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 카페/한 권의 책

슈테판 츠바이크 탄생 150주년, 체스

by 북앤라떼 2021. 9. 8.

체스

슈테판 츠바이크

최고의 전기 작가이자 탁월한 이야기꾼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단편선

체스는 츠바이크가 쓴 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이다.

대서양 한복판의 여객기 위에서 체스가 시작된다. 모든 체스 시합에서 우승을 휩쓸었으나 체스 외에는 무지한 밀코 첸토비치와 체스를 한 번도 둔적 없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체스 게임을 외운 법학박사와의 체스 시합!

이 소개만으로도 두 사람의 체스 경합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된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최근에 본 인기 미드 퀸즈갬빗이 떠오른다. 체스를 잘 모르는 나도 체스 갬빗을 보면서 체스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놀라운 체스 재능을 가진 주인공 베스 하몬이 세계 최고의 체스 챔피언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한동안 이 드라마는 화제였다. 사고로 엄마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베스가 우연히 관리인 사이벨이 체스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배우면서 체스에 대한 천재적 자질을 발견하게 된다. 원에서 주는 신경 안정제를 먹고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곧 체스판으로 바뀌어 체스 말들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잠들 때까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https://bookandlatte.tistory.com/entry/%EC%B2%B4%EC%8A%A4-%EB%B0%B0%EC%9A%B0%EA%B3%A0-%EC%8B%B6%EC%96%B4%EC%A7%80%EB%8A%94-%EB%84%B7%ED%94%8C%EB%A6%AD%EC%8A%A4-%ED%80%B8%EC%A6%88-%EA%B0%AC%EB%B9%97

 

체스 배우고 싶어지는 넷플릭스 "퀸즈 갬빗"

The Queen's Gambit 넷플릭스에서 2020년 10월에 공개한 미국 7부작 드라마로 등급 R( 청불)이다. 월터 테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스콧 프랭크와 앨런 스콧이 기획하였다. Queen’s Gambit의 뜻이 궁금

bookandlatte.tistory.com

 

게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어떤 체스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밀코 첸토비치는 세계 챔피언으로 체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남자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사실은 체스 외에는 철자법이 맞는 문장 하나도 제대로 쓸 줄 모를 정도로 무식하다는 데 있다. 그 역시 퀸즈 갬빗의 소녀처럼 아버지가 죽고 고아가 되어 한 신부가 그를 데려다 키웠다. 신부는 그에게 공부를 시켜 보려고 꽤 노력했으나 헛수고였다. 열네 살이 되었을 때도 간단한 셈을 하기 위해서 열 손가락을 다 써야 할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체스를 두게 되었을 때, 신부는 밀코가 체스판 위에서는 집요하고 침착하게 체스를 두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체스 전문가들은 그를 조롱했다. 첸토비치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하는 체스는 단 한 판도 외워서 하질 못하기 때문이다. 무한한 상상력에 맡기고 체스를 두는 능력이 그에겐 없었다.

창조적인 소양을 가지고 지적인 면에서 특출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모이는 체스 마이스터들의 고상한 반열에 지적으로 문외한이며 둔감하고 입이 무거운 어부의 아들이 처음으로 끼게 된 셈인데, 여러 면에서 노련한 신문 기자들도 이러한 해석에 대한 적합하고 정론적인 말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체스> 16쪽

인간이 고안해 낸 여러 게임 중에 체스가 갖는 독특하고 신비한 매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체스에서는 우연이라든가 전횡이 전혀 통하지 않으며, 승리의 영광은 오로지 지력이나 영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자의 몫이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체스> 20쪽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처음 배 위에서 첸토비치와 체스 대결에 나선 남자는 자수성가 매콘노였다. 그가 첸토비치와 시합을 벌이고 있을 때, 거의 진 거나 다름없는 열세의 상황에서 훈수를 두어서 세계의 마이스터를 패배시키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일까? 또 다른 세계적인 마이스터일까?

놀랍게도 그는 체스를 한 번도 제대로 둔적이 없다는 오스트라인이었다.

자신을 B박사라고 소개한 그는 히틀러 정권 시절 나치 첩보부대에 체포되어서 감금되었었다. 나치스트들은 그를 독방에 가두어 어떤 구타나 추위 대신에 아무것도 없는 ‘무 無’의 고통을 주었다. 침대와 세면기와 벽지의 '무 無' 가운데 매일 규칙적인 심문만을 했는데 사실 그런 삶은 구타나 학대 이상으로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저는 점점 그처럼 잔인한 무의 위협 속에서 점차 신경이 느슨해지기 시작함을 느꼈고 무엇엔가 정신을 쏟을 일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내 신경은 갈기갈기 찢겨 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초조해졌습니다

<체스> 57쪽

 

그러던 중 심문받는 곳에서 우연히 한 외투 주머니에 불룩 튀어나온 책을 한 권 훔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 책이 어떤 내용의 책인지도 모른 채 단지 넉 달 만에 책이라는 것을 손에 넣은 그는 책을 읽게 될 상상만으로도 기쁨에 취해있었다. 책이라는 물체를 만진다는 것만으로도 손가락부터 발끝의 신경이 타올랐다는 말을 들으면서 나에게도 책이 없다면 그런 고통일까를 상상해 보았다. 설마~

도대체 어떤 책일까? 부디 오래도록 읽을 수 있는 것이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열었을 때 그는 실망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체스 학습서였다. 150개의 체스 마이스터들의 게임 목록이었다. 체스에 관심도 없는 그에게 무슨 체스 학습서란 말인가. 게다가 체스판이나 말도 없고 상대도 없이 도대체 그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말인가? A2-A3, SF1-G3 같은 알 수 없는 부호들이 나열된 책도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그때 침대보 무늬가 네모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침대보를 접어서 64개의 체스판을 만들고 식사때 제공되는 빵으로 체스 말을 만든 그는 체스 책을 펴고 체스를 두기 시작했다. 13일이 지난 후에는 책 속에 있는 체스판을 모두 기억하여 눈 감고도 체스를 둘 수 있게 되었다. 침묵뿐이던 호텔 감방은 생기게 넘치게 되었고 그렇게 규칙적인 두뇌 훈련은 박사에게 집중력과 자신감을 되찾아 주었다. 나중에는 식사와 심문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체스 두는 것에 완전히 미치게 된다. 이제는 자기 안의 두 사람이 체스를 둔다. 체스에 미친 남자는 체스 강박증으로 난동을 부리고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풀려나 자유의 몸이게 되어 배에 오르게 되었다. 그렇게 배에서 산보를 하다가 우연히 체스 대결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배 안에서 챔스 챔피언 첸토비치와 B 박사와의 체스 대결이 펼쳐진다. 여기까지만!

아 역시 슈테판 츠바이크다. 정말 몰입해서 쉼 없이 읽었다.

휴~

 

아내의 불안 체스저자슈테판 츠바이크출판범우사발매1997.01.30.

 

 

반응형

'북 카페 > 한 권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서평 <피그말리온>  (0) 2021.09.20
자기 앞의 생  (0) 2021.09.09
칼릴지브란 <예언자>  (0) 2021.09.05
고전 읽기 <이반 일리치의 죽음>  (0) 2021.09.04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0) 202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