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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걷는사람 하정우

by 북앤라떼 2021. 9. 21.

걷는사람

하정우

이 책을 참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야 읽게 됐다.

이 책을 이미 많은 이웃들의 리뷰에서 만난 것을 보면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연예인들이 책을 낸 경우가 많은데 사실 궁금해서 읽긴 하지만 책을 사서 읽는 것이 아깝다는 느낌이 드는 책들이 더 많다. 요즘은 가족들의 구박으로 가능하면 더 이상을 책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 전자책을 보고 있지만 이 책은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다독가는 못된다 해도 애서가로서 좋은 책이란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다.

보통 이른 새벽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나는 책을 덮고 걸으러 나갔다. 책도 너무 재밌는데 하정우가 걷는 이야기만 하니까 갑자기 나도 아침부터 나가야 될 것 같았다.

© tegan, 출처 Unsplash

나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걷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언제나 발 편한 신발을 고집해왔다. 멋내고 싶은 마음에 구두를 신은 날은 마음껏 걷지 못해서 불편했다. 이제는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킬힐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여자의 자존심은 하이힐이라고 했건만 신발 높이로 보면 나는 완전 자존심이 바닥 수준이라고 하겠다.

요즘은 정장이나 스커트에도 스니커즈를 패션으로 신는 분위기라 다행이다.

하정우는 발이 크다. 발 사이즈가 300밀리미터다 보니 신발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왕발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매일 걷는 것일까?

책에는 배우로서 그가 걸어온 길과 두 다리로 걸어 다닌 길, 걸으면서 느끼고 변하게 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사람보다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

같은 일을 걸어도 각자가 느끼는 온도차와 통점도 모두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일 있을 뿐이다

-서문 중에서

2010년도에 <국가대표>로 상을 받고 2011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시상자로 나섰을 때도 다시 <황해>로 수상 후보에 올라서 시상을 하게 되었다. 설마 2년 연속 수상이 될까 싶어서 자신이 상을 받게 된다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에 오르겠다는 말을 했는데 말이 씨가 되었나 2년 연속 최우수연기상을 받는 경사가 일어났다. 그렇게 그는 국토대장정 길에 오르며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그 힘든 국토순례를 마친 뒤 이상하게도 무기력하고 허무했다고 한다. 그때 걷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됐다.

걷기가 주는 선물은 길 끝에서 갑자기 주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진 것들은 결국

서울에서 해남까지 걸어가는 길 위에 흩어져 있었다.

나는 길 위의 매 순간이 좋았고

그 길 위해서 자주 웃었다

24쪽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무’ 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일 테다.

25쪽

이 책을 읽다 보면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도! 나도!” 중간중간 공감을 표하면서 읽었다.

특히 새 나라의 어린이로 사는 삶이 남들에게 일탈도 없는 약간은 재미없는 삶으로 보인다는 것에서도 공감했다. 나도 가끔은 내가 그렇게 비치는 것이 싫기도 하고 일부러 일탈을 좀 해 볼까 싶어 늦게 자려고 하는데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기도 하고 내 패턴과 리듬이 깨지면 기분이 더 안 좋아져서 그냥 내 식대로 살기로 했다. 내 삶이니까~

블로그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다리 아플 때까지 걷고 걷다 보면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가 고민했던 일들이 별것 아닌 일처럼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까지 높여준다. 피곤하면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 종 치기 전에 이미 곯아떨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걸을 때 발바닥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전해지는 단단한 땅의 질감을 좋아한다.

내가 외부의 힘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뿌리내리듯 쿵쿵 딛고 걸어가는 게 좋다

44쪽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81쪽

 

 

먹고 싶은 것을 많이 먹기 위해서 더 많이 걷는다. 걷기와 먹기는 환상의 짝꿍이라고. 정말 그렇다.

세상의 이 맛난 음식을 다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 아침부터 잘 챙겨 먹는 것도 비슷하다.

게다가 걷는 자들을 위한 수요 독서클럽까지. 걷기와 독서의 오묘한 공통점까지 이야기한다.

혼자서 때로는 같이. 서로를 격려하면 더 잘할 수 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안다고 믿었던

서로의 마음속을 더 깊이 채굴하는 것과도 같았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어쩐지

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서로의 일과 삶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차올랐다.

213쪽

 

걷기, 먹기, 읽기, 낙서하기..

추신수 선수와 팬심으로 비슷한 점을 맞춘 하정우처럼 나도 팬심으로 열심히 공감을 해나간다.

여행을 가서는 보는 목적이 더 커서 걷는 데는 집중하지 못했는데 언젠가 나도 걷기에 집중할 수 있으려나.

하정우는 자기에게 마지막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때도 계속 걷고 싶다고 말한다.

루틴. 습관. 그냥 오늘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한부 선고 이후에도 하겠는가? 그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지금 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슬픈 일이기도 하다.

자연인 하정우에게 최고의 안식처는 하와이다. 하와이에 가면 무엇을 할까? 당연히 걷는다. 작정하고 걷는다. 보통 우리는 하루 만보 걷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하정우는 루틴이 3만보다. 하와이에서는 10만 보 대장정을 하기도 했다.

걷는다는 것, 이 투박하고 촌스러운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를 통해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하와이에서 내가 배우라는 것조차 잊은 채

대자연에 풀어둔 동물처럼 원 없이 걷고 먹고 숨 쉰다

73

쉬운 일이 또 있을까?

길은 어디에나 있으니 그냥 두 발을

땅에 딛고 양다리를 번갈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만 걸어보라고 권하게 된다.

건강해지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내가 아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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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기사가 나왔다.

그리고 재판을 받고 있다.

걷기만으로는 부족했던걸까?

다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던걸까?

국민들의 실망감에는 '걷는사람'을 읽고 인간 하정우를 만난 독자들이,

직접 집밥을 만들어 먹고 걸으면서 '좋은 작품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했던 그 말에 하정우가 좋아하는 진한 곰국 국물의 맛처럼 찐감동을 느낀 독자들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래는지.

씁쓸한 마음은 나만은 아니기를.

걷는사람 하정우

2018년도 출판했을 때의 그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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