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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유럽 도시 기행

by 북앤라떼 2020. 8. 6.

유럽 도시 기행

유시민

그들은 어떻게 더 자유롭고 너그럽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었을까?

답을 찾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가 극적인 역사와 만났다. 스무 살 무렵부터 직접 가서 보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다. 이십 대 남자의 여행에는 정부의 허가도 필요했던 시기라 발목을 잡았고 삼십대에는 그런 여행을 할만한 시간과 돈이 없었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았던 10년은 여행 가방 꾸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다 작가를 업으로 삼은 뒤 유럽 도시 기행 집필 제안을 받고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되었다. 아내 한혜경 씨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사진을 배웠다. 실제로 기획하고 떠나기까지는 5년이 걸렸지만 그렇게 두 부부의 여행은 시작됐다.

 

유럽 도시 기행 1 저자유시민출판생각의길발매2019.07.09.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데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것이 좋아서 여행을 한다.

책을 쓰는 작가답게 그는 낯선 도시는 자신에게 대형서점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책이 너무 많아서 다 둘러보다 보면 시간도 걸리고 몸도 지치고 때로는 찾아야 할 책을 못 찾기도 한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뜻밖의 발견’이 가능하다. 꼭 봐야 하는 것은 미리 찾아 리스트에 올려놓는다면 이 두 가지를 잘 누리는 여행은 더 즐거울 수 있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서 직접 사온 그 책을 아끼다 아끼다 이제야 시간을 들여 도시 하나마다 하루씩 책을 읽는다. 읽기 위함 보다 여행을 위해 소유하고자 함이었던가. 오랜만에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만지니까 이리도 좋다.

아 책과 함께 오랜 시간 머무는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아테네 , 멋있게 나이 들지 못한 미소년

아테네 면적은 서울의 2/3 정도이고 인구는 300만 명쯤 되는데 광역시 면적의 10%에 불과한 시내에 70만 명이 산다. 그리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유럽에서는 가난한 편에 속한다.

아테네는 괜찮은 동네에 있는 역사 전문 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크지 않아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 있고, 주변의 특색 있는 카페와 ‘가성비’ 좋은 식당에서 자잘한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이 도시에 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대 유적을 보기 위해서인데 고대 유적은 대부분 신타그마 광장에서 아크로폴리스 가는 쪽에 몰려있다. 여기를 ‘과거의 공간’이라고 하자 그 반대쪽 오모니아 광장 방면의 도심과 외곽은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현재의 공간’이다.

산티그마 광장의 아크로폴리스, 서구 문명의 슈퍼스타 파르테논

아고라와 프닉스 언덕은 민회를 열어 공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던 아네테 민주주의의 무대였고 자기 돈으로 무장한 남자들이 군사훈련을 한 연병장이었다. 이곳이 서구 문명의 ‘빅뱅’이 일어난 현장이다. 그때 여기서 태어난 ‘표현의 자유’관념과 ‘다수결의 원리’는 우주배 경복사처럼 현대 민주주의 제도에 스며들어 있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 마음의 돌기둥을 만났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 카리아티드(고대 그리스 신전 건축에서 여신상으로 만든 돌기둥)였다.

그리스의 수많은 돌기둥에서 ‘내 마음의 돌기둥’을 찾고 그렇게 표현한 글귀가 인상적이다.

그리스 하면 떠오르는 조르바~유시민 작가도 그리스 사람들이 아등바등 돈을 벌려고 애쓰는 기색이 없었다고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던 조르바를 떠올렸다.

디오니소스 극장,

거대 포유류를 사냥했던 수렵 채집인과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스터를 잡으러 다니는 21세기 ‘스몸비’는 행동 양식도 무척이나 비슷하다. 고고학 박물관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시간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지.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걸.”

 

오늘날 아테네의 공간적 중심은 신타그마 광장이다. 대형 호텔이 대부분 근처에 있으며 국회의사당도 광장에 맞닿아 있다.

퍼스트레이디가 된 난민 소녀 아스파시아

소크라테스는 “여자도 덕이 있을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 항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의문이지만 그 시대는 이런 발언조차도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덕이 있는 여자를 보았기 때문이고 그 유력한 후보는 난민 소녀 아스파시아다.

그녀는 밀레토스에서 아테네로 망명했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소녀는 이혼남 페리클레스의 연인이 되어 공공장소에 나타났다. 그녀는 15년 동안 ‘퍼스트레이디’역할을 했다. 그녀는 똑똑하고 말도 잘했으며 당대의 지식인들과 널리 교류했다.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그녀의 이름이 거명되지 않거나 <영웅전>에서 그녀를 악녀로 그려진 것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아내가 그저 악녀라고 알려져 있는 것과 같은 이유라 생각된다.

그가 아테네에서 가장 마음에 든 곳은 플라카다.

“도시국가 아네테가 인류에게 남겨준 가장 귀중한 유산은 플라카에서 만들어졌다. 그것은 말과 논리의 가치,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의미에 대한 각성이다. ...소크라테스도 플라카의 번잡한 거리와 구둣방, 술집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p69

라카의 골목을 걸으며 생각해보았다. 아테네 시민들은 왜 소크라테스를 죽였나? 고정관념, 광신, 시기심, 무지, 무관심, 변덕이 그를 죽였다. (....)

오늘을 사는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 시민들보다 얼마나 더 훌륭하고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가? 나는 직접민주주의가 다수의 폭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관론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은 아테네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모두 확인해 주었다. 아테네의 품에서 태어났으니 시대의 경계 너머로 나아갔던 그는 민주주의라는 옷을 입은 다수의 폭정에 빼앗겼다. 그런데도 민주주의는 문명의 대세가 되었고 소크라테스도 인류의 스승으로 인정받는다. 역사의 역설이다. p74

#로마, 뜻밖의 발견을 허락하는 도시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를 비롯하여 사람의 마음을 끄는 도시가 많은 이탈리아 여행 아테네가 서구 문명의 빅뱅을 일으켰고 로마에서 서구 문명은 가속 팽창을 했다.

