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책은 싫다.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문장도 싫고, 전문가라야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용어도 싫다. 따로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이름과 학설을 아무 설명 없이 나열한 글도 싫다. 글을 그렇게 쓰는 사람도 싫다. 배우고 깨닫고 느끼려고 읽는 것이지 ‘셀프 고문’을 하려고 책을 읽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 속에서 198
유시민!
그는 정말 말을 잘 한다. 지금까지 내가 본 토론에서 누군가에게 말로 밀리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나의 생각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면서도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말할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가 담고 있는 ‘말 도 있지만 그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보통 어떤 분야의 전문가 또는 학식이 많은 사람들은 말과 글을 어렵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시민의 책이 부담 없는 것은 어떤 사람이 듣거나 읽어도 거의 다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읽기 어려운 글들을 그도 역시 ‘너무 어렵다. 왜 저렇게 어렵게 써야 하지?’ 하고 공감해 줄 때 나는 안도감을 느낀다.
이 책도 쉽다. 안도감을 준다. 책이 쉽고 안도감을 준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글을 쓸 때 지침서가 될 수는 있다.
습관적인 수동태가 보이면 의식적으로 제거하고, 부사와 형용사를 비롯하여 한자, 일본식 표현, 외래어의 사용도 줄여보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그가 추천하는 책 들 중에서는 여전히 아직 만나지 못한 책들의 비율이 더 높다. 추천 책들도 기회되는 대로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의 요점을 정리해서 나눈다. 책의 특성상 읽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 그대로 발췌하였다.
1. 논증의 미학
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 능력에 기대어 소통하려면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논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효과적으로 논증하면 생각이 달라도 소통할 수 있고 남의 생각도 바꿀 수 있으며 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논리적인 글쓰기 규칙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논증 없는 주장으로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설득과 공감은 고사하고 기본적 소통과 교감도 어렵다.
글을 쓸 때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글을 쓸 때 감정에 빠지면 길을 잃기 쉽다.
2. 글쓰기의 철칙
유시민은 글을 두 종류로 나눈다. 문학적인(예술적인) 글과 논리적인(공학적인) 글이다.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상상력과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형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 있다.
텍스트 발췌 요약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글쓰기에는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지름길이나 샛길도 없다. 글쓰기는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기능이다.
글쓰기의 철칙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가 거의 발췌로 썼다는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의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그 책은 대학교에 들어간 후 10년 동안 그가 읽은 책을 요약한 것으로 단지 많이 팔렸지 잘 쓴 책이 아니라고 그래서 그는 텍스트 요약으로 글쓰기 훈련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글쓰기의 철칙 1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글쓰기의 철칙 2
글쓰기 근육이 부실한 사람은 무엇보다 첫 문장을 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혹평도 반갑게 듣고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글이 는다. 남몰래 쓴 글을 혼자 끌어안고만 있으면 글이 늘 수 없다.
3. 책 읽기와 글쓰기
시간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말보다 먼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중에는 선후를 가리가 어려워진다. 글이 말을 얽어매고 언어가 생각을 구속한다. 하지만 언어에 한정해서 보면 글이 아니라 말이 먼저다. 글을 쓸 때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결국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물론이고 중학생도 추천도서 목록은 필요 없다. 가장 좋은 독서법은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4. 전략적 독서
독해는 텍스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의 수는 지식수준에 비례한다. 또 어휘를 많이 알아야 옳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지식을 배우면서 어휘를 익히고, 텍스트를 독해하면서 문장을 익힌다. 똑같이 많은 책을 읽어도 어떤 책이냐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
첫째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
둘째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
셋째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
*추천 책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
*전략적 독서 목록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정의란 무엇인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유한계급론
마음의 과학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강의
역사의 연구
권력이동
역사란 무엇인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유냐 삶이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총. 균. 쇠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가이아
자유론
불확실성의 시대
미학 오디세이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공산당선언
코스모스
성 정치
유토피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시민의 불복종
진보와 빈곤
읽기 수월한 책은 아니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한 번 읽어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한 번 더 읽고 포기하지 말라.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가수이자 제작자인 박진영 씨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말하듯이 노래하라’고 충고한다. 글쓰기도 노래와 다르지 않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많은 지식과 멋진 어휘, 화려한 문장을 자랑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글을 잘 쓰려면 한자말, 일본어, 외국어 사용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멋지게 어울리는 단어를 결합해야 한다.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 쓰기>백신 구입을 강력 추천한다.
6.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글쓰기 근육을 만들려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훈련해야 한다. 글쓰기 근육을 만들려면 일단 많이 써야 한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하루 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첩에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주 엿새를 그렇게 하면 180분, 세 시간이 된다. 한 달이면 열두 시간이다. 1년을 하면 150시간이 넘는다. 이렇게 3년을 하면 초등학생 수준에서 대학생 수준으로 글솜씨가 좋아진다. 나는 그렇게 해서 글쓰기 근육을 길렀다.
글도 그림과 다를 것 없다.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귀로 듣는 것을 거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이다. 문자로 쓰지 않은 것은 아직 자기의 사상이 아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아직은 논리가 아니다. 글로 표현해야 비로소 자기의 사상과 논리가 된다.
부사와 형용사를 적게 쓸쓰록 좋다.
7. 글쓰기는 축복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글은 살 수 있지만 글 쓰는 능력은 살 수 없다.
8. 시험 글쓰기
낯을 익힌다고 해서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선 단어와 개념을 만났을 때 느끼는 두려움을 줄이는 효과는 있다. 사람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은 시험 글쓰기에 최대 장애물이다. 한 번 본 듯 친숙한 느낌이 들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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