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듯이 쓴다
이 책은 2020년 6월에 나왔다. 강원국의 책 중에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다. 작가의 최근 책부터 거꾸로 전에 나온 책들을 연이어 읽다 보니 중복되는 이야기가 많게 느껴졌다. 책을 산다면 <대통령의 글쓰기>가 가장 좋겠다. 전작이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면 이번에는 말하기를 주목하여 말하듯 쓴다는 것이 핵심이다.
말하듯 쓰고 글 쓰듯 말하라
말하기는 쉽나? 문득 '나의 말 하기는 어떤가'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말하기가 글쓰기보다 어렵다. 물론 말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지 않지만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이 앞에 앉아 있고 나만 서서 말하는 식의 말하기는 떨린다. 노트하지 않으면 말하려고 한 것을 잊어버린다. 한국 사람들은 질문을 잘 못한다. 외국에 나와서 보니까 그게 더 잘 보인다. 필자는 질문이 두려운 것이 모르는 걸 들키기 싫어서고 부끄러워 질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 나서기 싫어서가 크다. 이런 기준 때문인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정말 쓸데없는 것을 질문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꼭 필요한 것만 말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자유롭게 발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라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물어야 쓴다고 말한다. 글쓰기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묻는 만큼 생각한다. 그러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하고 독자가 무엇을 궁금해할지 물어야 한다. 주목이 아닌 관찰로 써야 자기다운 글이 나온다. 내 글은 언제나 내 편이라는 사실이 가장 든든하다. 앞으로는 콘텐츠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의 세상이 될 것이다.
공감 능력이 있어야 글을 잘 쓸 수 있지만 동시에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글쓰기다. 독서도 공감능력을 키워준다. 읽고 쓰는 것이 공감 능력을 잃지 않는 길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관심사를 알아야 하고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찾고 공부해야 한다. “통찰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공부로 씨를 뿌린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유와 사색, 비판과 반론이다. 공부한 내용을 연결, 결합, 융합해보는 사유와 사색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공부한 내용을 반론, 비판, 반박, 비평해봐야 한다.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을 만큼 자기 것으로 만들고 공부하고 메모한다.
실제로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갈등을 자조하는 일이기 때문에 갈등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까칠함도 요구한다.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권위에 맹종하지 않아야 한다.
비판적 태도와 함께 필요한 것이 비판의 기술이다. 비판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팩트 체크’ 사실 확인이다. 아무리 확신이 서도 원문을 찾아보고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왜곡과 과장이 없어야 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야 한다. 모순도 없어야 한다.
글에도 표정이 있고 반론할 때는 흥분하면 안 된다. 흥분하지 않고 반론을 쓰는 법을 숙지한다.
첫째, 문제 되는 부분을 적시한다.
둘째, 한마로 논평한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툭 던져야 한다. 힘을 빼고 써야 한다.
셋째, 논평의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너는 이렇게 생각하지?” 상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수용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뛰어난 언변이나 해박한 지식, 비판적 사고와 풍부한 근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확한 관점과 상대에 대한 존중 그리고 열린 자세와 대안 제시 역량이다.
★토론하는 좋은 태도
→상대의 말을 자르지 마라.
→상대가 말할 때 메모해가며 경청하라.
→의표를 찌르는 질문을 준비하라.
→대답할 때는 결론부터 말하라.
→유머를 구사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라.
→표정에 유의하라.
→주제에서 벗어나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
→누구나 아는 얘기는 삼가라.
→할 말이 없으면 침묵하라.
→반박은 일단 수긍한 후 하라.
→가급적 긍정어를 쓰라.
→동의도 반박도 마땅치 않으면 다른 화제로 전환하라.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최악이다.
→토론을 마치면 복기하고 동영상을 찍었다면 꼭 보라
→토론 잘 하는 사람을 보고 배워라.
토론의 대가 유시민이 떠오른다. 강원국은 유시민보다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에 대한 강의만큼은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유시민을 떠올리며 글을 쓰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이기려 들지 말아야 한다. 져주라는 것이 아니다. 이기면 좋지만 욕심만으로 이길 수 없다. 내가 이기면 누군가는 지게 된다. 자신이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그래서 말에서 지는 게 관계에서 이기는 길이 아닐까.
#말하듯 써라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없다. 잘하지 못해도 누구나 할 수는 있다. 그러니 말하듯이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구술을 시작하면서 종종 이렇게 말했다.
“받아 적지 말게. 지금은 받아 적어봤자 소용없네. 그냥 잘 듣게.”
