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정철
5월은 노무현입니다
1주기 슬로건
by 카피라이터 정철
작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 비 오는 날 서둘러 봉화에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지지하는 정치와 정치인을 응원하고 싶었다. 시작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가 내 인생을 간섭했다. '당신 지금처럼 계속 살 겁니까?'라고 물었다. 대답해야 했다. 내 대답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카피로, 광고로 그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문재인으로 이어졌다. 사람 중심의 카피는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가치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금도 선택해야 할 두 갈래 길을 만나면 '노무현이라면 어떤 길을 선택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안개가 걷히듯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이 보인다.
카피라이터 정철
광고의 꽃은 ‘카피’, 그의 직업은 카피라이터이자 작가다.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소설가를 꿈꿔서 소설 쓰기에 빠져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985년도 MBC 애드컴에 카피라이터로 입사했고 30년간 카피라이터로 촌철살인의 대가로 불리며 활동하고 있다.
<카피책>은 그의 30년의 카피가 담긴 책이다.
지금까지 세바시에서 만난 사람들이 천 명은 될 텐데 정철의 강연과 카피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좋아서 그 사람의 책을 다 읽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독서가 아닌 팬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그도 좋아한다는 데서 오는 친근함.
카피라이터는 가장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어디선가 봤던 카피들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카피 한 줄에 담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먼저다
카피라이터 정철
카피 중 대표적인 것이<사람이 먼저다>다. 2012년 문재인 후보의 카피라이터로 일 년간 일했고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 슬로건<사람 특별시>, 박원순의 광고로 이어졌다.
광고도 글도 다 사람을 향해야 한다
카피라이터 정철
그의 지갑에는 두 장의 편지가 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와 또 하나는 오래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정철 책 추천서를 육필로 직접 적어준 편지다. 그 두 편지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나, 그 원고 다 읽었어요.
대통령 후보로 하루 24시간을 쪼개야 했던 그 시절에 문재인 후보에게 어렵게 책 추천서를 부탁했다고 한다. 바쁘셔서 못 쓰시나보다 생각했는데.. 설 연휴를 이용해서 원고를 다 완독하고 추천서를 쓰셨다. '어떻게 원고를 다 읽으셨냐'는 질문에 오히려 ‘원고를 다 읽지도 않고 어떻게 추천사를 쓰느냐'라고 답해주신 일화를 그는 언제나 손에 꼽으며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원칙주의자~
삼행시는 우리가 참 좋아하는 놀이였다.
삼행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카피라이터의 자질들이 충분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한 줄로 정리한다면
나를 한 줄로 소개한다면
분야는 다르지만 유시민의 글쓰기 책의 내용과 방법 면에서는 비슷하다.
한자나 어려운 말 쓰지 말고 쉽게 써라
말하듯 편지 쓰듯 써라.
읽는 사람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써라
카피 작법 제1조 1항
글자로 그림을 그리라.
로미오와 성춘향의 결혼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라
편지 쓰듯 카피를 쓰라
-단정, 밀어붙이는 카피
단정한다고 밀어붙인다고 소비자가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단정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동의해야 한다.
라면은 농심이 맛있다고 말하면
‘그래, 그래서 신라면이 가장 잘 팔리는 거야’하고 받아주는 공감,
5월은 노무현이라고 말하면
‘그래 노무현 안타깝지, 5월 한 달 정도는 그를 추모해도 돼’하고 말해주는 공감.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고 말하면
‘그래 권력을 야단칠 수 있는 건 결국 국민뿐이야’하고 말해주는 동의.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한다고 말하면
‘그래, 의사와 환자 사이에 기계가 끼면 아무래도 오진 가능성이 커지겠지’하고 고개 끄덕여주는 동의.
이렇게 공감과 동의가 많을수록 단정적인 카피에 힘이 실린다
공감과 동의 위에 단정을 세우라.
헤드라인이 엉뚱할수록,
뚱딴지같을수록,
말이 안 될수록
바디카피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영화사가 배급하는 영화 카피도 도맡아 썼다
(before) 로봇도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뛴다.
(after) 로봇도 사랑에 빠지면 가슴이 쿵쾅 쿵쾅!
동사가 줄 수 없는 플러스 알파, 의성어에게 맡겨보자
형용사가 줄 수 없는 플러스알파, 의태어에게 맡겨보자.
영어에 풍덩!
카피라이터는 말을 채집하는 사람이다.
무조건 새로운 말, 기발한 말,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을 채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깃에 맞는 말을 채집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손이 아니라 발로 써야 한다.
우리말을 사용하자
(before) 진가를 발휘합니다
(after) 제대로 합니다. 힘이 되어줍니다.
(before) 역부족이었다.
(after) 모자랐다. 힘이 부쳤다.
(before) 한겨레는 진실만을 보도합니다.
(after) 한겨레는 씁니다.
정치광고는 사람이 제품이다.
매장은 여의도에 있고 4년에 한 번씩 출고된다.
사람 이름이 곧 브랜드 네임이다.
아이들이 햇볕을 받고 자랄 수 있게 한 뼘만 비켜 지어주세요
카피라이터 정철
사람은 가장 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마음을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는 주제와 소재다.
(before) 살찔 염려 없는 라면이 나왔습니다.
(after) 라면을 즐기며 미스코리아가 되는 방법
(before) 주부에서 선생님으로!
(after) 어머니, 밖으로 나오세요!
(before) 저희 주유소는 정품 정량만 고집합니다
(after) 정품 정량이 아니면 주유소를 드립니다
과장광고는 피하고 가장 광고(가장 적극적인 표현)를 만들라.
(before) 소득 주도 성장
(after) 지갑을 채워주는 성장
(name) 주인이 왕
역발상. 물구나무.
뒤집어 관찰하고 생각하고 뒤집어 이야기하는 것. 남들 모두 손님이 왕이라 말할 때 주인이 왕이라 우기는 것. 주인이 왕인 카페를 열면 정말 사흘 내에 문을 닫는지 확인해 보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며, 당연하지 않은 시도를 통해 당연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역발상이다. 늘 반듯한 자세로 놓인 사물과 현상과 생각. 가끔은 뒤집어보자.
의미와 재미
글을 쓸 때 두 가지를 생각한다. 의미와 재미
마크 트웨인은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
한동안 읽어야 할 책들을 읽느라 바빴다. 여전히 그 책들은 너무나 많다.
요즘은 읽고 싶은 책들을 읽고 있다. 왠지 해야 할 교과서를 뒤로 한 채 재밌는 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분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요즘 너무 즐겁다.
책을 읽는 중에 등장하는 책, 시기적으로 떠오르는 책을 검색해서 찾아서 본다. 이 책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저 책으로 건너가는 일이 다반사다. 그 책들을 실제로 다 책상이나 방에 쌓아두었다면 책상이 난장판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타블렛 하나에 다 들어있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장점 같다. 지금은 모든 것이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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