시간도 값진 독서의 체험이라는 것이다.
2015년의 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세월호 1주기라는 말을 쓰는 작가 은유는 주류보다 비주류를, 강자보다 약자를, 성공보다는 실패담의 인터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글 쓰기는 독서도 아니고 결국 써야 하기에 리뷰라는 것이 필요할까 싶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큰 위로라면 “글 쓰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는 심심한 진실”에 대한 확인이다.
작가는 세상을 향해 짖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대고 발언하는 행위다
글을 쓰려고 할 때 글감의 고갈에 직면하는 이유는 나에 대한 인식의 한계에서 비롯한다. 글감의 빈곤은 존재의 빈곤이고 존재의 빈곤은 존재의 외면일지 모른다.
뒤에 학인들이 쓴 맥도날에서 3개월간 일한 경험을 담은 글 <효주 씨의 밤일>, 남편을 잃고 우울증을 심하게 앓은 엄마 희순 씨의 인터뷰 <침대에 누워 대소변 받아내도 살아있어 괜찮았어>, 가족과 멀어졌던 아버지를 인터뷰한 <장수 씨 이제 그만 짐을 덜어요> 세 편의 이야기도 참 좋다.
기회가 되면 나도 인터뷰, 가족 인터뷰를 꼭 해 보고 싶다.
글쓰기는 ‘나’와 ‘삶’의 한계를 흔드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삶’을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의 지루한 반복이다. 기쁨과 슬픔을 자아냈던 대소사의 나열은 삶의 극히 일부분이다. ‘나’의 범위 역시 피와 살이 도는 육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신의 총체이기도 하며 관계의 총합이기도 하다. 나는 나 아닌 것들로 구성된다. p25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부족해(보여)도 지금 자기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p29
글쓰기는 이미 정해진 상식, 이미 드러난 세계의 받아쓰기가 아니라 자기의 입장에서 구성한 상식, 내기 본 것에 대한 기록이다.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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