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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엄마의 20년

by 북앤라떼 2021. 9. 2.

엄마의 20년

오소희

블로그 이웃들을 통해 들어서 익숙해진 이름 오소희 작가의 책을 만났다.

세 살이던 아들을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가고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 그녀는 엄마 작가이자 여행작가다.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대한민국에서 여자로서 겪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경험자로서 엄마를 위한 절절한 당부를 책으로 담아냈다. 세 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여행하고 봉사했던 아들 중빈이가 성인이 됨과 동시에 엄마 졸업을 선언했다는 그녀는 지금은 과거의 자신처럼 아이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느라 정작 엄마 자신의 계발은 뒷전으로 밀어둔 엄마들을 독려하며 책을 냈다.

한 살 두 살 세 살,

처음 3년은 너를 먹이고 재우고

그저 건강히 잘 키우는 데 쓰마.

너의 미소도

너의 똥도

모두 나를 미치게 할 것이다.

나는 미치도록 힘겨울 것이다.

이런 ‘미침’은 엄마만의 뜨거운 특권.

나는 웃다가,

울다가,

그 어떤 경우라도

다시 네 자그만 손바닥 냄새를 맡고 일어설 것이다.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이 4년은 너와 함께하는 순간마다

뛰고 웃고 노래하는 데 쓰마.

봄의 꽃나무 아래를 함께 걸을 것이다.

가을 낙엽 위를 함께 뒹굴 것이다.

너는 시인의 어휘로 꽃과 낙엽을 낭송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오롯이 음미하는 영광스런 청중이 될 것이다.

어쩌면 너는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몇 바늘 꿰매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왕성히 회복할 것이다.

내가 아파 누우면 내 이마에 흥건한 물수건을 올려주며

제법 근심스런 표정을 짓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이 하루하루가

엄마와 자식 사이의 황금기임을 알 것이다.

알기에 제대로 누리며 살아갈 것이다.

여덟 살 아홉 살 열 살 열한 살 열두 살.

이 5년은 네가 네 방식대로

생을 펼치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쓰마.

내 잣대로 너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로 너를 속단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잘하는 아이라면

그 또한 내게는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못하는 아이라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인 내가 그 누구보다 너만의 장점을 잘 알고 있으니,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으로 생을 일구는 법을

배우게 되어 있으니, 유사 이래 내내 그래 왔으니,

시절의 겁박에 새삼스레 오그라들어

너를 들볶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의 내 진정한 숙제는

이전에 겹쳐 있던 너와 나의 생을 따로 떼어놓고

나란히 세우는 법을 배우는 일,

나는 네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나의 세계를 가꿀 것이다.

네가 너의 생을 펼칠 때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가끔 나의 세계를 노크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열세 살 열네 살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이 4년은 너를 모른 척하는 데 쓰마.

네가 네 길을 네 식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나의 방해로 인해

아예 모색의 길을 떠나지 못한다거나,

모색의 길에서 중간에 돌아온다거나,

그런 비극이 없도록 나는 빠져 있어 주마.

믿으면서,

너를 믿으면서,

너를 믿는 나를 믿으면서,

나는 담담히 내 세계를 가꾸고 있을 것이다.

네 인생이다.

기성화된 내 눈에

너는 실컷 아둔하게 방황하라.

실컷 기이하게 방황하라.

너는 신세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살아갈 특권이 네게 있다.

늙은이들의 약아빠진 조언에 겁먹지 마라.

꽉 막힌 세상의 셈법에 굴복하지도 마라.

예비해두지도 마라.

탕진해도

방전되어도 좋다.

밧데리가 다 나가 기절하고 깨어난 뒤

현기증을 느끼며

네가 첫 눈을 뜨고 볼 세상,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것에 네 것이다.

열일곱 살 열 여덟 살 열아홉 살,

이 3년은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네가 모색한 바를 내게 들고 와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할 것이니

진실로 나의 할 일은 그 항목을 충족시키는 데에 그칠 것이다.

너는 이미 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애초에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의 도움만을 요구할 것이다.

사실 네가 내 눈에 띄는 시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가 여덟 살이 된 이래로

홀로 담담히 가꿔왔던 내 세계에 집중할

더 많은 자유를 얻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목매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부담도 주지 않을 것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존중할 것이다.

나는 네 젊은 세계에 감탄할 것이다.

네 무모함과,

네 불안정함과,

그럼에도 두려움을 꾹꾹 누르고 나아가는

네 의지에 감탄할 것이다.

너는 가끔 생각난 듯

나의 세계를 힐끗 들여다볼 것이다.

그것이 잘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래, 잘 되었다는 듯

한 번 따끈히 안아주고

총총히 네 바쁜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힐끗, 네 한 번의 시선과

따끈한 네 한 번의 허그,

그것으로 되었다.

나는 또 살아갈 것이다.

스무 살,

너는 어른이 되었다.

<오소희>

대한민국 엄마들은 “나를 찾고 싶다”고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업맘들이든 직장맘들이든모두 똑같이 “나를 찾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적인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엄마들은 모두 육아가 버겁고 육아에 지친 자신을 바라보며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엄마들은 그래서 우울하다. 자신을 잃은 엄마가 행복할 수 없다.

