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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앞으로 올 사랑>

by 북앤라떼 2021. 9. 23.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앞으로 올 사랑

정혜윤

마술적 저널리즘을 꿈꾸는 라디오 피디.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재난 참사 가족들과 함께 만든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자살률의 비밀〉로 한국피디 대상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불안〉,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 75년 동안의 고독〉 등의 작품들이 한국 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사생활의 천재들』,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 『인생의 일요일들』, 『뜻밖의 좋은 일』, 『아무튼, 메모』 등이 있다.

내가 정혜윤 PD를 알게 된 것은 세바시 초창기 때 강연에서였다.

첫인상도 아주 강렬했지만 책에 대한 열정과 철학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하게 됐다.

그녀가 책을 읽는 이유는 혼자 힘으로 좋은 인간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권의 책은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었으니 나는 어떻게 다르게 살아야 할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선언되던 그 시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국경은 폐쇄되고 모두 집에 머물며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 시작됐다. 매일 확인하는 것은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였다. 그뿐만 아니라 2020년은 긴 장마, 따뜻한 겨울을 기록하며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021년 지금도 지구는 곳곳에서 산불, 폭염, 지진,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위기와 코로나는 어떤 관계일까? 우연히 같이 온 것일까?

코로나 팬데믹에서 수많은 책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출판되었다.

바이러스, 코로나 시대, 리부트, 언컨텍트, 언택트와 같은 주제로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재미있고도 의미심장한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그와 관련된 몇몇 책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은 이전의 책과는(내가 읽고 소개한 책 중에서) 조금 결이 다르다.

에이즈와 사스와 기타 병원체들은 비유적인 ‘불가항력’이라 할 것이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이나 운석이 충돌하는 것처럼 수습할 수 있을 뿐, 피할 수는 없는 가슴 아픈 사건이다. 수동적이며 거의 금욕적인 관점이다. 틀린 관점이기도 하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런 질병들이 번갈아 계속 찾아오는 현상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각각의 질병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들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질병들은 우리가 사는 행성에서 진행 중인 두 가지 위험이 한 점에서 만난 결과 생겨났다. 첫 번째 위험은 생태학적인 것이고, 두 번째는 의학적인 것이다.

데이비드 콰먼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 cromaconceptovisual, 출처 Pixabay

 

정혜윤은 코로나와 기후 위기로 들끓고 있던 2020년 6월의 어느 날, 코로나 환자들을 돌봤던 의사와 간호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갔다. 사건 초기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환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의사가 입고 있는 방역복이란 것이 영화<에일리언>을 떠올리게 되는 공포였던 것이다. 한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쓴 채 가족들이 맡긴 사진 한 장을 안고 인생의 마지막을 맞았다. 인공호흡기를 쓴 할머니는 사진을 받아 들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사망자는 사람보다는 하나의 숫자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겐 숫자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와 기후 위기, 이 두 가지의 위험은 모두 생태와 우리의 잘못된 연결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침, 마스크, 거리 두기, 소독 이런 것보다 더 본질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처음 겪는 이 일은 수 세기 전의 누군가는 겪지 않았을까?”

그래서 흑사병과 인문학자 보카치오를 떠올렸다. 그는 흑사병이 창궐하던 피렌체에서 부모와 친구들을 잃었다.

흑사병은 무서운 기세로 번져나갔다. 환자를 잠시 쳐다보기만 해도 바짝 마른 장작이나 기름종이에 불이 옮겨붙듯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금방 전염되었다. (...)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숱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갔다. 시체들을 묻을 묘지가 동이 나 나중에는 커다란 구덩이를 파서 마치 짐을 선적하듯이 시체들을 겹겹이 쌓아올리고 사이마다 흙을 조금씩 덮어씌우는 식이었다.

데카메론 23면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던 1348년, 흑사병을 피해서 교외의 별장으로 간 귀부인 일곱 명과 신사 3명이 10일간 머무르며 한 사람이 하루에 열 가지씩, 백 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흑사병 시대의 <천일야화>인가? 왜 보카치오는 죽음 앞에서 사랑을 이야기할까?

코로나 시대에서 모두가 느낀 것은 너와 나,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관계의 문제라는 것. 박쥐가 문제였다면 결국 동물과도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고 이제는 인수공통전염병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 AndreZan, 출처 Pixabay

 

차라리 알고 싶지 않은 진실들이 있다. 그래서 진실과 가까이 가는 것이 두렵다. 알기 전에는 무심코 하던 나의 행동이나 습관이 알고 나면 찜찜해진다. 불편해진다. 감수할 게 많아진다. 그래서 모르면 속 편하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있을까?

내가 2020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 코로나가 언제 종식되냐는 내용이다. 끝이 날까? 그러나 이것이 정혜윤이 말하는 변화에 있다면 우리는 변화 이전의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코로나가 생존자들에게 그냥 잊힌다면 우리는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재앙을 기다리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녀에게 이것은 한 마디로 사랑이다. 사랑이 답이다.

나는 너를 위해 나를 바꿀 것이다.

우리가 오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 있다고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문명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모든 생명의 관계입니다. 이 관계가 이토록 비극적으로 간과된 시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기술을 통해 자연 세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파괴와 고통을 묵인하며 우리는 인간으로서 우리의 명성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레이첼 카슨 슈바이처 메달 수상 소감 중에서>

지금으로부터 60년 훨씬 전부터 그녀는 이미 우리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심각한 궤양과 폐렴 그리고 유방암으로 수술과 치료의 어려움 속에서도 <침묵의 봄>을 쓰는 일에 몰두했던 레이첼 카슨이 가졌던 것도 사랑이 아니었을까?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

“아이도 없는 노처녀가 유전학에 관심이 많냐"는 공격을 받을 때도 그녀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가끔씩 이렇게 이타적인 사랑으로 모든 것을 헌신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숙연해지며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특별한 사람이 그렇게 타고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어떤 사람으로 되어가는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다. 사랑은 실천이고 행동이고 창조다.

