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코로나 때문에 마켓에 가는 것 외에는 외출다운 외출을 못한지 너무 오래된 요즘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런 마음은 김민식 PD의 책을 읽으면서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는 정말 ‘짠내투어’를 연상하게 하는 돈 안 드는 여행 주의자다.
한국을 비롯해서 어디를 가든 걷는 여행을 선호한다. 또 하루 여행은 숙박비가 들지 않는 코스로 즐겨 하는 국내 자전거 여행 코스도 난이도별로 추천한다.
보통 여행 책은 럭셔리하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들어가 있지만 이 책은 자서전적인 느낌이 더 많이 난다. 그의 인생관과 삶이 다 보인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세 가지
영어, 독서, 여행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여행
이 세 가지가 세트처럼 시간만 생기면 큰돈 들지 않는 여행길에 오른다.
영어만 있으면 세계 어디를 가든 대충 통하는 편이고 여행에서 독서를 즐긴다.
그가 정말 인생을 재밌게 산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명절에는 고부간의 갈등을 피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을 한다.
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을 많이 하지만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도 아내와도 여행을 한다. 그의 절약정신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이라 하고 아버지도 여행을 좋아하시니 원조 짠내투어는 아버지인지도.
아무튼 독특한 사람
MBC 근무 시절 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김밥 한 줄 사서 책을 읽곤 했다. 보통 밥값이 7000원이고 커피값이 5000원인데 김밥 2000원 사고 남은 만 원은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여의도 공원에서 김밥을 먹으며 책을 펼쳐 읽으면 다이어트도 되고 책도 읽고 때론 공원 한 바퀴 산책도 하니 운동도 되고 소풍도 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약속 대신 산책과 독서와 사색의 시간으로 온전히 자신만의 휴식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여의도 남부 코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남산, 충무로 한옥마을, 어린이 대공원까지 지하철로 하루 보낼 수 있는 코스가 서울 시내에도 너무 많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명절엔 어머니가 계시는 부산에 간다. 고향이지만 여행하듯 간다. 관광안내소에서 부산 관광 안내 전도랑 갈맷길 안내 지도를 얻어서 여행을 한다. 부산의 이야기에 너무나 반갑다.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해서 외출을 전혀 못하시던 엄마가 부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다녀오셨다. 그때 “너가 좋아하는 부산 왔다” 하셔서 그 해운대 사진만 봐도 추억이 밀려왔다. 부산은 나와 아무 연고가 없는 곳인데 내가 나의 고향인 서울 외에 가장 많이 갔던 특별한 추억의 도시다.
잘 달리는 게 실력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것이 실력이라고 믿습니다. 인간은 고통도 즐기는 동물이고요 때로는 고난이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됩니다. p31
가까운 곳에서 찾으면 더 많은 것을 더 자주 즐길 수 있습니다. 여행의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 간단합니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만족도잖아요. 분모인 여행의 비용이 0이라면 가성비는 이론상 무한대에 수렴합니다. 돈 한 푼 안 들이는 여행이 오히려 더 즐거울 수 있지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고 말하는데요 여행의 즐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P44
2012년 MBC 파업 때 정직 6개월, 대기 발령, 교육 발령까지 징계 3종 세트를 한꺼번에 받았다. MBC의 아이슈비츠로 발령이 났다는 표현을 한다. 노조 부 위원장 활동을 한 덕이다. 회사에서도 굴욕, 집에서도 위로받지 못할 때 그는 한 달간 아르헨티나로 먼 여행을 떠났다. 미국을 거쳐서 가려고 했는데 비자 발급이 안됐다. 이유는 노조 부위원장할 때 검찰이 2년 징역을 내렸고 1심 2심 무죄가 나왔지만 고등검찰이 항소한 상태라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서울에서 밴쿠버로 다시 토론토로 칠레 산티아고 거쳐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3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달아나기 정말 힘들었다고~
그 시간 동안 그는 유배지에서 근무하는 하루하루를 여행을 즐기는 일상으로 바꾸어 살자고 결심하고 돌아오게 된다.