엄마가 먼저 성장하고 행복해져야 아이도 가정도 행복하게 살아난다.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해도 그동안 남성 중심적인 사회였기 때문에 아직도 그런 문화가 지배적이다. 그런 사회에서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나 사회로부터 올바른 여성의 역할을 배우지 못했다. TV 드라마도 여성을 잘못된 프레임에 가둬두는 역할을 해 왔다. 게다가 입시 중심적인 사회에서 엄마의 역할은 학부모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부모됨보다는 '치열한 경쟁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만 포커스를 맞추게 되고 그 일을 제대로 못할 때 좌절과 낙심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가 이런데 우리 엄마들이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해도 뭐가 달라지기라도 할까?

그런데 그녀는 '균열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라고 한다. 여성들도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남성들과 동일한 목소리의 크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거창하게 돈을 버는 활동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어린이집 간 사이에 잠시 카페에서 하는 독서활동도, 등산도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이 되어 균열을 가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단 조건이 있다.

“내 육아 목표는 OO야. 대학이 아니야!”라고 당당히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행한 입시 육아를 거부하고 엄마의 20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가 보인다.

나의 가치, 엄마의 가치, 우리 집의 가치를 세우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고개를 끄덕끄덕

몇 년 동안 블로그를 하면서 나의 이웃들도 알겠지만 나름 나만의 ‘THE 가치’가 있었다.

요즘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시대라고 하는데 공교육이 시작되기 전까지 세 아이 모두를 유치원에 보내는 대신에 함께 실컷 놀았다. 오소희처럼 아프리카로 남미로 떠나진 않았지만 기회되는대로 여행을 떠났고 추억을 쌓았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놀기만하면 되냐고 걱정과 타박이 섞인 반응도 있었지만 나에겐 그 가치가 분명했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소희 작가가 책 서두에 나이별로 적은 엄마의 바람처럼 나도 그랬다.

그런데말입니다~

솔직히 요즘 나는... 내가 과연 잘 한걸까?

그 가치가 맞는것일까? 많이 생각한다.

가치가 분명 맞다고 변함없이 믿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아이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다만 다행히(?) 여기는 것은 아이들이 이젠 어느 정도 커버렸다는 사실이다.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단계다. 엄마의 뜻보다는 자신의 뜻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아무리 내가 잔소리를 해도 1절이 아니라 4절까지 읊어도 아이들은 별로 요동하지 않는다. 그럴 땐 기분도 나쁘고 절망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다. 그래 끝까지 그렇게 너희들의 인생을 찾아서 가 주렴.

엄마가 흔들린다 해도 돌아보지 말고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주면 좋겠다.

내가 능력 있는 엄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식에게 기대고픈 마음도 전혀 없다. 나는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것이나 스케줄도 잘 모른다. 보통 엄마들은 일일이 다 꿰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나는 나 하나 살아가기에도 버겁다.

내 시간을 보내는데 바쁘기 때문에 애들 방 기웃기웃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가끔씩은 걱정이 된다.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 맛을 알았으면 좋겠고 인생을 잘 살았으면 좋겠다. 주변에 엄친아들은 왜 그렇게 많은건지. 이따금씩 바람처럼 내 마음을 흔들기도 하지만 처음에 중심을 잘 세워둔 덕분에 지금은 그냥 이렇게 시스템이 굴러가는 것 같다. 누군가에겐 엄청 위험해 보일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다르게 보인다.

첫아이 고등학교 기간은 참 많이 흔들리고 아플 것 같다. 아이 셋을 키웠건만 아이들의 속도는 늘.. 여전히 나를 흔든다. 남들은 여전히 비교 대상이 된다. 그래도 가치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고집하는 일과 여전히 싸워야 하고 힘들지만 아프면서 성장하고 배워나가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오소희의 엄마 20년,

첫아이를 세상에 보내는 그날 나도 파노라마처럼 엄마 20년을 돌아보게 되겠지.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막내까지 8-9년의 시간은 아이들이 떠난 뒤의 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

나의 롤 모델은 우리 엄마다. 엄마처럼 재미나게 살고 싶다. 엄마처럼 늙고 싶다.

욕심인지 몰라도 나는 우리 아이들의 롤 모델이 아니길 바란다. 난 이방인으로 살았지만 너희들은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나를 찾을 것인가?

오소희의 방법 15가지를 공유한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애 인생은 애의 것

내 안의 낡은 엄마 롤모델을 지우자

눈썹부터 그리자

활동을 찾자 나만의 속도로

매월 활동비를 정하고 남김없이 쓰자

장애물은 그냥 밟고 가자

꾸준히 하기 위해 활동공동체를 만들자

독박육아는 금물, 육아공동체로 극복하자

내 식으로 하자. 창의력, 별거 아냐

육아 ‘롤언니’를 곁에 두자

가족의 ‘다름’을 정중히 인정하자

범국민적 질병, ‘성적분리불안’을 극복하자

엄마 활동의 꽃, 가족문화의 탄생

나를 잃지 않고 수험생 엄마가 되는 법

엄마의 20년 내내 운동, 운동, 운동

 

엄마의 20년저자오소희출판수오서재발매2019.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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