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김애란의 책은 처음이다.
가끔씩 나는 나의 블로그 검색창에 원하는 단어들을 넣어본다. 이번에는 김애란을 넣어봤다.
세 권의 책이 나온다.
하나는 이주윤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에서 “독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모르고 김애란, 임경선, 이슬아만 좋아한다”의 언급에서고 또 다른 하나는 임경선의 <나라는 여자>에서 위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나온 이름이다.
그리고 세 번째 책 <뒤집어져야 문학이다>에서 33명의 작가 중 한 명으로 등장했을 때 짧게 만났으니 이번이 처음으로 그녀의 책을 만나는 것이라 하겠다.
제 소설 쓰기는 메시지의 전달보다는 메시지의 발견에 있어요. 문학적으로 보이기 위해 가난을 ‘애호’하지는 않아요. 제 주변엔 비슷한 환경에 사는 사람으로 넘쳐나요. 그들의 일상이 보잘것없이 보이지만 저도 그러한 사소한 것. 단순한 것이 좋아요.
<뒤집어져야 문학이다 > -청명한 샤먼의 눈동자 김애란 중에서
도서실에서 김애란 책이 있는지 검색했다. 있었네?!?!
그렇게 나는 먼 길을 돌아서 김애란을 만났으니 그야말로 이주윤 덕분이다. 이주윤의 소개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이주윤은 나에게 밥을 사야 한다. 독자들은 김애란, 임경선, 이슬아만 좋아한다고 했지만 나는야 이주윤의 책부터 먼저 읽고 ‘어라 유쾌한 작가네?’ 바로 머릿속에 입력했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친절한 소개에 이렇게 순서적으로 한 명씩 선을 뵈고 있으니 이보다 더 모범적인 독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김애란의 책을 만나면서 깜짝 깜짝 놀랐다. 읽다 말고 '분명히 임경선보다는 나이가 많겠지' 하면서 책 표지를 열었더니 떡하니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났다고 나와있다. 대한민국에 있는 상은 다 받은 것 같다.
이 책을 발표했을 2002년 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등단했으니 가만있자 22살에 등단을 한 건가. 이 정도면 최연소 작가였겠네 그럼? 타고난 작가네. 이 책에 등단작 ‘노크하지 않는 집’을 비롯하여 9편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이제야 김애란을 만나다니 ... 가능하면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사실 김애란의 원작은 읽지 못했지만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봤기 때문에 나 나름대로 그녀의 색깔을 지레짐작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한 편 한 편 그녀의 단편들을 만날 때마다 지금까지 만났던 문장들과 확실히 다른 독특한 문장결에 놀라고 풋풋한데도 촌스럽지 않고 탄탄한데다 성숙미가 느껴져서 놀라게되니 이제까지 몰라준 것이 그저 미안해진다.
이 책들은 내용은 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주제나 연결되는 맥은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난, 20대, 청년, 자취 그리고 자아.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상처 입은 영혼들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떤 문장도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고 발랄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달려라 아비>에서부터 김애란표 단어 선택을 느낄 수 있다. 잠시 느껴보게 하기 위해서 김애란의 문장을 그대로 읊어본다.
내가 씨앗보다 작은 자궁을 가진 태아였을 때, 나는 내 안의 그 작은 어둠이 무서워 자주 울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주 작았던 시절- 조글조글한 주름과, 작고 빨리 뛰는 심장을 가지고 있었던 때 말이다. 그때 나의 몸은 말을 몰라서 어제도 내일도 갖고 있지 않았다.
말을 모르는 몸뚱이가, 세상에 편지처럼 도착한다는 것을 알려준 것은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나를 어느 반지하 방에서 혼자 낳았다. 여름날이었고 사포처럼 반짝이는 햇빛이 빳빳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윗도리만 입은 채 방 안에서 빈둥거리던 어머니는 잡을 손이 없어 가위를 쥐었다.
…
.. 그때 아버지가 어디 계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항상 어딘가에 계시지만 그곳이 여기는 아니었다.
9페이지
우리는 누구나 생물학적 부모를 통해 이 땅에 나온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반쪽 부모인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만삭인 어머니를 버려둔 채 집을 나갔지만 김애란은 아버지가 도망간 이야기를 가출이거나 버림받은 아이로 그리지 않는다. 아버지는 지금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나를 키워낸 적 없는 아버지지만 운동화를 신겨드리고 선글라스도 씌워드린다. 그렇게 어디선가 달리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유쾌하게 발랄하게 표현한다.
