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미래
노무현
5월 23일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는 날이었다.
작년에 노 대통령의 생가에 가서 헌화를 하였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시민을 위한 대중 교양서 ‘진보의 미래’와 시간을 보냈다.
11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그 육성이 귓가에 들리는듯해서 책을 읽었지만 담화를 들은 것 같다.
제목부터 대통령의 친필이 낯이 익다.
<진보의 미래>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작이다. 이 책은 대통령이 돌연 세상을 떠난 2009년 그해 가을에 세상에 나왔다. 퇴임 후 계획대로 고향 봉하로 귀향하여 소박하게 사신 대한민국의 유일한 대통령.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하셨던 그를 사람들은 먼 길 마다 앉고 찾아가서 만나고 이야기 듣기를 원했다. 그러다 2008년 연말부터 대통령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책 집필의 시간에 몰두하셨는데 그 내용을 담은 책이다. 생가에서 대통령의 서재와, 사방이 다 창으로 공개되어 있던 집의 구조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그분의 생각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봉하에 갔을 때 생각난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을 봉하로 부르셔서 우리 사회 공론의 수준을 높일 책, 민주주의 발전사에 길이 남을 책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아예 거처를 봉하로 옮겨 연구 작업을 시작했다. 책의 연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통령은 비공개 연구 카페를 활용한 인터넷 집단 협업이었다.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몸소 시스템을 개발하고 다듬어 나갔다. 당신 스스로가 연구자 한 사람으로서 사색하고 독서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며 참여했다. 밤잠도 잊고 때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물리치면서까지 연구에 몰두했다.
어느 연구자보다 많은 글로 연구를 주도하며 중진 학자들조차 그 전문성과 통찰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책을 끝맺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고뇌했던 주제를 이제 국민들의 손에 유업으로 넘겨주었다.
노무현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 시민, 성숙한 시민의 힘을 생각하게 된다. 정치는 다 썩었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늘 배부른 사람만 잘 먹고사는 나라..'이게 나라냐'라고들 한다. 노무현을 만난 뒤 멀리서 보던 그 ‘정치’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바라보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뒷짐 지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구경꾼이 아니라 내 소중한 시민의 권리 그리고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 두 가지를 다 누리고 싶어졌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의 참여 의식이고 연대다. 참여연대.
‘시민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간다’
진보의 미래저자노무현출판돌베개발매2019.05.03.
책의 주제는 ‘국민들의 행복한 사람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책을 보면 그는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대답하기를 반복한다.
국민들이 말하는 경제.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런데 그 경제는 어떻게 해야 사는가?
보수와 진보 결국 먹고 사는 문제를 말하는데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 먹고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이런 질문 가운데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게 된다.
나라를 바꾸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 정권을 바꾸자? 정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지는가? 정책을 바꾸자. 문제는 정책이다.
대통령은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겨 하셨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과도 소통하기 원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상이 달라졌다.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다. 성공하고 난 후가 중요하다. 출세한 사람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키우자. 작은 일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열심히 하라. 스스로 알아서 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다.
30
부모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경쟁, 성공할 수 있는 교육, 패자에게도 가혹하지 않은 사회,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 이런 사회를 만들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복지를 증진하는 성장, 경쟁력을 키우는 성장, 깨끗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 지속 가능한 나라, 생태가 살아 있는 나라
성장해야 일자리가 있지만 모든 성장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이 있고 일자리를 거의 만들지 않는 성장도 있다. 복지 정책에 더 많은 일자리가 있다. 복지를 향상하는 성장, 사람의 보람을 충족하는 성장이 된다. 교육, 환경, 국토, 관리.
진보는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가치다. 민주주의는 지금도 진보의 도정에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라야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 교란될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시민이다. 교란되는 이유는 시민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따라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여러 가지 정치 공학적 전술을 사용한다. 언론은 여론을 조작하고 지배한다. 돈은 언론을 움직이고 자금을 댄다.
시민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시민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찾고,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이다. 민폐 끼치지 않을 의무, 공동체에 대한 책임, 책임지는 나라, 책임지는 시민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
정치, 정책과 우리의 가치와 이해관계와의 인간관계는 매우 복잡하여 여간해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야바위 같은 논리와 선전이 난무한다. 오랜 역사 동안 그랬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학습이 필요하다.
P114
이게 누구는 강자, 누구는 약자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위험에 빠져 있고, 언젠가 누구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어요. 혼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제 결국 집단적 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남은 역사의 숙제거든요.
