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다혜
이다혜 작가의 책에 이어서 바로 그녀의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작가가 책을 쓰던 시대에서 책을 쓰면 작가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글 좀 쓴다는 인증을 받은 사람들이 책을 내던 시대에서 이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만 그만큼 쏟아지는 책의 홍수시대에서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불편함도 생겼다.
독서법, 공부법, 글쓰기 법, 운동법, 여행하는 법 등의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법 대신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책을 하나 꺼내 독서를 시작하면 되고 운동법 대신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게 낫다.
수많은 ‘~법’의 틀에서는 자유하고 싶으면서도 아직도 ‘글쓰기의 법’으로 나를 옭아매고 싶다는 뜻인가. 아니면 스스로 글쓰기의 감옥에 갇혀있고 싶은 것인가.
(이 마음으로 위화의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을 읽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목이 나를 끌어당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글쓰기의 3원칙을 배웠다고 당장 유시민처럼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본인은 타고난 것이 아니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내가 봤을 때 겸손함으로 숨긴 것이지 그는 타고난 활자 킬러이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류의 “00가 너무 쉬웠어요”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몰라서 못쓰는 것이 아닌데 이런 책들이 왜 필요한가 묻는다면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는 이상하게 소설을 읽듯 책장을 빨리 넘기지 않고 옆에 노트와 펜을 꺼내게 만든다는 데 있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책을 읽을 때에도 옆에 노트를 놓고 그가 질문하는 것들을 적게 되고 지금 읽은 이 책도 중간에 멈추고 여러 번 노트의 새 창을 만들어서 다음에 쓸 것을 메모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저자이다혜출판위즈덤하우스발매2018.10.19.
1.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다
글쓰기를 다루는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최고의 쓰는 비법은 ‘무조건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서 뭐든 쓴다’다
로또에 당첨되려면 최소한 로또를 사야 하듯 일단 써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혐오에 익숙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말이 어쩜 그렇게 공감이 되던지. 일기를 쓰거나 다이어리 수첩을 정리하는 것은 나의 최애 취미이자 가장 오래 해 온 습관이고 블로그에 간단한 책 리뷰를 쓰는 것도 좋아하는 것이라 부담이 없이 하는데도 여전히 무엇인가 ‘쓴다’는 것이 주는 '위축'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글쓰기라고 명명하는 것은 싫다. 나에겐 끄적끄적 또는 다이어리 쓰기가 딱 편하다.
글을 쓰기 전에 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왜 쓰는가?
무엇을 쓸 것인가?
누구를 위한 글인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내 눈으로 볼 수 있게 시각화하는 작업이 글쓰기다
→소재에서 시작하기와 주제에서 시작하기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쓰기.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쓰기
→제목만들고 쓰기와 쓰고 나서 제목 만들기
→경험을 살린 글쓰기
경험은 고유하다
피아노 치듯 글쓰기
→소재 발전시키기
“I remember” “나는 기억한다” 글쓰기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쓰기
→운동처럼 글쓰기 루틴 만드는 법
글도 운동처럼 꾸준히 쓰면 는다.
→장소 만들기
식탁일수도 있고 커피숍일수도 있고 여기 앉으면 쓰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장소
→시간 정하기
→음악 고르기(개인적으로는 이건 어렵다. 집중이 전혀 안돼서.. 늘 조용하게)
→손 씻기, 향초 켜기(기도하는 마음)
→청소하기
→마감
→주제 발전시키기
주제를 중심으로 연관된 화제 찾기
주제를 중심으로 연관된 논리 찾기
여러 작가들을 인터뷰하며 알게 됐는데 작가라고 해서 꼭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많이 읽는다고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아예 안 읽는다면 애초에 멀쩡한 글을 쓸 확률이 낮아진다. 어휘력이 부족해지고 가용한 문장의 형태가 단순해진다. p46
#가장 흔하고 쉬운 글: 리뷰
책 읽기,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해 쓰기
(*검색하기 전에 기록을 남긴다. ‘나’의 경험이 반영된 리뷰 쓰기의 가장 중요한 점)
2. 보고 읽는 것에 대해 쓰는 연습
글쓰기라는 인식 없이 가장 흔한 글쓰기 형태는 리뷰가 아닐까 한다. 리뷰는 인터넷 쇼핑 시대에 가장 인기 있는 마케팅 수단이다.
유난히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작품이 있을 때, 리뷰를 쓰며 그 감정을 끝까지 파보기를 권한다. 일기를 쓰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는 방법을 쓰기 괴로울 때, 리뷰 쓰기는 꽤 효과 좋은 우회로가 된다.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희로애락에 함께 젖어보거나 경멸하는 캐릭터를 강도 높게 비판하다 보면, 그것은 나 자신을 비우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자기 성찰적인 글쓰기로서 리뷰를 쓸 때는 캐릭터에 집중해 글을 이어가면 좋다. 타인을 비평하는 일이 쉽고도 재미있기 때문에, 가끔은 거울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p85
책 읽기, 읽은 책에 대해 쓰기, 메모하기, 영화 리뷰 쓰기, 영화와 책 비교해 쓰기,
3. 삶 가까이 글을 끌어당기기
#연하장 쓰기
#인생은 피드백
타인에게 건네는 ‘좋은 말’은 섬세한 감식안을 거쳤다는 확신이 함께 한다면 무한대의 기쁨을 준다.
#글쓰기로 내가 되기
좋은 책은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아주 오랫동안 믿어왔다. 나는 누구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책과 함께라면 어떤 모험이든 가능하다.
