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하는 마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출판의 과정을 자세히 보게 되는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매일 쏟아지는 책들로 책이라는 게 그저 그렇게 매일 누군가 출산하듯 태어나는 거겠지 싶었지만 출산도 개인적인 일이면 그냥 힘주면 나오는 것이 아니듯 책도 그렇다.
책은 부단한 협동의 결과물이다. 저자의 힘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며 출판사라는 보통 명사 뒤에는 편집자, 북디자이너, 마케터, 제작자, MD,서점인 등의 숨은 노동이 있다.
한 권의 책을 만는데 필요한 10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 그들은 모두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며 지냈고 독서광이었다. 책을 사랑하거나 책에 미치거나.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 할수 없는 시장이다. 이런 사람들의 열정 덕분에 쉽게 간편하게 책을 만났던 것이다. 이 중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서점인이다. 서점에서 커피도 내리고 독서모임방도 만들고 강연회도 하는 것을 꿈 꾸곤한다.
은유 작가가 그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오롯이 내 귀를 맡기는 것. 인터뷰를 쓸 생각으로 머릿속엔 복잡해질수도 있지만 백지상태로 들을 수 있다면 화자가 누구든 그 백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낼 것같다. 나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좋아한다. '무심코 한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냐'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꼭 칭찬처럼 듣는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에도 귀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소한 것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민정,문학편집자의 마음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어야 한다. 애정의 다함에 대해 나는 나를 자꾸만 의심해야 한다. 한 순간의 안도가 한 권의 책을 망칠 수 있다. 어려운 이름, 책. 그렇다고 당신에게 내 싸다구를 후려쳐달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내 귀싸대기는 내가 치는 걸로.
20년 경력 문학편집자. 출판사 대표. 500여 권의 책을 기획하고 시 독자 10만 부 시대를 열어젖힌 편집자. 그녀는 출판의 판도를 바꿨다. 어려서부터 책을 뜯어먹고 자란 사람의 본능과 광기로 뚫은 성과다.
딸만 넷인 집 장녀로 동생들때문에 생긴 엄마의 결핍 은 독서의 욕구로 채워졌고 잡식성 독서가가 되었다.그녀는 1999년 문예중앙에 시 부문 당선을 된 시인이기도 하다. 2003년부터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자신의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도서구입비와 교통비라고 한다. 스스로 책에 미쳤다고 하는 그녀. 과감히 스스로를 또라이라고 부르는 자신감.
문학편집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김민정의 마음:
읽은 책과 읽을 책을 매일같이 기록하세요
잡지 스크랩을 꾸준히 하세요
한 번이라도 미팅을 가진 사람의 연락처는 휴대폰에 저장해 두세요.
#너구리 김경희, 저자의 마음
너구리란 이름으로 독립 출판사물을 내고 상업 출판까지 진출한 청년 작가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아이로 초등학교 3-4학년때부터 자기계발서를 보면 성공하는 삶을 동경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내 이름 박힌 책 하나 내면 좋겠다’고 막연히 꿈을 꿨다. 그러다 진짜 회사를 그만두고 예정에 없던 저자로 데뷔를 하였다.
찌질한 김경희의 하루는 고단하다. 어느 날은 통장 잔고에 울고, 어느 날은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한다. 그녀의 고민을 쉽게 바라보고 조언하는 사람들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김경희는 이 모든 상황을 다큐멘터리도 코미디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탁월한 유머와 당당함, 허세(5퍼센트 정도 가지고 있음)로 다 받아친다. 이 책 <찌질한 인간 김경희>를 쓰고, 고치고, 출간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김경희는 조금씩 찌질함을 벗어냈다. 찌질함을 벗어버린 김경희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외친다. “잘될 거니까 잘될 거다. 당신도, 나도”
85쪽
-저자가 되는 데 영향을 준 내 인생의 책
쓰기의 말들(은유)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마흔두 개의 초록(마종기)
-저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너구리 김경희의 마음:
1.일단 쓰세요. 꾸준히 쓰세요
2. 다른 생계 대책을 마련하세요.
3. 본인이 만족하는 글을 쓰세요
#홍한별, 번역자의 마음
넓은 거실의 한쪽 벽면이 책꽂이였다. 아버지가 보는 일본어 책과 영어 책이 대부분이었지만 잘 뒤지다 보면 한국어 책이 한 권씩 나왔다. 주로 문고판으로 된 작은 책이었는데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고 삭아서 책을 만지면 톡 부러졌다. 그 오래된 냄새와 질감이 좋았고 어쩐지 책 종이를 자꾸만 부러뜨리고 싶었다. 손의 촉감으로 책을 익혔고 습관적으로 책을 보는 아버지 덕분에 집 안에서 독서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초등학생 무렵, 막연하게 생각했다. 나는 나중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야.
93쪽
영미문학을 접하면서 외국어로 된 글을 읽을 때의 생소한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번역 일을 소개해준 사람도 아버지였다. 경력 15년의 중견 변역자 홍한별은 저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번역자의 일은 기다리는 일이다.
-번역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홍한별의 마음:
책을 좋아하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잡다한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시간과 생활 관리는 필수예요
#이환희, 인문편집자의 마음
3년차 새내기 편집자 이환희, 모든 주제에 5분 정도 떠들 수 있는 사람
대학원 졸업하고 임용고사 준비하다 건강 문제로 집에 내려가서 1년 넘게 살았다. 그러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말하는 거랑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렇게 편집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편집자 양성 과정에 들어갔다. 그 이후 출판사 ‘동녘’에 합격했다.편집자가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을 때 맞닥뜨리는 마지막 고비는 보도자료 작성이다. 그는 첫 책부터 보도자료를 직접 썼다.
