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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by 북앤라떼 2020. 8. 14.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스즈키 루리카

행복은 목욕물과 같이 따뜻한 곳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다. 눈앞에 있는 작은 행복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풍요로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스즈키 루리카: 2003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문학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으로 초등학교 4,5,6학년에 걸쳐 일본 대표 출판사 쇼가쿠칸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반나절 만에 쓴 열한 장의 원고에서 소설로 나온 지금까지 읽은 책 들 중 가장 어린 작가의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아서 기억해 두었다가 특별히 어버이날에 이 책을 읽었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엄마 나도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날래”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두 모녀가 매일 사 먹는 반값 할인 스티커가 붙은 초밥도 좋고 운 좋게 할인받을 수 있는 케이크도 좋다. 음식의 가격이 언제나 맛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먹은 후의 만족감을 보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잘 먹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가 가장 맛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김준현의 먹방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죽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대대로 전해지는 이 말은 집안의 명언과도 같고 내 인생철학과도 같다.

나도 일단 기분이 안 좋으면 먹고 본다. 먹다 보면 생각도 좀 단순해지고 심각하게 여겨진 일도 조금은 무뎌지는 느낌이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저자스즈키 루리카출판놀발매2019.05.29.

 

 

엄마는 꽃도 있고 열매도 있는 명과 실을 겸비한 인생을 살라는 바람을 담아서 ‘하나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의 아빠를 보면서 ‘나의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빠라고 한번 불러보고 싶은 하나미. 그러나 엄마는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고만 한다. 그래도 아빠 얼굴조차 알 수 없다니..

때때로 엄마도 외톨이 같고 나도 외톨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언젠가 선생님이 해 준 말을 떠올려본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말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은 좋지 않아요. 진실을 전부 아는 것이 꼭 좋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알아버리면 알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요

하나의 담임인 기도 선생님은 20대인데 사십대로 보이며 얼굴도 단정하고 키도 크지만 멋지진 않다. 영국을 가 본 적도 없지만 본인이 전생에 영국 신사였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다.

하나의 엄마는 공사 현장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힘쓰는 일을 한다. 엄청 잘 먹지만 가난해서 비쩍 말랐고 그런데도 에너지는 남들의 2배는 되는 것 같다. 혼자 딸을 키우면서도 늘 즐겁게 생활할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비결이 과연 뭘까?

학교 앞에서 친구 유카 아빠는 7년간 보지 못한 딸을 만나기 위해 서성인다. 수상한 사람인 것 같지만 그런 사람 앞에서도 친절한 하나는 아빠를 보기 싫어하는 유카를 설득해 함께 아빠와 재회하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작문 숙제 때문에 엄마에게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물었을 때 엄마는 육교 아래 사는 노숙자 아저씨라고 대답했다. 이십 년 넘게 그렇게 혼자 살면서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을 다 이기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아저씨의 정신력과 체력이 강인하다는 증거라고 엄마도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그 아저씨를 생각한다고 한다.

엄마가 아줌마의 소개로 가자마 슈퍼 가게 아저씨와 맞선을 보았고 서로 마음에 들어 한다 생각했는데 가자마 씨에게 거절 표시가 왔다는 말을 들은 하나는 자신 때문에 엄마가 행복한 길을 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친구 겐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네 엄마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건 다 너를 위해서야. 네가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엄마의 행복을 위해 네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잘못됐어. 네가 없으면 엄마는 행복해지기는커녕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불행해질 테니까

이 말을 모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부모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도 이 말만은 다들 기억했으면 좋겠다.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고 자기만 행복해지려는 부모는 없다.

하나가 또래들처럼 친구들과 놀이공원 (드리밍 랜드)에 가고 싶어서 자판기 동전 거스름돈을 주우러 다니고 돈을 벌 방법을 찾을 때 마음이 찡했다. 보통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일찍 철이 난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아이들은 아이들 때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돈은 필요한데 힘들게 일하는 엄마에게 말해서 부담을 얹어주긴 싫고( 철든 아이) 그러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작품 응모로 인기 작가가 될 수도 있고 결핍이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치고산을 하는 하나의 친구 가족을 보며(시치고산은 일본 전통 명절로, 남자아이가 3살·5살, 여자아이가 3살·7살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아이의 무사한 성장을 신사 등에서 감사하고 축하하는 행사다) 엄마도 어디선가 괜찮은 헌 옷 치마와 블라우스를 가져와 멋을 내고 하나에게도 교복을 입히고 엄마 직장에서 알바하는 예비 사진가 후지모토 청년의 도움으로 사진을 찍었다. 딸에게도 시치고산 축하를 해 주기 위해서.