※김민식이 권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위한 세 가지
첫째, 먼저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 과정을 즐긴다(정보 수집)
둘째, 마음 챙김을 통해 여행의 매 순간을 즐긴다.(떠났으면 모든 것을 잊어라)
셋째, 여행을 마친 후 여행기를 기록한다.
여행은 이야기다! 길고 짧은 것을 떠나서, 좋고 나쁨을 떠나서, 비싸고 싼 것을 떠나서 성격과 취향을 떠나서, 모든 여행은 사건을 겪는 주체가 명확하고 뚜렷한 시공간적 배경이 있으며 시간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훌륭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썩히면 죄가 된다. 우리 자신의 경험에 충실하지 못한 죄, 행복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망각의 강으로 떠내려 보낸 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이라는 극진한 경험을 부추기지 못한 죄 말이다.
<여행의 심리학> 김명철
그의 첫 번째 여행은 1992년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취업하면 못 갈 것 같은 생각에 영어 과외를 하며 번 돈으로 하루 2만 원도 안되는 예산으로 45일간을 보냈다. 하루 세 끼를 바게트로 때우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며 보내거나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열차를 주로 이용하며 보냈다고 한다. 새벽에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기차역 벤치에서 노숙을 한다. 벨기에 브뤼셀역에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그 시절엔 젊음 자체가 무기인것 같다. 돈이 없다고 즐기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떠나는데 가장 필요한 요건은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그의 꿈은 작가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글 쓰는 직업은 굶어 죽기 딱 좋다고 의사가 되라고 하셔서 그는 이과를 선택했다.
“내 집에서 내가 번 돈으로 먹고살려면 내 말을 들어야지”
그래서 그는 돈을 벌어서 살기 시작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돈을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라는 제목은 여기서 나온다. 절약하는 습관도 배낭여행 덕분에 길러졌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의 무게보다는 자유롭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데 한 표를 던진다. 여행에서 짐을 줄이는 게 필수이듯 욕심을 버리면 훨씬 자유롭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게 은근히 많아요. 인생을 사는 데 큰돈은 필요 없다는 믿음이 있다면, 돈을 벌기 위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감내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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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면 굶어 죽는다고 다들 난리들 치지만 그때의 저는 사표를 낸 덕에 인생이 즐거워졌어요. 또 한편으로는 해고를 각오하고 싸운 덕에 삶이 더욱 풍성해지기도 했고요 여행을 하면서 느꼈어요. 죽음을 각오하면 오히려 삶이 즐겁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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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관광을 다니는 관광객에겐 제한된 일정 안에서 여행지를 보기 위해 최고의 목적지를 선정한다. 하지만 여행자인 그는 자신이 쓰기 싫어하는 돈을 쓰지 않고도 오래 여행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다. 돈 안 쓰는 짠돌이는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오르는 대신 스카이워크를 걷고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은 무인텔로 저렴하게 숙소를 구할 수 있고 바야흐로 여행자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의 여행자 철학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에 강한 공감을 한다. 무턱대고 가서 보는 것도 좋지만 미리 공부를 하는 재미도 여행의 설렘도 주지만 동시에 현지에서 제대로 구경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생에 꼭 필요한 물건은 의외로 적구나. 물건보다는 경험에 돈을 쓰며 삽니다. 남는 건 추억밖에 업어요. 소유냐 존재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소유를 줄이고 존재를 살찌우는 편이 낫습니다. P106
여행은 감각을 확장하는 기회입니다. 잔지바르를 여행하며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모든 감각에서 새로운 자극을 맛봤어요. 처음 보는 바닷속 산호초 풍광은 시각의 확장, 처음 듣는 열대우림 새들의 지저귐은 청각의 확장, 처음 맛본 두리안의 기름진 풍미는 미각의 확장, 처음 밟아본 인도양 모래의 부드러움은 촉각의 확장, 잔지바르 스파이스 투어는 후각의 확장, 한마디로 감각의 향연이었어요. 아프리카, 낯선 감각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P109
탄자니아 제1의 도시인 다르에스살람은 우리에게 낯선 도시다. ‘다르에스살람 여행기’를 한글로 검색하면 2010년에 그가 쓴 블로그 여행기가 첫 페이지에 뜰 정도다. 그는 그런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외국 사람들에게 몇 달러를 더 벌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사기를 치면 얼마나 많은 여행자들이 그 리뷰를 보고 그 도시에 반감을 갖게 될까? 낯선 곳에서는 그런 리뷰 하나가 괴담처럼 떠돌며 발길도 되돌리게 할 정도로 영향이 크다. 그런 걸 생각하면 택시 기사들이 그 나라의 얼굴이 될 수도 있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만큼 숙소나 여행상품에 온라인 리뷰를 많이 참조하는데 호불호가 나뉘지만 리뷰를 보다 보면 반복되는 메시지가 있는지 주목한다.
