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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칼릴지브란 <예언자>

by 북앤라떼 2021. 9. 5.

예언자 The Prophet

릴 지브란 Kahlil Gibran

뛰어난 화가이며 시인, 철학자였던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집 <예언자>를 읽었다. 지브란은 1883년 레바논의 베챠리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15살 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대학까지 마치고 아버지를 따라 세계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렸다.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조각가 로댕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으로 돌아온 지브란은 뉴욕에서 독신으로 살다 결핵과 간경화로 마흔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레바논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대로 레바논의 한 수도원에 안치되었다.

그의 작품 <예언자>는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 현대의 성서’로 불린다.

예언자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지브란이 보는 두 세계를 느낀다. 선과 악, 죄와 벌, 부외 빈,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영혼과 육체.. 그는 말하자면 두 세계에 살았다. 아랍과 서구, 레바논과 미국, 삼나무(레바논의 상징)와 마천루.

그가 태어난 레바논은 기독교파와 무슬림파로 나뉘어 서로 피를 흘리며 살아왔다. 터키 점령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교수형을 당했다. 레바논 기독교는 대부분 마론파인데 (국민 30%) 지브란의 어머니가 이 마론파 신부의 딸이다. 어머니의 생애와 기독교관이 지브란의 작품에 큰 영향일 끼쳤다.

이 산문시들은 구절 구절마다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 우리에게 주는 성서의 메시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프란 뉴욕 작업실

이 작품은 짧지만 그가 스무 살 이전부터 구상해서 마흔 살에 완성한 평생의 역작이다. 완성한 뒤에도 들고 다니며 다시 고치기를 반복하여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예언자>의 모든 시들이 더 깊이 와닿는다. 하나의 시가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예언자> 안에는 우리가 살면서 구하고 싶은 질문들이 다 들어있다.

사랑, 결혼, 아이들, 주는 것, 먹고 마시는 것, 일, 이성, 옷, 집, 법, 자유 우정, 종교, 쾌락 죽음 등 인생의 근본적인 26가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시와 함께 지브란이 직접 그린 그림이 수록돼 있어서 시의 감동을 더해준다. 지브란은 독창적인 화가로도 인정받았다.

배가 오다

알무스타파, 선택받은 자이며 가장 사랑받는 자, 또한 시대의 여명이었던 그는, 오르팰레즈 시에서 열두 해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태워 고향으로 돌아갈 배를.

이윽고 열두 열두 해째 되던 해, 수확의 달 이엘룰 초이렛날에 그는 성벽 밖 한 언덕에 올라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는 보았다. 안개에 싸여 그의 배가 오고 있는 것을.

그러자 그의 마음의 문은 활짝 열리고 기쁨은 바다 멀리 날아갔다. 두 눈을 감고 고요한 영혼으로 그는 기도했다.

그러나 언덕을 내려오자 그는 문득 슬퍼져 마음속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어찌 평화로이 슬픔도 없이 떠나갈 수 있을까?

아니. 영혼의 상처 하나 없이는 내 결코 이 도시를 떠날 수 없으리라.

© bogitw, 출처 Pixabay

내 여기 성벽 안에서 보낸 고통의 낮들은 너무나 길었고, 또 고독의 밤들도 너무나 길었으니, 누가 있어 이 고통, 이 고독과 한 점 후회 없이 작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거리에 내 이미 뿌려 버린 무수한 내 갈망의 아이들, 내 정녕 근심과 고통 없이는 이들을 떠나갈 수 없으리.

내 오늘 벗어 버리는 이것, 이것은 한갓 옷이 아니라 내 두 손으로 찢어 낸 살.

또한 내 뒤에 남기고 가는 이것, 이것은 한갓 사상이 아니라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더욱 부드러워진 하나의 심장인 것을.

아직 우리를 떠나지 마시라.

그대 황혼 속에서도 한낮의 빛이었고 그대 젊음은 우리를 꿈에서 꿈으로 이끌었으니.

그대 우리에게 타인도, 손님도 아니었노라.

우리의 아들이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자일뿐.