이건 된다 싶고 촉이 오는 좋은 원고가 사실 그리 흔한건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원고는 정치적 올바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읽어서 재밌으면 돼요.
140쪽
-편집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이환희의 마음:
책과 출판에 대한 일종의 엄숙주의자 우월감 버리기
상처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
이건 편집자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긴 한데, 체력!
#이경란, 북디자이너의 마음
음반 재킷을 보면서 디자인에 대한 꿈을 키웠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가수 앨범 재킷의 다지인이 멋있어서 그 디자인을 한 사람이 대단해 보였다. 스무살부터 스물다섯까지 입시 준비할 돈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실기 없이 논술과 면접으로 학생을 뽑는 출판디자인과에 입학했다. 고졸알바생이었지만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졸업 후 문학동네에 취업하고 현재는 독립해 북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가장 좋은 장르예요.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고 진행하는지, 민낯을 보여주는 장르죠. 문학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끌고 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아죠. 인문, 자기계발, 에세이는 요즘 잘나가는 어떤 책의 분위기를 선호한다거나, 밝은 색을 써야 한다거나 같은 일종의 마케팅 공식이 있는데 그런 고정된 틀에서 비교한 자유로운 분야가 문학이에요..
161쪽
‘디자인에는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다. 하지만 분명 선택되는 디자인은 있다’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이경란의 마음:
무엇이든 경험은 좋은 것.
책을 읽읍시다.
즐겁게 합시다. 지치지 않게!
#박흥기, 출판제작자의 마음
인쇄과,인쇄창, 인쇄소, 그리고 출판사 제작사로
제작사의 미션은 원가는 줄이고 수익은 늘리는 것이다.
출판사에 들어와서 만든 첫 책 <마셜 호지슨의 세계사론>의 판권 면에서 박흥기란 이름을 봤을 때 느꼈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책을 사람들이 줄면서 초쇄 발행부수가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양질의 책을 적정한 가격에 품절 없이 공급한다는 제작자로서의 신념으로 일한다.
제작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없어요. 이론으로 배우기는 더 어렵죠. 마치 운전을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처럼요. 제작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 가는 거예요.
199
-출판제작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박흥기의 마음:
판형을 알아야 합니다.
포기가 빨라야 합니다
친화력이 좋아야 합니다
#문창운, 출판마케터의 마음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4만 종의 책이 출간된다. 하루에 100권 넘게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어슷 비슷한 책 중에 하필 그 한 권의 책이 내 손에 들려 있다면 그건 마케터의 보이지 않는 고민과 전략의 결과다.
좋은 책을 만들고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어요. 마케팅은 재밌는 일이에요. 매번 다른 책, 다른 저자, 그에 따른 다른 마케팅을 해볼 수 있고요 다만 노력에 비해서 성과가 안나오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요
207쪽
출판마케팅의 첫걸음은 예상 판매량 설정이다.
문창운이 생각하는 마케터가 갖추어야 할 능력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연결 능력, 트렌드에 대한 민감함, 친화력과 경청 능력.
-출판마케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문창운의 마음:
‘아마 그럴 거야’ 머릿속으로 확신하지 말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숫자를 끌고 가지 말기.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입으로 말하기. 그리고 기죽지 않기.
#박태근, 온라인 서점 MD의 마음
출판예비학교 1기 출신 박태근
온라인 서점이 생긴 지 20여 년,
온라인 서점에서는 담당 MD역할이 크다. 바쁜 독자들이 책을 ‘발견’하는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데 그 일을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MD라는 직업이 전문화된 게 불과 10년이다. 역사가 짧은만큼 불안정한 직업이다.
MD의하루
출근하면 바로 베스트셀러 점검. 변동 폭이 큰 도서의 경우 원인 파악하고 대응. 주문 관리,출판사미팅, 새로 들어온 도서 분류 점검…
MD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사서 그 책이 독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최종 책임을 진다. 구매와 판매 둘다 담당한다. 팔릴 만큼만 적정한 수량을 가져와야 한다.
온라인서점 MD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박태근의 마음:
서점 직원이면서 일반 쇼핑몰 전자상거래 업체 직원이라는 자의식을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MD로서 책을 많이 잘 파는 게 해야 할 일이에요.
MD이후를 상상하는 게 필요해요. 책을 파는 사람이라는 짧은 문구에 드러나지 않는 의미들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야합니다.
#정지혜, 서점인의 마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땡스북스에 일한 3년간의 경험으로 서점을 창업했다. 서점을 가꾸기에 따라 독서가 세련된 취향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책을 골라주는 큐레이션의 기쁨을 누리면서.
‘북파마시’ 북을 처방해주는 약국형 서점.
블로그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아서 독서차트를 작성하고 이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1회 처방 비용은 5만원. 책값, 배송비, 찻값, 상감비가 포함되어 있다.
정지혜에게 책은 치유제이고 만능 교재다.
서점을 열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정지혜의 마음:
이 서점에서 책을 사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세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세요.(SNS독서기록, 독서모임
서점을 운영하는 나만의 즐거움을 만들어보세요.
#이정규, 1인 출판사 대표의 마음
자영업자, 노동자, 1인 출판사 코난북스 대표. 경력보다 실력, 기획안 열 장의 힘, 이는 훗날 그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동력이 되었다. 창업자금 3천만원으로 시작했다. 협업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1인 출판사의 장점을 누린다. 같이 일하면 그 만큼 나가는 지출액도 많은 법.출판사의 업무는 책을 만드는 일과 책을 파는 일로 나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독서, 학급 교지 만들기, 국어 선생님의 독서 편지 등은 밑거름이 되었다.
1인 출판사를 차리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이정규의 마음:
무엇보다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세요
기록을 잘 하세요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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