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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엄마의 자존감 공부

by 북앤라떼 2020. 8. 6.

엄마의 자존감 공부

김미경

양육이란 없는 것을 채워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안에 있는 그것을 행복하게 꺼내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엄마 노릇’이다.

엄마 노릇 참 쉽지 않다.

입덧은 좀 했지만 출산은 어렵지 않게 세 명을 다 건강하게 낳았다. 많이 사랑해 줄 자신은 있었기에 사랑만 많이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커 갈수록 일방교통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나 혼자 운전대 잘 잡고 있는다고 사고 안 나는 게 아니다. 첫아이 키울 때는 ‘나 진짜 너무 괜찮은 엄마 아닐까’ 생각했는데.. 웬걸 삼 남매 키우다 보니 엄마 노릇 정말 못 해먹겠다 싶은 순간은 얼마나 많은지. 밑천이 자꾸만 바닥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과 같이 엄마도 성장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개성 많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김미경은 내가 더 가까이 옆에 모셔두고 귀동냥을 얻고 싶은 선배 맘이다.

지난번 미국 실리콘밸리로 직접 오셨을 때 들려주신 아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 저자김미경출판21세기북스발매2017.11.10

 

 

그녀가 물었다.”공부가 재능일까요?”

아이에게 공부 재능이 없다는 것은 반드시 다른 천재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공부만 천재성이 아니다 p41

“넌 도대체 뭐가 될래?”

나도 마음은 정말 이효리처럼 말하고 싶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도 돼”

그러나 엄마가 되어 보라.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는 공부라는 ‘단칸방’만 있는 게 아니라 100개의 수많은 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고 자신만의 천재성을 찾기 위한 도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p46

아들의 자퇴 사건이 오히려 아들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계기가 되고 엄마 노릇도 제대로 하게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다들 엄친아를 기대하지 어떤 엄마가 내 아이가 자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준비할까?

그런데 사실 준비해야 하는 것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순간이다.

아이가 공부도 잘하고 학교생활도 잘 하고 교우관계도 좋다면 엄마의 자존감 공부는 별로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른들 말씀에 ‘자식농사’ 쉽지 않다고 하시지 않던가.

자식농사는 평생이라고 한다. 평생 해야 할 자식농사가 한 해 잘 된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한 해 망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 높은 엄마는 아이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줄 수 있다. 막연하게 ‘괜찮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보는 프레임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실제 김미경 강사는 아들이 자퇴하고 오후에 일어나서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잔소리를 속으로 삼키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들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서 같이 먹어주었다.

왜? 아들은 나쁜 아이가 아니라 아픈 아이다.

그 생각을 잊지 않고 바라봐 주니 아이의 아픔이 낫고 있는 게 느껴졌다고 한다.

아이가 가장 바닥에 내려가 있을 때 엄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낮게 내려가 아이 밑에서 아이를 받쳐주며 함께 해 준다면 아이는 다시 올라갈 힘을 얻게 된다. 최소한 자기 밑에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셈법을 가지라.

“살다 보면 자녀들 누구나 힘든 고비를 지나게 된다. 운명적으로 그 시기가 왔을 때 엄마는 기꺼이 아이들이 밟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당이 돼줘야 한다”P90

엄마 딴에는 잘하려고 한 건데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엄마의 가르침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많은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지적 폭력’이 되기도 한다. 엄마의 얄팍한 지식으로 아이의 인정 욕구에 상처를 내는 지적 폭력. 그것은 아이에게 더 이상 충고가 아니라 조롱일 뿐이다.”P113

 

“모든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 ‘거리’다. 그건 부모 자식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이에 따라서 ‘적당한 거리’는 계속 달라지지만, 분명한 건 서로의 반경과 공간을 침해하면 그 어떤 생명도 제대로 자랄 수 없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정신적으로 독립을 못 해서 병들기 쉽다. P133

방학을 맞이하는 딸에게 특별한 날처럼 편지와 꽃다발을 주는 엄마

아이에게 선물같은 방학을 축하하고 싶어 나도 카드를 썼다.

에쁜 꽃다발과 함께.

'한 학기 동안 공부하느라, 새 친구 사귀느라 고생 완전 많았어. 시험 기간엔 정말 애썼고~~이젠 신나게 멋 부리고 놀아" p159

아 참 멋지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나 역시도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큰일처럼 이벤트 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이가 태권도를 할 때 두 달마다 띠가 바뀌는데 4년 동안 매번 시험이 패쓰하고 새로운 띠를 받을때마다 호들갑떨며 좋아하고 대단한 것을 해 냈다며 케익을 사 주었다.

피아노 책 레벨이 하나씩 올라갈 때도 마찬가지다. 케익을 사 주거나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축하해 주었다. 3학기로 나눠져있는 미국 학기제에 학기별로 성적표를 받고 상을 받을 때도( 상이 얼마나 흔해서 받는 사람들이 반 이상인데) 꼭 축하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애들이 진짜 별거 아닌 거 해 놓고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당연히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밀어줘야 뛰는 게 아니라 안아줘야 뛴다

이 말이 참 좋다. 방학 때 줘야 할 건 다음 학기 문제집이 아니라 꽃다발이다. P160

자녀교육이란 합의하고 절충해나가는 것이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뛰어야 하는 극기 훈련이 아니다. 내 재능, 내 꿈이 무엇인지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찾아내는 꿈의 여정에 선택과 걸러냄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기나긴 여정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는 멘토 같은 엄마다. 166

 

모든 모성은 옳다

당신의 모성도 맞다. 100명이면 100명의 모성이 다 다른 게 정상이다. 모성은 타고난 성품과 주어진 운명이라는 재료가 만나 다 다르게 만들어진다. p209

엄마라는 건 힘든 일이긴 했지만 아무 생각 없었던 스물다섯 살 김미경에게 최선을 다해 살라는 명령이자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나를 사람 만들어준 역할, 나를 성장시켜준 최고의 기회였던 엄마, 나는 오늘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에 감사한다. p217

“사람은 어제 살았던 대로 오늘을 살고 오늘 산 대로 내일을 똑같이 반복한다”

결심을 하면 1월 1일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이 1월 1일이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일본에 있는 동생의 음대 입시에 함께 해 주기 위해 가는 공항에서 보낸 딸의 긴 편지로 끝난다.

엄마를 이해해 주는 딸의 편지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엄마 노릇을 못했다고 자책하는 엄마를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그래 고맙다 대견한 딸아.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였구나.

그래서 엄마가 되는구나. 딸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또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딸 아들딸 키우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 엄친아가 아닌 개성이 넘치는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와 진정한 눈높이 교육은 어떤 것인지 다시금 마음에 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문제집 대신 꽃다발을 사 주는 엄마인건 맞는데.. 나의 문제는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에 있다. 밀어주는 게 아니라 안아주는 게 맞다는데 그런데도 팍팍 밀어줘야 할 내 역할에 태만한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놓치는 못한다.

그런 마음에 위로는 받는 책이다.

당신이 옳다 정혜신 박사의 위로를 받은 것처럼 나의 모성 나의 육아도 맞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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