그러다 어느 순간 “지금부터”라는 말과 함께 받아 적기 시작하면 말이 아니라 글이었다. 그전까지는 말이 아니라 생각이었다. 그분은 말로 생각하고 말로 글을 썼다.
책 93쪽
#왜 두려울까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내 오랜 화두다. 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 그리고 이후에도 줄곧 글 쓰는 일을 하는 나조차 글쓰기가 두렵다. 나만큼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오래 쓴 사람도 드물다. 조정래 작가는 책에서 ‘황홀한 글 감옥’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나는 결코 황홀했던 적도, 설렜던 적도 없다. 쓸 때마다 두려웠다.
책 97쪽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두려워서다. 첫 문장 쓰기 전이 가장 두렵다. 두렵다는 생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습적으로 무턱대고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확실히 시작이 반이다.
#안경을 닦는다
그는 전작 <강원국의 글쓰기>를 쓰면서 매일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쓸 수 없었다고 한다. 동네 카페에 글을 쓰러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술을 한 병 사서 가는 길에 마셨다. 그렇게 청하 한 병을 마신 뒤 카페에 도착하면 늘 앉는 자리에 앉아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노트북 플러그를 콘센트에 연결하고 안경을 꺼내 닦는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닦는다. “이젠 써 볼까?”
이 책은 집에서 커피를 직접 타서 마시며 썼다고 한다.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시간을 찾으라는 의미다. 나는 서재에서 새벽 5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을 사용한다. 책 읽고 리뷰 하나를 쓰려고 해도 옆에서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뭐 하나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그때부터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습관을 지나 이제는 이 시간이 나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됐다. 할 일이 더 생기면 한 시간을 더 앞당겨 일어난다. 마음에 부담이 생길 때면 '일 끝내고 조금 눕지 뭐'하는 마음을 가지면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눕는것은 아닌데 뇌가 이런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이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장점이다. 이 시간은 개인 청소시간이다. 책 읽고 리뷰로 정리하면서 책을 버리는 청소를 주로 하고 기분이 안 좋았던 일이나 반성해야 할 일들을 적다 보면 감정 청소가 저절로 되는 것을 경험한다. 주로 읽은 책과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리뷰로 쓰고 들은 뉴스나 강연이 특별히 마음에 남을 때 기록한다. 일상의 경험과 느낌을 일기로 쓰기도 한다. 이것은 나에게 '끄적이고 끼적이는 글쓰기'다. 글을 쓴다고 해서 창작을 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써야 한다고 느낄 때 글쓰기는 갑자기 가까이하기에 너무 낯선 당신으로 느껴진다. 그냥 끄적인다가 좋다.
창조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포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 미국 작가 E.B. White
잘 쓰는 게 최고 좋은 것이면 못쓰는 것이 최악이 아니라 안 쓰는 것이 최악이다. 잘 못 써도 희망이 있다.
사실 강원국 책 3권 읽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읽고 또 글쓰기에 대한 책은 유명한 책들 다 읽어봤는데 다 비슷하다. 글쓰기의 비법은 그냥 쓰기다. 강원국 비법은 일단 쓰고, 끝까지 쓰고 자주 쓰고 계속해서 쓰다이다. 강원국 저자의 한때 글쓰기 모델은 강준만 교수였다. 그의 칼럼 서른 편을 출력해 세 번씩 읽었다. 처음에는 요약하며 읽고 다음에는 비판하며 읽고 구성을 따라서 써봤다.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 기법을 알게 됐다. 그래서 책 한 권 모델로 삼아 세 번 이상 읽고 통달하는 것을 권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모실 때, 혼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했다. 나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왜 이렇게 혼내실까 섭섭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이 나를 혼내는 게 아니라 가르쳐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야단맞고 있는 게 아니라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부터는 혼나는 게 두렵거나 싫지 않았다. 많이 혼자면 많이 배운다고, 화내시면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다고 생각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붙일 정도였다. 직접 뵙고 말씀을 듣지는 못했지만, 내가 쓴 글을 깨알같이 공들여 고쳐주시는 대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책 147쪽
대통령의 연설관으로 두 대통령을 모셨지만 사실 그를 가르친 것은 두 분의 대통령이다. 그런 선생님을 둘 수 있다니 얼마나 큰 복인가. 아무나 훈계를 할 수 있을까? 실력과 태도, 삶에서 모범이 되어야 상대에게 진정한 가르침이 되고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사랑과 열정이 있어야 훈계도 가능하다. 결국 존중할 수 있는 관계에서 가능하다.