그 아이들이 성공을 더 확실하게 높은 확률로 보장하는 것은 뭔가? 아이들의 행복한 삶에 목표가 있다면 그 행복은 살기 좋은 세상이 올 때 주어지는 것이죠. 세상을 바꾸는 것, 좋은 세상을 제공하는 것, 그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죠. P145
나는 그냥 불행한 대통령…
나는 분배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물매만 맞았던 불행한 대통령이다. 그러다 언론과 대중적 분위기 같은 거 눈치 살피려고 세금이나 깎아 주고... 뭐 나는 ... 대통령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또 지나고 나서도 이 참담한 현실 같은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정말 내가 황당한 나라에 지금도 살고 있고, 지금도 쳐다보면 답답하고 지금 우리가 여기 앉아서 감세 얘기를 하고 있는데, 환자가 지금 뭘 먹어도 못 살 판에 살을 뺀다고 하고 있으니…
어쨌든지 나와 참여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를 기록할 때 주로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합니다. 그런데, 나는 주제 중심으로 구성을 바꿔서 하고 싶어요. 주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경험했던 얘기들을 많이 넣고 싶은 것이죠.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당신은 하지도 못해 놓고 뭔 소리냐?’ 이럴 수 있거든요. 사실 내가 아쉽게 놓친 것도 있고 다른 분야 때문에 후 순위로 밀린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난 대통령이 혼자서 하는 게 아니란 얘길 해주고 싶어요. 변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죠. P154
한국의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
인간의 의지가 역사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는 이 명제를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역사는 필연일 뿐이고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버리지 않는 한, 사상적으로 체계화된 인간의 의지만이 역사를 바꾸는 것이다,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p155
역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결국 시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된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하는 희망이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상이란 것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서 실현된다는 믿음 같은 것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p162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결국 선택을 결정하는 것이거든요. 선택의 결과에 따라서 국가가 하는 일이 달라지게 되지요.. p168
정책을 가지고 진보. 보수의 전선을 말하자
진보나 보수라는 것이 보수 맞냐 안 맞냐를 떠나서 누구의 철학이냐 누구를 위한 누구의 철학이냐를 묻고 싶어요.
진보의 가치는 뭐냐? 연대, 함께 살자. 이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교리하고도 맞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지면 공존의 지혜이고, 종교적 교리로 따진다면 그건 하늘과 신의 뜻이다. ‘더불어 서로 사랑하고’이게 연대 정신이잖아요. 그리고 다같이 하느님의 자식들로 평등하게 태어나서 서로를 존중해라. 그런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자유 평등 평화 박애 행복 이게 고스란히 진보의 가치 속에 있는 것이거든요.
쉽게 말해 진보, ‘함께 타고 가자’는 것
공산주의 혁명이론이 뭐냐면 버스 딱 세워 놓고 몽둥이 들고 올라가서 ‘차주 내려와’ 하면서 패고 ‘기사 내려’하면서 패고, 확 끌어내 버리고, ‘우리가 몰고 가자’하고 빵 가버리는 거거든요. 진보라는 건 그게 아니고 ‘차가 좀 비좁나? 그래도 다같이 가야 되는 사람들인데 타야 될 거 아이가? 우리도 좀 타자’ 근데 못 나게 하니까 ‘왜 못 타 인마, 김해 사람은 손님 아니야?’이러면서 올라타거든요. ‘김해 손님은 손님 아니야?’그렇게 하고 막 밀고 가는게 진보죠. 보수는 ‘야 비좁다. 태우지 마라. 늦는다. 태우지 마라’이거죠. p226
빈부 격차에 대한 진보의 답
빈부 격차 원인에 대해서 로버트 라이시 같은 사람의 주장은 결국 세계무역이거든요. 선진국에서 빈부 격차가 커지는 건 자유무역으로 인해서 선진국의 생산직 노동자가 갈 데가 없어졌다. 이게 빈부 격차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핵심은 사람이다
-경제의 본질은 분배 문제
결국 교육
교육의 기회균등, 그것을 위한 공공적인 투자, 인간에 대한 투자, 교육, 직업훈련, 또는 교육과정에서 인격 양성, 창의력 기르기 ... 사람에게 향하고 사람을 존중하는 방향성.
행동하는 시민 없이 민주주의 없다
내가 말하는 시민이라는 것은 자기와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 자기와 정치, 자기와 권력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적어도 자기의 몫을 주장할 줄 알고 자기 몫을 넘어서 내 이웃과 정치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런 것을 일반화해서 정치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시민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런 개념에서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시민이고 그 시민 없이는 민주주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시민의 숫자가 적다면 시민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죠. p307
역사의 진보를 밀고 가는 역사의 주체,
민주주의의 이상과 목표를 분명하게 품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운영해 갈 수 있는 시민 그리고 성숙한 시민들의 연대
정치하는 사람들이 막말을 하고 시민을 우습게 보더라도 깨어있는 시민들을 두려워하도록 시민들이 똑똑히 공부하고 제 몫을 할 수 있기 위해 결국 교육을 이야기 한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제도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다. 국가의 역할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주권이 힘이 되어야 한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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