조르주 페렉은 독서가 “빵 부스러기를 찾아 바닥을 쪼는 비둘기”의 행위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독서의 행위가 가만히 앉아서 하는 우아한 지적 행위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고픈 비둘기처럼 글의 의미를 쪼고 찾아다니는 행위라니.. 그런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를 추출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능동적인 독서가 삶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만약 한 사람이 동물을 가혹하게 학대로 여겨진다.

그런데 산업이란 명목으로 동물을 가혹하게 대하면 용인된다.

나아가 정말 정말 큰돈이 걸리면 아주 똑똑한 사람들까지 나서서 동물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끝까지 옹호한다.

-책 117<루주 해리슨의 말 인용>

우리는 인간계에 질병을 야기하는 행동을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보석금으로 은행가들을 빼내고, 역외 시추 작업을 재개하고, 공해를 유발하는 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도록 그들의 물건을 사준다. 이유를 물어보면 그들 없이 어떻게 경제가 성장하겠느냐 반문한다. 하지만 모든 경제적 성장은 갈수록 부자들만의 이익으로 남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진다.

어슐러 K. 르 귄,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P126

코로나19 이전에 사스가 있었다. 사스의 치사율은 9.6퍼센트였다.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수백억 달러였다. 사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야생동물을 즐겨 먹는 음식 문화가 발달한 광둥성에 있던, 살아있는 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사향고향이가 박쥐와의 접촉으로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다. (164쪽)

수아르족은 한 곳에서 3년만 머물고 떠나는 관습이 있었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거대한 기계들이 길을 낼 때마다 수아르족은 이동해야 했고 결국은 백인들의 총에 맞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인디언들은 동물과 자연과 상호 의존하며 관계를 맺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이 땅에 인디언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자연의 원칙이 사라지고 자연을 몰살한 이 땅은 아름다움을 잃은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다. 열심히 자연을 파괴한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질병이라는 생각을 몇 명이나 할까? 여전히 백신만이 답이라고 자연의 파괴 앞에서도 물질만을 가져다 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속에서는 정말 답이 없다. 당신은 우리가 박쥐만 먹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생태계를 교란할수록 우리는 그들의 바이러스를 건드리게 된다. 인수 공통감염병의 책임이 인간에도 있음을 인정할 때 문제를 찾아 나아갈 수 있다.

감염병의 대가는 늘 동물들이 져왔다. 돼지들이 사살되고 사향고양이가 끓는 물에 던져지고 천산갑과 밍크가 죽었다. 저자는 말 못 하는 동물들을 위해 발언하고 싶단다.이것에 우리는 정녕 무죄한가? 무고한가? 무책임한가?

1996년 세상을 떠난 칼 세이건은 생전에 이미 지구의 환경 위기를 감지했다. 그는 NASA 우주선 ‘갈릴레오호’가 1990년 이후 보내온 사진을 보고 <창백한 푸른 점>을 썼다. 지구는 그저 점에 불과하다. 그 점이 가르쳐주는 것은 인간이 자연 만물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는 자아인식이다.

나는 이제 내가 사랑해온 세계의 깊은 상처를 본다.

현재와 미래, 자연과 인간, 나와 타인, 이 모든 영역에서 길을 잃은 우리를 본다.

리 시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삶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뿐이다.

258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리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지구촌의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경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나와 네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알았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 역시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다. 사랑이 답이라면 인간과 자연은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어야 한다는 것이 정혜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은 나는 이제 책을 읽기 전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프롤로그

1부 노력하되, 애쓰지 말 것

Episode 1. 가면을 쓰고 사는 데 지쳤어요 – 낮은 자존감

높은 자존감이라는 허상 | 천 개의 가면

Episode 2. 죄송합니다, 제가 워낙 부족한 탓입니다 - 외현적 자존감과 내현적 자존감

‘발끈’이라는 말의 동의어는 낮은 자존감 | 굶주리고, 분노하고, 비어 있는 자아

2부 타인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 것

Episode 3. 나를 인정해 줘 - 자기수용

나는 왜 나를 가만히 놔두지 못할까? | 나와 똑같은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까?

Episode 4. 이래도 날 사랑해 줄 거야? 너도 결국 떠날 거야? - 애정 결핍과 의존성

이제 당신이 당신을 지킬 차례 | 나는 적당히 불완전하고, 적당히 완전하다

3부 완벽주의적 불안에 휘둘리지 말 것

Episode 5.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실패하면 어쩌지? - 불안과 완벽주의

이만하면 괜찮다 |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Episode 6.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또 없을 거예요 - 억울감과 외부귀인

억울감을 자가발전하는 사람들 |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미래가 아니다

4부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 것

Episode 7. 방금 한 그 말, 무슨 뜻이죠? - 날선 방어

자의적인 추정과 의심이 만든 퍼즐 놀이 | 나의 버튼이 눌리는 지점

Episode 8.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우울감과 삶의 의미

‘왜’가 아닌 ‘어떻게’ | 당신의 우울은 어떤 종류인가요?

5부 당신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 것

낙관주의와 희망 사이에서 | 이기는 싸움을 할 것 | 실패에 우아할 것 |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에필로그

주 | 용어 설명 | 참고문헌

책 목차

 

  앞으로 올 사랑저자정혜윤출판위고발매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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