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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책 서평 <피그말리온>

by 북앤라떼 2021. 9. 20.

피그말리온

조지 버나드 쇼

조지 버나드 쇼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곡물 장사를 했던 부친 조지 카르쇼와 성악가였던 모친 루신다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쇼가 열여섯 살 때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음악 선생을 따라서 런던으로 떠났고 쇼도 몇 년 후 런던으로 이주했다. 쇼는 아일랜드와 런던에서 예술에 대한 소양을 키웠고 타고난 예술적 안목으로 음악, 미술, 연극 비평을 썼고 60여 편의 희곡을 썼다.

그의 희곡은 영국의 정치, 사회, 언어, 문화 등 각 분야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쇼는 19세기 영국 문화의 주를 이루었던 감상적인 멜로드라마를 배척하고 극장이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통로로 만들었다.

그의 희곡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이 공연된 작품이 바로 <피그말리온>이다.

쇼와 <피그말리온>은 영국 연극에 있어서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1913년에 초연되었고 1938년에는 영화화되었는데 쇼가 직접 대본에 참여하여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핬다. 1964년에는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피그말리온은 예술가가 자신이 만들어 낸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조각가이다. 나그네들을 박대한 키프로스의 여인들은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되었다.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이 이렇게 천박해진 것을 탄식하며 독신으로 살았다. 대신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하여 그 조각상과 언제나 함께 생활했다. 그는 이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자신의 진짜 연인인 듯 여겼다. 옷도 갈아입히고 몰래 입맞춤도 하면서 혼자 탄식하곤 했다. 그러던 중 아름다움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축제날이 다가왔다. 축제에 참가한 피그말리온은 자기 몫의 제물을 바치면서 집에 있는 조각상이 진짜 여자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이후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프로디테가 보낸 에로스가 조각상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조각상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였다. 이때 갈라테이아의 손에 반지가 하나 생겨났는데, 이는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토록 지속될 것임을 나타내는 에로스의 반지였다.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하여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베누스 여신의 축복 아래 갈라테이아와 결혼했다. 이들 사이에는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 아들을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따서 "파포스"라고 지었다.( 출처:"피그말리온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

영국인들은 자신의 언어에 대한 존중심이 없으며 자녀들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철자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자음만이 발음과 일치하는, 외국에서 들어온 오래된 알파벳밖에는 표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으면서 소리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아무도 혼자서는 배울 수가 없다. 그리고 어떤 영국인이라도 다른 영국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싫어하거나 경멸하게 하지 않으면서 입을 여는 것을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유럽 언어의 경우 외국인도 글자는 쉽게 읽을 수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영국인과 프랑스인도 읽기 쉽지 않은 언어다. 오늘날 영국에 필요한 개혁가는 에너지가 넘치고 열성적인 음성학자인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런 사람을 이 대중극의 주인공으로 만든 이유이다.

책 <서문> 중에서

신화에서 갈라테이아에 해당하는 일라이자는 자신의 언어를 변화시켜서 상류층 숙녀로 만든 피그말리온인 히긴스와 사랑에 빠지는 결론을 거부한다. 일라이자는 꽃을 팔아서 사는 하류층 신분이었다. 사람들은 꽃을 파는 그녀가 하류층 사람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무시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때문이었다. 히긴스는 음성학자로 자신을 찾아온 일라이자를 6개월이면 상류층 숙녀로 변신시킬 수 있다고 자부하고 실제로 그 일에 성공한다.

보통 현대의 대중들도 이런 상황을 극으로 그린다면 분명 선생님(히긴스)과 학생(일라이자)이 사랑에 빠지는 뻔한 멜로물에 익숙하다. 가난해도 일라이자 같은 주인공은 통통 튀는 매력을 소유하고 모든 남자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갖는다.

당시 20세기 초의 영국 사회도 그랬다. 재산이 있는 영국의 상류층들은 직업도 갖지 않고 문화생활을 하고 연회를 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언어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낸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지금 우리 사회가 신분사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언어나 품위로 드러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나의 언어가 하류층 언어는 아닌지 돌아봐야 하나~

비 오는 날 런던 거리에서 꽃을 팔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말을 받아 적는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몇 마디 말을 통해서도 출신을 맞추는 남자에게 관심이 생긴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길래?

일라이자는 히긴스의 집으로 찾아가 자신의 꿈인 꽃집을 할 수 있도록 상류층 언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다. 히긴스는 그때 함께 있던 피커링 대령에게 자신이 6개월 안에 그녀를 바꿔놓겠다고 선언을 한다.

일라이자는 히긴스의 집에 오기까지 목욕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빈민층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녀의 옷을 새 옷으로 바꾸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고 언어의 훈련을 시키니 6개월 만에 귀족 연회에서 온 관심을 받는 숙녀가 된 것이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그런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공주로 변신시켜준 왕자님(히긴스)과 결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히긴스의 슬리퍼나 집어주는 존재보다는 자신을 좋아하는 프레디와 동등한 관계를 더 추구한다. 극에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꽃을 팔았지 나를 팔지는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숙녀로 만들어 버려서 나는 이제 어떤 것을 팔아도 어울리지 않아요” 그리고 히긴스의 편지 덕분에 하루아침에 계층이 바뀌어서 신사가 된 일라이자의 아버지 둘리틀 역시 낯선 신분에 적응하기 위한 정체성의 혼동을 겪는다.