강원국은 자료 찾는 역량이 뛰어나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길러진 역량이다. 자료만 잘 찾아도 글을 쉽게 쓸 수 있다. 아는 만큼 쓸 수 있다. 티끌(메모) 모아 태산(책)이다. 글쓰기를 아이들 블록 놀이하듯 매일 모아야 한다. 나중에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블록이 필요하다. 그는 3년 동안 1700개의 메모를 썼다고 한다. 메모 1000개면 글을 쓸 수 있다.
독서에 관해 말할 때 꼭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독서가이자 대작가 보르헤스가 시력을 잃었을 때 책을 읽어준 것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망구엘이다. 그는 <독서의 역사>라는 책에서 독서와 삶의 유형을 순례자, 은둔자, 책벌레로 분류했다. 순례자는 두루 섭렵하는 유형이고, 은둔자는 특정 작가나 작품을 냅다 파는 유형이며, 책벌레는 주마간산식으로 권수만 늘리는 유형이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184쪽>
나는 권수를 많이 늘린 사람도 아니지만 유형으로 하자면 책벌레 유형이구나. 주만간산식으로 말 달리며 산을 보듯 대충 훑고 지나가기에도 바쁘니 깊이 사색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엔 부족하다. 은둔자도 되고 싶고 순례자도 되고 싶지만 보고 싶은 것이 많은 초행길 여행에선 유명하다는 것은 다 둘러보고 인증샷 남기기 바쁘다. 그래서 여행도 즐기려면 같은 여행지에 두 번 세 번 가야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하더라. 성향 탓인지 나는 여행도 이왕이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 가기를 즐긴다. 언제쯤이면 보고 또 보고 보고 다시 보고 그런 황홀한 도에 이를 수 있을는지
#재미는 말과 글의 전부다.
멋있게 포장하려고도 하지 말자. 멋있게 포장하면 진한 화장처럼 티가 난다. 꾸미면 꾸밀수록 느끼해하고 밤맛없어 한다. 극적인 것만 찾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 난 극적인 것이 없어서 못쓴다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남들의 극적인 스토리만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살다 보면 사연 없는 사람 없다. 각양각색의 사연, 일화, 이야기를 풀어내면 된다.
★쉽게 설명하는 아홉 가지 방법
→전문용어 사용을 절제하고 추상어보다는 구체어를 사용한다.
→부득이하게 어려운 말을 써야 하는 경우라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몇 가지로 정리해 준다.
→어려운 개념이나 복잡한 내용은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면’, ‘예컨대’, ‘가령’등의 단어 뒤에 예로 들만한 내용을 붙인다.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정표를 세운다.
→한 번에 하나씩만 말한다.
→배경과 맥락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적절한 비유를 사용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쓰기를 눈 치우기에 비유했다.
“하기 싫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고, 눈을 치우는 요령이 있듯이 글쓰기도 방법이 있다”
저자는 지난 6년 동안 2000번 이상의 강의를 했다. 강의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 강의하는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자뻑이 심하다. 자신에게 있는 숨은 재주를 발견하는 것에 늘 감탄한다니. 그런데 그런 자신감이야말로 글쓰기와 말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나 자신을 밀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런 진심이 느껴져서 좋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한다. 자신이 얼마나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을 못하는 사람이었는지를. 회사 다닐 때 한마디씩 하라는 게 가장 싫었다. 자기 차례가 되면 몸이 굳고 목소리가 떨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맞는 두 번째 광복절 축사를 준비하면서 경축사 내용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발제를 맡게 됐다. 회사 다닐 때 부서장 앞에서도 말을 못 하던 울렁증 환자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높은 분들 앞에서 발표라니. 잘 보이고 싶은 욕심과 실력을 들킬 것 같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필시 병이 있는 사람처럼 시종일관 천장을 보면서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말하기 공포의 끝을 경험했던 그는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았던 것이다.
글맛을 살리는 것은 다양한 어휘 사용이다.
어릴 적 쓰던 크레파스는 기본이 12색이다. 24색 36색 54색은 단순히 크레파스 개수만 늘린 것은 아니다. 아주 미묘한 색감이 그림의 표현 수준을 다르게 만든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크레파스 개수와 같은 ‘어휘의 개수’다. 디테일에 강하려면 어휘력이 좋아야 한다.
‘죽다’만 해도 사망하다, 운명하다, 하직하다, 별세하다, 돌아가다, 서거하다, 타계하다, 영면하다, 작고하다, 입적하다, 절명하다, 생을 마감하다, 불의의 객이 되다 등 다양한 유의어가 있다.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여 ‘어’다르고 ‘아’다른 어감의 차이를 아는 감을 익히는 것이 곧 글 쓰는 실력이 된다.