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달려라, 아비 16쪽>
어찌 이렇게 사람 속을 잘 뚫어볼 수 있단 말인가. 첫 편부터 사람 속을 훤히 아는듯한 글을 만나고 좋은 인상을 받아 다음 작품으로 출발한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편의점 세대, 편의점 시대를 잘 대변해 준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편의점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는 것부터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서 딸기 우유를 하나 사면서 ‘아 여기가 한국이구나’라는 것을 체감한다. 서울에 머물던 숙소에서도 엎드리면 코닿는 위치에 편의점이 있었다. 아이들은 심심하면 편의점에 가서 1+1 아이스크림을 마치 공짜인듯 좋아하면서 사 오곤 했다. 나는 편의점보다는 구멍가게나 슈퍼마켓 세대라고 주장할지 모르나 나도 20대부터는 출근 길에 편의점을 들러서 뭐라도 하나 사곤 해야 마음이 편했던 사람이다. 편의점의 가장 편리한 점은 나에게 삼각김밥이 아니었다. 정확한 가격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거 얼마예요" 하고 물어볼 필요가 없고 그 한참 뜸을 들이며 얼마라고 대답하는 음흉한 가게 주인의 가격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편의점은 에누리 없이 원가 그대로 비쌀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할인 행사가 은근히 많아서 기분도 좋다.
우리나라는 이 덤으로 주는 행사 그게 꼭 정 같아서 그 맛에 돈 쓰고 기분 좋은 나라다(외국에서는 실제로 화장품 사도 샘플 하나 안 준다. 따라오는 덤도 없고 증정품이 없어서 서운하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젊은이들의 소비의 많은 부분이 편의점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이걸 대변해주듯 편의점을 검색해 보니 책 제목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편의점 소비를 파헤치는 <편의점 사회학>까지 있다.
편의점 얘기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으니 여기서 그만 끊고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9개 중 한 소설 이야기로 끝날지 모른다. 여기서의 화자는 김애란이 글쓰던 시기에 꼭 그녀 나이였을까? 화자는 20대의 여성으로 혼자 자취하며 동네 편의점 세 곳에서 필요한 소비를 충족하며 살아간다.
큐마트의 두 번째 특징은 음악이다. 큐마트는 언제나 매장 내에 음악을 틀어놓는다. 음악은 대개 잔잔한 클래식이다. 큐마트의 음악은 손님들로 하여금 물건 앞에 오래 머물도록 해준다. 산책로에서 천천히 허리를 구부려 낙엽을 줍듯, 큐마트에서 양반김이나 제주삼다수를 드는 나의 몸짓은 갑자기 우아해진다. 내가 편의점에 갈 때마다 어떤 안심이 드는 건, 편의점에 감으로써 물건이 아니라 일상을 구매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닐봉지를 흔들며 귀가할 때 나는 궁핍한 자취생도, 적적한 독거녀도 무엇도 아닌 평범한 소비자이자 서울시민이 된다. 그곳에서 나는 깨끗한 나라 화장지를, 이오 요구르트를, 동대문구청에서 발매한 10리터용 쓰레기봉투를, 좋은 느낌 생리대를, 도브 비누를 산다.
41페이지 중에서
이 정도면 물품 구매 이상의 문화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스카이 콩콩>은 전파상을 하는 아버지와 소년 그리고 소년의 형이 우주로의 도약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부재에서 어느 날 아버지는 소년에게 고추를 보여주면 스카이콩콩을 사 주겠다고 한다. 소년은 그렇게 고추를 보여주고 스카이콩콩에 올라탔다. 가로등 아래서 홀로 스카이 콩콩을 타는 소년은 고독하면서도 우아하다. 스카이 콩콩 운동안에는 어떤 정신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지구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아무도 모르게 일어난다고. 전신마비 환자가 눈꺼풀로 쳐주는 박수처럼 가로등은 형에게 윙크했다. 그때 나는 가로등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눈감아주기 위해 거기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기적이란, 바로 그 눈감아주는 시간에 일어나는 일들일지 모른다고
80페이지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는 자신이 잠 못 드는 이유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는 자취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불면의 가장 큰 이유를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화장지, 쓰레기봉투, 무엇보다 은행 잔고와 세금 고지서까지 정말 잠 못 들게 하는 것들이 넘쳐난다. 잠들기 위해서는 생각자체를 안 해야 되지만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할수록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그런 날이면 이상하게도 인생에서 지우개로 지우고싶은 장면으로 시작된다. 퀴즈에서 내가 맞추지 못해 우승을 놓친 문제,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당황했던 순간은 어김없이 다시 나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날, 딸의 집에 이스트팩 하나 멘 채 불쑥 찾아온 아버지와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고 온종일 텔레비전(텔레비라고 해서 어찌나 반갑던지)만 켜놓는 아버지로 인해서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진다. 결국 잠좀 자기 위해서 유선을 끊어버리고 아버지는 스스로 나간듯 보이나 내쫓은 뒤 다시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이야기다.