둘리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가 나를 신사로 만들었다는 거요. 누가 그 사람에게 나를 신사로 만들라고 부탁했소? 나는 행복했소. 나는 자유로웠소

나 같은 비보호대상 빈민에게는 중산층으로 몰아넣는 빌어먹을 연 4천 파운드 아니면 거지가 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죠. 구빈원이라는 괴물과 중산층이라는 괴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129-131

버나드 쇼는 둘리툴을 통해서 돈만 있으면 사실상 계층이 바뀔 수도 있고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는 것을 비판했다. 그리고 영국이 불합리한 신분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영국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언어학자이고 음성학이라 믿었다. 작품은 1막부터 5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벼운 대화체로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기 좋은 책이다. 꽃 파는 소녀가 이루어낸 변화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까? 단 흉내 내기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 어떤 비판적인 시대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해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음성학을 위한, 음성학자를 위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책을 느낄 수 있는 책 속의 몇 문장만 소개하고 짧게 마무리한다. 책은 직접 만나 보시기를~

냉소적인 행인: (소녀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겠소?

메모를 하던 사람: (재빨리) 혹스턴이오.

냉소적인 행인: (놀라서) 이런, 누가 아니라고 하겠소? 맙소사! 당신은 정말이지 모든 걸 다 아는군요.

냉소적인 행인: 그래, 계속해서 점을 치고 싶으면 저 양반이 어디서 왔는지 말해 보시구려.

메모를 하던 사람: 첼튼엄에서 태어나, 해로우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와서 인도에서 근무했죠.

신사 :바로 맞혔소.

p21

 

메모를 하던 사람: 그저 음성학일 뿐이에요. 언어학 말입니다. 그게 제 직업입니다. 취미이기도 하고요. 취미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죠! 선생도 사투리를 듣고 그 사람이 아일랜드 사람인지 요크셔 사람인지는 맞힐 수 있으시겠죠. 하지만 저는 누구든지 10킬로미터 이내로 맞힐 수 있어요. 런던이라면 3킬로미터 안까지 가능하죠. 어떤 경우에는 두 블록 안도 가능합니다

p24

 

메모를 하던 사람: 천박한 영어를 하는 저 아이를 보십시오. 저 영어는 죽는 날까지 저 아이를 빈민굴에 처박혀 있게 할 겁니다. 자, 선생. 저는 석 달 안에 저 아이가 대사의 가든파티에서 공작 부인 행세를 하게 할 수 있어요. 저 애가 보다 수준 있는 영어를 요구하는 귀부인의 하녀나 가게 점원 자리를 얻게 할 수도 있습니다.

p26

리자: (절망 중에서도 자신을 추스르며) 난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이죠? 나를 무엇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만드신 거예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해요? 난 뭘 해야 하죠? 나는 어떻게 될까요?

p114

리자: 알아요. 저는 그분을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그분의 방식이죠, 그렇죠? 하지만 대령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던 게 저한테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었어요. 누구든지 배울 수 있는 것 말고(옷을 멋지게 입는다거나 제대로 말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정말로, 진실로 숙녀와 꽃 파는 소녀의 차이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접을 받느냐에 달렸죠.

저는 히긴스 교수님께는 언제나 꽃 파는 소녀일 거예요. 왜냐하면 그분은 저를 언제나 꽃 파는 소녀로 대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령님께는 숙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대령님은 저를 언제나 숙녀로 대해 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거니까요.

피커링: 아주 멋지군, 둘리틀 양.

리자: 원하시면 저를 일라이자라고 불러 주셔도 돼요.

피커링: 고마워, 일라이자. 물론이지.

리자: 그리고 히긴스 교수님께서는 저를 둘리틀 양이라고 부르셨으면 좋겠어요.

p138

 

히긴스: 나에 대해서가 아니라 너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야. 네가 돌아온다면 나는 언제나 너를 대했던 것처럼 그렇게 대할 거다. 나는 내 성격을 바꿀 수 없고, 매너를 바꿀 마음도 없거든. 내 매너는 피커링 대령의 매너와 똑같은 거란다.

리자: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분은 꽃 파는 소녀를 공작 부인처럼 대해 주세요.

히긴스: 나는 공작 부인을 꽃 파는 소녀처럼 대한단다.

리자: 알았어요. (차분하게 돌아서서는 유리창을 바라보고 오토만 의자에 앉는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한다 이거죠.

히긴스: 바로 그거야.

리자: 우리 아버지처럼요.

히긴스: (웃으면서, 약간 누그러져서) 모든 면에서 그 비교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일라이자, 네 아버지가 속물이 아닌 것은 맞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신의 특이한 운명이 인도하는 대로 인생의 어떤 상태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거다. (진지하게) 중요한 비법은 나쁜 매너, 훌륭한 매너 또는 어떤 특별한 매너를 지닌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똑같은 매너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마치 3등칸이 없는,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똑같이 소중한 천국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p144

책 <피그말리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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