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이제 대통령은 그만 팔아먹지?
첫 책< 대통령의 글쓰기>를 내고 1000번 가까이 강연을 했다. 블로그, 홈페이지에 2,0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첫 책 이후로 글쓰기에 관해서만 생각하며 살았다는 그는 이제 관찰자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2018년 6월에 <강원국의 글쓰기> 책을 냈고 책에는 강원국의 글쓰기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글쓰기가 두렵지 않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했다.
소설가 안정효는 책에서 얻은 지식과 감동의 찌꺼기를 배설하지 않으면 안 돼서 썼다고 하고 시인 안도현은 중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강원국에게도 글쓰기 버킷리스트가 있다. 첫째 유시민 작가보다 글을 잘 쓰진 못해도 글쓰기에 대해선 그보다 더 잘 가르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둘째는 글쓰기 책을 열 권 정도 쓰는 것이다. 셋째는 강원국이란 이름이 붙은 상설 글쓰기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1장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쓰기'가 공포라면 어떻게 자신감을 갖지?
그러나 일부러라도 자신감을 북돋아 주라고 한다. 이유는 내 안에 있는 쓸 거리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 글이 안 써진다. 언제든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많이 보여줄수록,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수록 글은 좋아진다. 남의 평가가 두렵고 눈치를 보면 절반은 진 것이고 주눅들면 완패다. 호평이나 혹평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
★어떻게 자신감을 높일까?
→내 글에 호의적인 사람을 곁에 두기
→매일 글을 쓰기
→글로써 목표를 이루겠다고 마음먹기
강원국에게는 아내가 최초의 독자이자 가장 호의적인 독자의 역할을 한다. 아내의 칭찬은 더 잘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라고 자랑한다. 글의 반응에는 지적, 위로, 격려, 칭찬이 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칭찬이다. 칭찬이 글을 쓰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한다.
글 쓸 때 잘 보이고 싶다는 욕심부터 버리자.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에는 다섯 가지 접근 동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위해 쓰는 것, 보상, 모방, 성장, 멋있다는 점.
그가 글쓰기에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프랑스 평론가 롤랑 바르트는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글쓰기가 벽에 부딪혔을 때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다른 장르로 관심을 돌려라.
둘째, 정통 글쓰기에서 벗어나 단순 정보 전달로 옮겨가라.
셋째, 절필하라.
2장 남과 다른 글은 어디서 나오는가
평소 쓰기 위한 네 가지 도구는 독서, 토론, 학습, 메모다
글은 재능으로? 땀과 노력으로 쓴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 보통 사람, 힘없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무기다
아는 게 많아서 쓴다? 쓰면서 아는 것이다
글쓰기는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경우에 따라 함께 쓰면 더 잘 쓸 수 있다
글은 머리로 쓴다? 글은 가슴과 발로 기획하고 엉덩이로 마무리한다.
글쓰기는 창조적 행위다? 어딘가에 있던 것의 재현이고 모방이다
써야 될 때 쓰는 것이 글쓰기다? 평소에 써뒀다가 필요할 때 써먹는 게 더 나은 글쓰기다
강원국 작가의 첫 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날 글짓기 대회였다. 몇 개월 전 엄마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글로 썼고 그 글은 교장선생님이 전교생에게 읽어주며 눈물을 흘린 글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어머니의 부재가 그에게는 글을 써야 하는 동기 부여가 됐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행복과 불행 모두가 축복이다.
행복할 땐 행복을 누리고, 불행하다 싶으면 글을 쓰면 되니까.
불행할수록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니 모든 세상살이에 글쓰기는 얼마나 달가운 선물인가
98쪽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다. 내가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가지고 있는 콘텐츠들이 편안하고 밋밋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나에게 축복이고 행복이지만 한계이기도 하다. 행복한 이야기도 쓸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글은 불행에서 나온다. 그에 비해 남편은 인생 자체가 책 한 권 스토리다. 남편 팔아 글을 써 볼까? 지금은 눈치 봐야 할 사람이 너무 많지만 무대의 사람들이 모두 떠났을 때 그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말은 맞는 말이면서도 핑계다. 눈에 띄는 극적인 사건이 글을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지만 글은 사건만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그 감정을 붙들고 써 보지 않아서다. 쉽게 쓰고 싶어서다.
글쓰기에 필요한 생각은 여섯 가지다. 지식, 해석, 경험, 느낌, 상상, 통찰이다.
우리는 모방하면서 말과 글을 배웠다. 자기 글이 독창적이라고 확신하는 그 누구도 모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방에 돌팔매질할 수 있는 사람은 태초의 창조자 말고는 없다고 단언한다. 어차피 좋은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다 해버렸다. 좋은 음악은 베토벤이 다 만들어버렸다. 그나마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겨놓은 것을 니체가 다 써먹었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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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쓸수록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저자는 자주 책의 목차 예찬을 한다. 책의 목차를 보기 위해 서점을 자주 간다고 한다. 목차는 호기심을 유발하고 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목차 안에는 배경지식이 있고 목차 한 줄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목차야말로 독자의 마음의 움직이게 하고 책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붙들어 두는, 치밀하게 짜인 각본 같은 것이다”
내가 실천해 보고 싶은 것은
→자기만의 단어장 만들기
→단어의 어원에 관심 가져보기
단문으로 쓰라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었다. 반복되는 강조 보다 이 연설 하나의 효과가 더 크다. 왜 단문으로 써야 하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진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고 그렇지만 사람은 그런 것을 극복해나가는 열정이 어디에서 생기느냐면 이런 보람 나라와 지역이 발전해가는 한 걸음을 내딛었구나 그런데서 어떤 일이 있어도 참 기쁘게 힘을 갖고 나아가는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2014년 12월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간담회 박근혜 대통령 연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있다는 말도 안다. 그런데 여전히 나도 부사를 습관적으로 쓴다. 정식으로 퇴고라는 것을 해 본 경험은 한국일보 ‘여성의 창’ 쓸 때밖에 없었다. 그땐 쓰고 고치고 줄이고 빼고 정말 쓰는 시간의 몇 배를 고치는 시간으로 썼지만 일반적으로 블로그에 쓰는 글이나 리뷰는 읽고 쓰기도 바쁘다. 오타 정도 건지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글을 써 보는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다.