<영원한 화자>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동창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보여준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동창을 만나면 지난날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회상하게 된다. 친하지도 않은 친구의 안부까지 주고 받으면서 반갑지도 않으나 속내를 감추고 나누는 허무한 대화들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이해받고 싶은 사람, 그러나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는 뒷걸음치는 사람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랑이 ‘나는’으로 시작되는 사람이 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나는’이라고 말한 뒤 주저앉는 사람, 나는 한 번 더 ‘나는’이라고 말한 뒤 넘어지는 사람,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없는 사람, 그리하여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생각하는 사람이다’라고 처음부터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하여 우리는 흐르는 물에 손을 베이지 않고도 칼을 씨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138페이지
<사랑의 인사>는 공원에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몇십 년이 지난 뒤 우연히 자신이 일하고 있는 블루월드 수족관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역시 <달려라, 아비>처럼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실종되었다고 믿고 아버지를 찾는다. 그녀는 놀이공원에서 자신에게 <세계의 불가사의>를 옆구리에 끼워주고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라는 아버지를 지금껏 계속 기다려왔다. 의연하게 그렇게 아버지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으니 아버지는 분명 실종된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들은 반드시 할 말이 있는 것이다
144페이지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블루월드에서 일하면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둘은 수족관의 유리 벽 사이를 두고 그렇게 해후했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에서는 자신을 이발해주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에 대해 묻고 아버지는 지난 시절의 어머니의 기억을 다시 회상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나는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을까?
아버지가 구러버린 숟가락을 들어 겸연쩍게 콩나물국을 뜬다.
그녀는, 오지 않을 모양이다. 아버지가 점퍼 속에든 편지 한 구절을 조용히 읊는다.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하고 물으면, 안녕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180쪽
<종이물고기> 역시 20대 중반의 청년의 이야기다. 서울의 한 허름한 옥탑방에서 자취를 시작한 그는 낡은 벽면에 포스트잇으로 도배를 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벽면은 책을 읽고 발췌한 이야기, 두 번째 벽면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세 번째 벽면은 스쳐가는 생각들을 기록하고 네 번째 벽면에는 공사장 인부들의 대화를 옮겨 적었다. 다섯 번째 벽면에는 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소설의 완성을 앞두고 포스트잇이 종이 물고기로 변해 헤엄치는 꿈을 꾸게 된다.
그는 그 방 전체가 하나의 종이 비늘이 달린 물고기가 되어 부드럽게 세상을 헤엄치는 상상을 했다. 그는 물고기의 지느러미 옆에 붙어 있는 듯한 느낌도 느꼈고 반대로 자신이 물고기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느꼈다. …. 그는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이건 진짜야”라고 중얼거렸다. 마지막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면 물고기가 상상한 등허리를 파닥거리며 자신을 데리고 어디론가 헤엄쳐갈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217페이지
김애란의 글쓰기가 종이물고기가 되어 넓은 수족관을 아니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종잇조각에 불과했지만 상상의 힘으로 생명을 가진 물고기가 되는 이야기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과 힘을 나타낸다. 종잇조각의 힘을 믿어봐야겠다.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는 종이일지 몰라도 언젠가 그 종이들이 물고기로 변신하여 바다로 헤엄쳐 나갈는지 모르는 게 아닌가. 남자도 첫 포스트잇은 책을 읽고 발췌한 것으로 시작했다. 두 번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갔다.
<노크하지 않는 집>에서 나는 대학가의 한 주택 건물에서 5명의 여자들은 화장실과 빨래 공간을 공동으로 각각의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동으로 사용한다 해도 사실상 얼굴을 마주하지도 않는 관계다. 오히려 옆방 얼굴보다 빨래나 신발 같은 물건들을 보면서 사람들을 상상한다. 놀랍게도 여자들의 방 열쇠가 다 똑같고 비치된 물건까지도 같다.
방안에는 세 칸짜리 분홍색 서랍장 하나, 오른쪽 모서리 귀가 닳은 한 칸짜리 금성 냉장고 하나, 그리고 생리 중에 흘린 피가 까맣게 말라 있는 아이보리 요 한 채와 장미가 무더기로 그려진 이불이 있다.
241페이지
고시원, 셰어하우스에 사는 젊은이들은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나 자신의 개성은 있는 듯 또는 없는 듯 살아가고 있을까?
김애란의 책을 이제 덮어줘야겠다. 여기에 나와 있는 소년 혹은 20대 중반쯤의 청년들은 어딘지 모르게 애잔한 구석이 있다. 여기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누구나 마주하는 인간 본연의 실존적 외로움인지 아니면 사회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고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마무리는 <나는 편의점에 간다>의 마지막 구절로 해야겠다.
내가 편의점에 갔던 그사이, 나는 이별을 했고, 찾아갔고, 내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 거대한 관대가 하도 낯설어 나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다. 당신이 만약 편의점에 간다면 주위를 잘 살펴라. 당신 옆의 한 여자가 편의점에서 물을 살 때, 그것은 약을 먹기 위함이며, 당신 뒤의 남자가 편의점에서 면도날을 살 때, 그것은 손을 긋기 위함이며, 당신 앞의 소년이 휴지를 살 때, 그것은 병든 노모의 밑을 닦기 위함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57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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