“사랑이란 언제나 이별의 시간이 오기까지는 자기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

사랑에 대하여

사랑이란 그대들에게 영광의 관을 씌우는 만큼 또 그대들에게 영광의 관을 씌우는 만큼 또 그대들을 괴롭히는 것이기에. 사랑이란 그대들을 성숙시키는 만큼 또 그대들을 베어버리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심지어 그대들 속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들의 가장 높은 올라가 햇빛에 떨고 있는 그대들의 가장 부드러운 가지들을 껴안지만, 한편 사랑은 또 그대들 속의 뿌리로 내려가 대지에 엉켜 있는 그것들을 흔들어 대기도 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저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저 외에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것.

사랑은 다만 사랑으로 충분할 뿐.

사랑은 스스로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 다른 욕망은 없는 것.

그러나 그대들 사랑하면서도 또다시 숱한 욕망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면, 이것이 그대들의 욕망이 되게 하라.

녹아서 밤을 향하여 노래하며 달려가는 시냇물처럼 되기를.

지나친 다정함의 고통을 알게 되기를.

스스로 사랑을 깨달음으로써 그렇게 상처받게 되기를.

그리하여 기꺼이, 즐겁게 피 흘리게 되기를.

날개 달린 마음으로 새벽에 일어나 사랑의 또 하루를 감사하게 되기를.

정오에는 쉬며 사랑의 황활한 기쁨을 명상하기를.

황혼엔 감사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그런 다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그대들 입술로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잠들게 되기를.

결혼에 대하여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함께 있으리라.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의 공존에는 거리를 두라,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저마다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아이들에 대하여

저희에게 아이들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대들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의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마저 줄 순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순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들이 아이들같이 되려 애쓰되 아이들을 그대들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왜냐하면 삶이란 결코 뒤로 되돌아가지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므로.

베풂에 대하여

요청받을 때 베푸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다.

허나 요청받지 않을 때에도 다만 이해함으로써 베푸는 것, 그것은 더욱 좋은 일.

그러므로 마음 넓은 이에겐 받을 이를 찾음이 베풂보다도 더 기쁨인 것을.

그런데 지금 그대들 움켜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대들 가진 것은 모두 언젠가는 주어야 하는 것을

그러므로 지금 주라. 베풂의 때가 그대들 뒷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대들 것이 되게 하라.

그대들은 가끔 말한다. ‘나는 베풀리라 그러나 오직 보답 있을 것에만 베풀리라’

하지만 과수원의 나무들, 목장의 양 떼들은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살기 위해 베푼다.

서로 나누지 않고 움켜쥐는 것이야말로 멸망하는 길이기에.

일에 대하여

사랑으로 일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대들 심장으로 뽑아낸 실로 옷을 짜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입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애정으로 집을 짓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살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자비로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거두어들이는 것,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그 열매를 먹기라도 할 것처럼.

노동이란 보이게 된 사랑.

그대들 만일 사랑으로 일할 수 없고 다만 혐오로써 일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대들은 일을 버리고 신전 앞에 앉아 기쁨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구걸이나 하는 게 나으리라.

옷에 대하여

그러자 직공 한 사람이 말했다. 저희에게 옷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의 옷이란 아름다움은 많이 가리나 추함을 가리지 못하는 것.

그대들은 옷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얻으려 하지만,

그러나 그대들은 오히려 옷이야말로 갑옷이 되고 사슬이 됨을 알게 되리라.

바라건대 옷을 좀 덜 입음으로써 그대들의 살이 좀 더 많이 태양과 바람을 만날 수 있기를.

왜냐하면 삶의 숨결은 태양 속에 있으며 삶의 손길음 바람 속에 있으므로.

살고 팖에 대하여

풍요와 만족이란 오로지 대지의 선물을 교환함으로써 찾을 수 있는 것.

허나 그것이 사랑과 부드러운 정의의 교환이 아니라면 그는 다만 그대들을 탐욕으로, 혹은 굶주림으로 이끌 뿐이리라.

그대들 장터를 떠나기 전에 보라.

아무도 빈 손으로 가는 이는 없음을.