109
간접경험과 직접경험, 그리고 그 모두에 존재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기, 글쓰기, 나 자신이 되겠다는 가장 강력한 행동. p114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이것은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멋진 이유가 된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쓰고자 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고통이 있고, 그래서 퍼붓는 노력이 있고, 더디지만 더 나은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남이 알기 전에, 그 매일에 충실한 나 자신이 먼저 안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p120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보면서 매일 일기를 써 보라. 수영 일기, 금연 일기, 산책 일기, 새로 마음먹은 것에 대해서는 일기를 쓰자. 기록을 하면서 경험을 되새기게 되고 조금씩이라도 발전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꾸준해지며 일상의 다른 부분과 유사한 패턴을 발견하면서부터는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가 된다 p126
글쓰기는 무궁무진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소재가 결국 책을 비롯한 읽은 것들, 본 것들,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나온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읽고 싶다는 강한 생각. 특별한 날만 쓰는 것이 아닌 그냥 쓰는 습관. 그렇게 다섯 페이지만 쓴 새 노트를 여러 권 갖고 있다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나만 의지가 약한줄 알았지~~)
여행에 대해 쓰기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엄청난 귀찮음을 물리치고 ‘정리’하는 것이다. 맞다 그냥 사진만 찍어둔다. 나중에 정리해야지 하던 사진첩은 쓰레기장이 되어서 결국 용량 문제로 하나 둘 그냥 버려지고 만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p142
4. 퇴고는 꼭 해야 합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꼽는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끝까지 쓰기’와 ‘퇴고하기’다. 퇴고하기란 공산품 제작 과정으로 말하자면 최종 검수 작업에 해당한다. 퇴고를 할 때는 ‘남의 시선으로 읽기’가 중요하다. p146
1차 퇴고: 습관적으로 쓰는 정보 값이 없는 부사어 삭제
* ‘것’ 지우기: 것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표현을 명사로 바꾸거나 문장을 손봐야 한다.
예) 공교롭게도 이들 홍콩 영화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공교롭게도 이들 홍콩 영화를 언급하기만 해도
예) 사실은 난민을 그린 영화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은 난민을 그린 영화였다.
→사실은 난민을 그린 영화였음을 알게 됐다.
* ‘~하고 있는' 줄이기
예) 사회적 부작용을 겪고 있는 유럽은
→사회적 부작용을 겪는 유럽은
* 유행어는 가능한 쓰지 말자
* 단어에도 나이가 있다.
* 주술 호응과 수동태의 깊은 뜻
-문장 뜻이 이해가 안 가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면 될까? 주술 호응을 맞춰본다.
* 시작과 마무리 다시 보기
-글의 양이 많다면 첫 문단을 지워보라
-마무리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할 말이 있다. ‘교훈적인 마무리’는 지양하자
(황희정승식 글쓰기... 이거 정말 고쳐야 하는데 늘 마무리가 안된다. 맨날 반성하는 일기만 써서 그런지 버릇이 습관이 됐다)
그러면 도대체 마무리를 뭐로 대체하란 말이냐?
마지막 문장을 근사하게 쓰는 일은 중요한 기술이다. 많은 필자들이 그 마지막 문장을 남기고 오래 고민한다.
열심히 썼다고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퇴고하기
1. 나는 하고자 하는 말을 썼는가
2. 원하는 정보 혹은 감정이 잘 전달되는가
3 도입부가 효율적으로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나
4. 주술 호응이 잘 맞나
5. 고유명사는 맞게 들어갔나/ 인용은 정확한가
6. 도입부가 길지 않은가(한 단락을 지워본다)
7. 마지막 단락이 지지부진하지 않은가(몇 문장을 지워본다)
8. 제목은 본문을 읽고 싶게 만드는가
9. 반복되는 표현, 습관적으로 쓴 단어(특히 부사와 접속부사)는 없는지
10.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다. 소리를 내서 읽어도 좋다
5. 에세이스트가 되는 법
첫째, 유려해 보이는 긴 문장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다는 뜻이라면,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남의 문장이나 표현 참고하기를 멈추는 일이다.
둘째, 긴 글을 논리적으로 쓰고 싶다는 뜻으로 던진 질문이라면 이 경우는 논리적으로 쓴 다른 사람의 글을 분해해보는 시도를 권한다.
셋째, 단행본을 내고 싶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면 일단 글을 많이 써야 한다.
#에세이 시대의 글쓰기
쓰기의 시대고 에세이의 시대다. 누구나 쉽게 글을 쓰는 시대가 열렸다.
경험과 공감이 따른다면 비전문가의 책이 전문가의 책 보다 잘 팔리고 인기를 얻기도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야말로 꾸준히 글을 쓰는 최고의 방법이다”
6. 이제 글을 써볼까
제가 글을 쓰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제가 쓴 글을 읽고 사람들이 “쓰신 글 보고 궁금해져서 그 책 저도 사서 읽었어요”하고 할 때입니다
내가 독서 리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쓰는 독서 리뷰가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이 되면 좋겠다. 실제로 요즘 블로그에서 독서 추천 선순환이 되는 것을 많이 본다. 나 역시도 독서 리뷰나 소개를 보면서 만난 책을 찾아서 읽게 된다.
때로는 책을 읽는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리뷰쓰기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독후 활동이 아닌 독서의 시간에 그 리뷰 쓰기까지 포함을 시켰다. 리뷰 쓰기가 끝나면 그 책은 다 읽은 책으로 분류하지만 읽고 리뷰를 쓰지 않은 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분류한다.
많은 책들이 다 읽지 않은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때로는 이런 절차가 더 많은 책을 만나지 못하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시간이기 때문에. 그래도 이 방법을 지금은 고수해 보련다. 이런 독서가 1차적으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전에 나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 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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