“나에게 여행은 최고의 동기이자 보상이다”
100세 시대, 퇴직 후 그는 한국보다 물가가 싼 나라에 가서 장기 여행을 하며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5개 국어를 공부해서 가는 곳 어디서든 친구를 사귀는 것이 그가 꿈꾸는 노후다.
2016년 한 해 동안 250권의 책을 읽으며 매일 원고를 썼다고 한다.
책을 쓰고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여행 이야기를 쓰는 것이 그가 꿈꾸는 노후의 선순환.
인류가 남긴 놀라운 문화유산을 보면, 인간의 위대함도 다양성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람만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 사는 동물이 없어요. 극지에서부터 적도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다양한 주거 양식과 생활 습관을 만들어 어떤 환경에도 적응합니다. 낯선 음식과 문화는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여행이 더 즐거워집니다. P171
“관광과 휴양을 하나의 여행 안에 녹여 넣은 건 재미와 휴식을 동시에 챙기는 방법이지요. 노는 것과 쉬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달라요. 놀이와 휴식을 함께 추구할 때 더욱 빛이 납니다. "P182
*관광+ 휴양 더블 테마 여행 코스
5일 : 일본 도쿄+ 하코네
2주: 태국 치앙마이+ 남부 선마을
4주: 인도+네팔
그의 베스트 여행지는 네팔 히말라야
스위스 융프라우, 캐나다 로키산맥, 남미의 파타고니아도 좋았지만 접근성과 가격 대비 만족도 면에서 히말라야가 최고였다.
여행이란 원래 뻘짓하는 재미로 다니는 거죠.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을 원한다면 그냥 집에서 익숙한 일상만 반복하며 살아야지요. P205
숙박비 안 들고 휴가를 따로 쓸 필요가 없는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
※ 서울 근교 자전거 여행 베스트 3
→북한강 자전거길: 가평 자라섬+ ITX 청춘
(편도 80km/ 5~6시간 / 난이도 중)
→남한강 자전거길: 다산 생태공원+경의중앙선
(편도 60km/ 4시간/ 난이도 중)
→아라 자전거길: 서해+공항철도
(편도 50km/ 약 3시간 반/난이도 중)
인생관은 20대에 만들어지고
인생은 50대에 만들어진다
그가 춘천 자전거 여행 중에 만난 '벨칙 할아버지'는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1968년 체코 민주화 운동 시기에 ‘프라하의 봄’을 이끈 대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프라하에 소련군 탱크가 들이닥칠 때 그는 미국에 와서 건축 공부를 하고 설계사 일을 했다고 한다. 나이 70에 이제는 난민이 아닌 여행자가 되어서 자전거를 타고 남미로, 인도로, 세계 각국으로 자전거 여행의 기록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텐트 치면서 노숙하고 그 나라에서 제일 싼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할아버지는 <한국 자전거 여행기>에 여행 중 만난 김민식 PD의 일화도 담겨 있다고 한다. 그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매일매일이 즐겁다
세바시 강연에서 그를 봤을 때도 그가 참 즐거워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은 인생이 재밌을 수밖에 없다.
도보여행이든 자전거 여행이든 나 홀로 여행에서는 나의 의지대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속도를 조절하는 게 가능한 이점이 있다.
여행 책을 두 권 연달아서 읽으니 진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도 여행의 시의성이야말로 정말 놓치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해 보며 지금은 타인의 여행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시간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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