인간이 뇌고 뇌가 인간이라는 것. 뇌는 물질이니 길들이기 나름이다. 내 뇌는 내가 관리한다. 이것이 글쓰기에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4장 실제로 글은 어떻게 쓰는가
나이 먹고 보니 글쓰기와 몸쓰기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됐다. 글은 쓰고 있는 시간만이 아니라 쓰기 위해 경험하는 시간까지를 포함한다. 자기소개서 안에는 산 만큼의 시간이 담겨 있고 자서전에는 평생이 녹아 있다. 글을 잘 쓰고 싶거든 몸을 쓰자.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손을 자극하자. 뇌와 몸은 하나다. 생각이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움직임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삶, 그것이 진정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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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몹시 아팠던 그 어느 날 밤의 기억을 떠올린다. 밤새 머리맡에서 수건을 갈아주던 엄마의 한숨 소리에 맞춰 끙끙 앓는 소리는 냈다면서 엄마 품에 온전히 안겼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평생 소유하는 기억은 아주 많은 것 같지만 삶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기억은 양보다 질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를 여의었지만 엄마의 사랑은 기억 속에서 그를 성장하도록 도왔다. 나도 초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 병원 치레가 많았다. 물론 신장염과 같이 장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던 일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대부분의 병원 방문은 내 몸이 아닌 마음이 원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많이 아프고 싶었다. 언니보다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픈 것이라 믿었다. 스무 살 넘어서도 종종 아픈 일은 있었지만 철들고 갑자기 건강해졌냐는 질문을 듣다 보니 내 지난 병원 기록이 자작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문이 든다.
<혼불>을 쓴 최명희 선생은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시대의 걸작을 쓴 선생도 믿지 않는 말을 나는 여전히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감이 떠오르고 붓을 들어 줄기차게 써 내려가는 멋진 장면을 상상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의대생이 꼭 들어야 하는 과목 중에 내러티브 의학 과정이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의대생은 소설 창작에 관해 배운다. 의사가 웬 소설 공부냐고? 의사는 환자에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다. 공감능력 없고 스토리텔링이라곤 전혀 모르는 의사와 환자가 마주한다고 생각해 보라. 의사도 고칠 수 없는 병을 어떻게 풀어 설명할 것인가.
잘 쓰는 사람은 잠깐 쓰고 오래 고친다.
못쓰는 사람은 오래 쓰고 잠깐 고친다.
쓰다가 진이 빠져서 고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 쓰고 나면 꼴도 보기 싫다.
(아 정말 내가 그런데.. 다 쓰고 나서 보기 싫은 이유가.. 또 보면 지우고 싶을 때가 많아서다. 눈 질끈 감고 그냥 올리기. 가끔 찾을 것이 있어서 예전 글 찾아보면 민망하다. 어쩌자고 그렇게 썼는지. 그렇다고 지금 낫나? 그건 아니다. 시간을 두고 보면 더욱 객관적으로 내 글의 허점이 잘 보여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래된 것일수록 민망하다. 지금 쓰는 글들도 언젠가 다시 민망함의 이름으로 찾아올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바로 처방전이 나온다.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다. 잘 고쳐 쓴 글만 있다. 글쓰기는 고치기 승부다. 만약 지금 만족스러운 글을 못 쓰고 있다면 아직 덜 고친 것이다. 또한 글쓰기 능력은 고치기로 향상된다. 퇴고는 가장 좋은 글쓰기 공부다. 글쓰기는 첨삭하며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퇴고야말로 스스로에게 하는 첨삭 지도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퇴고의 연속이다. 일단 쓴 원고처럼 훌쩍 저지르고 평생 퇴고하며 살아간다. 282쪽
5장 사소하지만 결코 놓쳐선 안 되는 글쓰기 환경
글이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린다. 저자는 집에서, 카페에서 사무실에서, 지하철에서 그때마다 다른 글이 써진다고 한다. 장소는 소재와 기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당신의 글쓰기 장소는 어디인가?
글 쓰는 장소는 비단 공간만을 말하지 않는다. 메모지, 공채, 노트북, 휴대전화, 블로그..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가 말하는 공간은 머릿속 빈 공간, 마음속 공간, 자연 속 공간, 독자 안의 공간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이 효과적이다.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쓴다.
글쓰기 책이긴 하지만 그의 가벼운 문체가 좋아서 연이어 고른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것은 대부분 생략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최대한 짧게 남겼다.(다음 책에 많이 중복된다는 것을 알기에 생략) 더 많이 생각하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즐거운 책 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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