대지를 주관하시는 절대신은 그대들의 최소의 요구가 채워지기 전에는 바람 위에 평화롭게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성과 열정에 대하여

그대들 영혼이란 때로 이성과 판단력이 열정과 욕망에 대항하여 싸우는 싸움터이다. 내 만일 그대들 영혼의 조정자가 될 수만 있다면 그대들 내부의 모든 불화와 적대를 하나로 만들고 노래로 변하게 하련만.

그러나 그대들 스스로 조정자가 되지 않는 한, 아니 스스로 내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자가 되지 않는 한, 내 어떻게 그럴 수 있을 것인가.

그대들의 이성, 또 열정이란 바다 위를 달리는 그대들 영혼의 키이며 돛.

돛이나 키가 부서진다면, 그대들은 내팽개쳐진 채 표류하거나 혹은 바다 가운데 멈추어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

왜냐하면 이성이란 홀로 지배하기엔 힘이 모자라며, 버림받은 열정이란 다만 스스로를 부수어 불태워 버리는 불꽃이 될 뿐이기에.

그러므로 영혼으로 하여금 이성을 열정의 높이에까지 이르게하라. 그리고 노래 부르게 하라. 그리하여

이성으로써 열정을 인도하게 하라. 그대들의 열정이 매일 스스로의 부활을 통해 살아가도록, 마치 자기의 재속에서 또다시 일어나는 불사조처럼.

우정에 대하여

그대들 친구를 위해선 최선을 다하라.

그가 그대들 마음의 썰물 때를 안다면 밀물 때도 알게 하라.

다만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찾는 친구, 그런 친구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언제나 시간을 살리기 위하여 친구를 찾아라.

그대들의 요구를 만족시킴은 곧 그의 요구도 만족시키는 것,

결코 그대들의 공허를 채우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하여 부드러운 우정 속에 웃음이 길듯게 하고 기쁨을 나누어라.

하찮은 이슬 방울 속에서도 마음은 아침을 찾아내고 다시 불타오르기에.

시간에 대하여

그대들은 잴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시간을 재고자 한다.

그대들의 행위를 시간과 계절에 맞추고자 하며, 심지어는 그대들 영혼의 길마저 인도하고자 한다.

그대들은 시간을 강물로 만들어, 둑 위에 앉아 그 흘러감을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대들 속의 영원은 시간의 영원을 깨닫고 있다.

그리하여 어제란 다만 오늘의 추억이며, 내일이란 오늘의 꿈임을 안다.

그리하여 그대들 속에서 노래하고 명상하는 자는 아직도 아직도 우주에 별이 뿌려지던 최초의 순간, 그 속에 살고 있음을.

선과 악에 대하여

진실로 선한이란 벌거벗은 이를 보고 ‘그대 옷은 어디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 법.

또 집 없는 이에게 ‘그대 집은 어떤가?’라고도 묻지 않는 법이기에.

고별

대지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길을 간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 나무의 씨앗, 그리하여 우리 무르익고 가슴 그득해지면 우리의 몸은 바람에 맡겨져 이윽고 흩어진다.

내 말에 조금이라도 진리가 있다면, 진리는 더 명쾌한 목소리로, 더 그대들의 생각에 가까운 말로 스스로를 드러나게 될 것을.

나는 다만 그대들이 스스로 생각함으로 깨닫고 있는 것을 말로 한 것일 뿐,

그대들 나를 기억할 때면 다음 말도 기억해 주기를

그대들 속의 가장 연약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것이 실은 가장 튼튼하고 굳센 것임을.

안녕, 그대들이여 또 내 함께 보낸 청춘이여

우리 꿈길에서 만났던 것도 다만 어제 일

내 고독할 때 그대들은 내게 노래 불러주었고 그대들이 갈망하여 난 하늘에 하나의 탑을 세웠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잠은 사라지고 꿈도 끝났다. 새벽도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한낮이 닥쳐와 우리 희미하던 잠은 완전히 깨어 버렸으니 이제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만약 기억의 새벽빛 속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 다시 함께 이야기하고 그대들은 내게 더 그윽한 노래를 불러 주게 될 것을.

그리하여 만약 우리의 두 손이 또 다른 꿈속에서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늘에 또 하나의 탑을 세우게 되리라.

 

예언자 저자칼릴 지브란출판문예출판사발매201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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