심리학자 페니베이커는 “쓰는 단어를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과 성격, 심리 상태까지 알 수 있다”라고 했다. ‘화난다’는 말도 ‘불쾌하다, 씁쓸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엽다, 분하다, 성질나다, 울화통이 치밀다, 격분하다, 분노하다, 진노하다, 격노하다, 분개하다, 욱하다, 노발대발하다, 성내다, 울분을 토하다, 참을 수 없다’등 다양하다. <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는 "핵심감정을 찾는 것이 단편소설을 쓰기 위해 알아야 할 전부"라고 말했다.
양태부사를 잘 써도 글쓰기가 는다. ‘과연, 어찌, 설마, 하물며, 결코, 조금도, 제발, 모름지기, 응당, 설령, 실로, 아마, 부디, 만일, 가령’같은 것이다. 한자어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하고 상투적 표현은 삼간다. 일본어 잔재도 주의해야 한다. ‘기라성’대신 ‘빛나는 별’, 땡깡 대신에 생떼, 단도리는 준비나 채비로, 무대뽀도 무턱대고로 써야 한다.
이 책에서 내 마음에 가장 와닿은 표현 하나는 ‘글쓰기라는 이름의 상담소’다.
온전히 내 마음을 찾아주고 알아주는 글쓰기. 남들에게 말하기 민망한 사소한 감정부터 비밀스러운 감정 하나하나를 알아주고 그 감정으로 벗어나게 도울 수 있는 것이 글쓰기다. 자책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남보다 잘 쓰려는 목표에서 저의 나보다 잘 하려는 목표를 세운다면 나를 인정해 주는 일이 더 쉽지 않을까.
글을 쓰면 8가지의 즐거움을 누린다
성취의 환희, 몰입의 기쁨, 존재감을 느끼는 기쁨, 축적의 희열, 궁금해지는 즐거움, 생각의 유희, 성장의 낙, 기록을 남기는 즐거움이다. 모든 글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다. 8가지 중 나는 어떤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글을 쓰고 싶은가를 생각해 본다. 블로그에서 독서 리뷰를 쓰는 이유는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자 함이었고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리뷰 때문에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덕분에 책을 사서 잘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이 있다. 언젠가 책의 요점이 필요했는데 잘 사용했다는 댓글을 받고도 존재의 목적을 잘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이유든 자신만의 이유를 찾는 것이 오늘도 발걸음을 내딛도록 해 주는 동기부여가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은 ‘착함 마음의 글’이다. 말과 글에도 표정이 있고 온도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까칠해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도에 지나치도록 비판하고 깎아내리고 험담하고 모함하고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의도와 관계없이 악의적이다. “Don’t be evil” 글 쓰는 사람이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귀로 듣고
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전인적인 들음만이
사랑입니다
모든 불행은
듣지 않음에서 시작됨을
모르지 않으면서
잘 듣지 않고
말만 많이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외칩니다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하루의 문을 닫는
한밤중에
나에게 외칩니다
들었니?
들었니?
들었니?
이해인 수녀의 <듣기>라는 시다. 김대중 대통령도 손목시계에 ‘경청’이라고 썼다. 듣는 것은 어렵다. 나를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잘 듣는 것은 중요하다. 듣기는 말하기 위함이고 쓰기 위함이다.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 독서가 이런 ‘듣기’의 힘을 길러준다. 책도 쉽게 표현하자면 좋은 책과 나쁜 책이 있고 때로는 얻을 게 없는 책으로 느껴지는 본전(책을 산 비용과 읽는데 쓴 시간) 생각이 간절해지는 책이 있다. 그래서 책을 고를 때 잘 선정해서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가끔 허위광고에 낚이는 일이 생긴다. 상품평에 별표 많다고 반드시 좋은 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이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밭에서 돌을 캐려고 하면 돌만 보이고 뭐라도 발견하려고 하면 원석을 캘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눈을 보배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마음이다.
이렇게 해서 연속으로 저자의 책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고 나누었다. 서두에 비슷한 내용이 많게 느껴진다고 밝혔지만 저자의 책 중 한 권 남은 <회장님의 글쓰기>를 읽을 기회가 있다면 나는 또 책을 펼칠 것이다. 읽고 싶다.
저자는 최대한 배제했다고 말한다. (이미 본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역시 선수다)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면 그것은 중복이 아니라 심화, 발전한 것이란다. 이전 책과 꼼꼼히 비교해보면 자신이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데 나는 이것을 삼일 연속으로 봤으니 얼마나 더 중복으로 느껴졌겠는가. 역시 눈이 보배여야 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정말 영화 대사 그대로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말하면 모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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