엄마는 딸의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걸~

때로는 시치고산에 대한 믿음이 없더라도.. 미신일지라도 남들처럼 추억을 남겨주고픈 엄마의 마음이 하나를 더욱 건강하게 밝게 키우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아 사진 한 장이 가슴에 들어오는 듯한 장면으로 울컥한다.

인연이라곤 없는 학교의 교복을 입고 집 근처의 낡고 초라한 산사에서, 엄마가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지만 사진작가 지망생인 청년을 오게 해서 사진을 찍었고 축하 자리는 역 앞 라면 가게였으며 마지막에는 지토세 사탕 하나를 세 개로 나눠서 다 같이 먹었다. 이런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시치고산이었지만 우리집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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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rry_318, 출처 Unsplash

 

늦은 가을이면 은행을 주워서 구워 먹고 그렇게 엉성하지만 시치고산 추억 사진을 담은 엄마와 하나는 매년 그 가을에 은행을 주우면서 그날을 추억하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러나 여기 두 모녀는 가난해서 조금 불편함은 있지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살아간다.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은 다르지~그걸 구분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사회가 더 건강해질 듯.

엄마는 공사현장에서 일한다. 도로포장이나 집을 해체하는 일도 한다. 여자 직원은 엄마 말고 없다. 굉장한 중노동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언제부터 했는지, 다른 일을 한 적은 없는지 전혀 모른다. 나와 제일 가까우면서도 알쏭달쏭 한 사람이다. ….. 엄마를 보고 있으면 먹는 게 곧 사는 것이라고 절실하게 느낀다. .. 소화력이 유난히 강한지 먹어도 금방 배가 비워죠서, 헝그리 정신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늘 배고파한다. 말 그대로 리얼하게 헝그리다. 굶주린 늑대라는 표현이 멋있을텐데 엄마는 꼬르륵거리는 배를 안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들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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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고 우수한 가족들 틈에서 시험에 떨어진 것을 비관하고 강으로 뛰어내리려 했을 때 운명처럼 미카미를 불러주는 하나미 모녀

그 슬픈 상황에서도 모녀는 어둠을 밝혀주는 밝은 촛불 같은 존재.

오늘도 반값으로 사 온 일식, 양식, 중식, 디저트까지 말보다는 함께 한다는 것이 더 큰 위로고 힘이다.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아마도 하나미 엄마는 미카미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봤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미카미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기숙사에서 이 말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위로라는 것은 어쩌면 가장 낮은 곳에서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더 많이 가지고 풍성해질수록 더 많이 나눠줄 것 같지만 돈이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 주지는 않는다.

아이와 엄마가 다 공감하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하나미의 친구로서도 하나미 엄마의 친구로서도 다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엄마로 여자로, 강인하게 살아왔던 나의 엄마를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 부족함도 없이 부모에게 많은 것을 공급받으면서도 정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우리나라 자살률이야 누구나 다 아는 1위

그 원인의 1위가 부모님과의 갈등과 성적 중압감이라고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교'에서 오는 것들의 % 가 많다고 생각한다.

부모도 아이도. 체면과 비교 그리고 남들.

그것을 버리면 부모도 아이도 '우리 집만의 방법'대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린 하나미를 통해 듣게 된다. 우리 집답다~나답다 그렇게.

나의 열네 살을 돌아본다. 그 나이의 나는 어땠더라?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아이였지만 그 시절 나도 내가 다 컸다고 착각할 때가 많았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삶과 내가 살아갈 세상이 뿌옇게 안개로 덮인듯한 순간에도 그 안개가 걷히면 그날은 흐린 날이 아니라 더 선명한 해가 뜬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일.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이고픈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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