로마의 슈퍼스타는 콜로세오(콜로세움의 이탈리어표기)다.

로마 건축의 웅장함, 남성다움, 판테온 신전!

로마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복제품이라 그리스 신화의 구조와 문화를 닮았다.

팔라티노 언덕에서 황제의 시선으로 로마를 내려보면 왜 로마인지.. 로마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느끼게 된다. 2천 년 전의 로마의 존재감은 더 컸다.

그래서 그는 “로마는 전성기를 다 보내고 은퇴한 사업가를 닮았다(p165)" 고 로마를 표현했다.

로마는 계획해서 꼭 봐야 하는 것도 좋았지만 뜻밖의 발견을 허락하는 도시였다. 그 대표적인 발견이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다.

교황 플레멘스 8세는 브루노가 회개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극단적 이단자라고 판정했고 종교재판소가 사형을 선고한지 열흘 만에 교황청은 피오리 광장에서 입에 재갈을 문 그를 불태워 죽였다. 1600년 2월 17일 브루노는 52년을 살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154

그는 뛰어난 세기의 과학자였지만 신학자였기에 신학과 과학이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그렇게 화형을 당했다.

광장에서 브루노 동상을 본 유시민 작가의 심정이 어땠는지를 잘 보여주는 글귀다

“브루노는 진리를 확신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교황청의 권력자들은 자기네가 진리라고 주장해 온 것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죄 없는 과학자를 불태워 죽었다. 그들이 그토록 소망했던 천국에 갔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행위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용서할 권리가 있는 사람도, 용서를 청해야 할 사람도 모두 죽고 없으니 말이다.. p196”

이탈리아는 역시 음식이다. 이탈리아 음식은 사실상 세계를 정복했다. 정통 이탈리아 코스 요리는 아페르티보(Aperitivo)-안티파스토(Antipasto)-프리모 피아토(Primo Piatto)-세콘디 피아티(Secondi Piatti)-돌체(Dolce)-카페(Caffe)로 이어지며 포도주를 곁들인다.

베네치아 광장 뒷골목 식당 야외 자리에서 백포도주 한 잔과 곁들여 먹은 해물 수프와 스파게티 봉골레, 나폴레오나타 피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p160

그는 고대의 로마, 중세의 로마가 아닌 근대의 로마가 더 좋다고 느낀다. 다시 간다면 골목길을 걸으며 로마를 더 느껴보리라.

테르미니역 승강장에서 공항 가는 길에 그는 로마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챠오 (Ciao,안녕)!

 

# 이스탄불, 단색에 가려진 무지개

다양성을 잃어버린 국제도시

드라마틱한 환경 변화를 겪었던 도시인만큼 네 도시 중 이해하는데 가장 공부가 필요한 도시가 이스탄불이다.

역사가 무려 2천 700명이나 되는 이스탄불의 최초 이름은 비잔티움(Byzantium)이었고 콘스탄티노폴리스(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뀐 4세기부터 15세기까지는 동로마제국의 수도였으며 그 다음 500년은 오스만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이었다. p170

현재 터키라는 단색으로 가려진 이스탄불은 고대그리스, 로마제국, 비잔틴제국의 역사와 문화, 이슬람과 기독교 수 많은 다채로운 색이 있는 도시다.다양성은 좋지만 그만큼 갈등과 충돌의 위험이 큰 도시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세상사를 보는 관점도 달라지는 법

아야소피아 박물관에 있는 지하궁전 저수조는 1500년동안 가려져 있다가 근자에 공개되었다. 이슬람에서는 고인 물을 사용할 수 없어서 지하에 감추었던 ‘메두사’(머리카락이 뱀 모양이도 눈이 마주치는 사람은 돌로 만들어 버리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가 발견되며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로 바뀌었다.

이스탄불 관광의 꽃이라는 보스포루스해협의 유람선을 빠트릴 수 없다. 이스탄불은 포도송이 처럼 생긴 거대도시다. 수상버스를 타고 위스퀴다르( 비잔티움 시절부터 있었던 마을)을 보았다. 그리스에서 온 최초의 건설자들이 ‘황금의 도시’라는 이름을 주었는데 그것이 오스만어로 옮겨져 위스퀴다르가 되었다.

오스만제국 시대의 터키민요 <위스키다르>는 남몰래 연인을 만나는 여인의 애틋한 심정을 담고 있다. 터키 공화국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한국전쟁에 보냈다. 수원에 주둔한 터키 군인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이 민요를 가르쳐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읽다가 멈추고 음악을 들었다.

https://youtu.be/Pxds9ELol1A

 

이스탄불 시민들이 좋아하는 피에르 로티 언덕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의 이름에서 왔다. 로티는 오스만제국 여인 ‘아지야데’를 사랑했는데 프랑스에 갔다가 10년 만에 돌아와보니 여자가 죽고 없었다.그가 언덕에서 연인을 그리워하는 글을 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스탄불 음식은 케밥, 감자요리, 생선구이를 보통 먹었는데 거리의 호객 행위가 많아서 밥 먹는 일이 수월하지 않았다.

고등어 케밥은 생선 비린내로 호불호가 가릴 수 있어서 그가 추천하는 음식은 ‘쿰피르’다. 찐 감자에 조각낸 치즈와 올리브, 채 썬 배추, 소시지 등 토핑을 고르면 숟가락으로 재료를 섞어 감자살과 비벼내는 한 판의 예술 공연을 거쳐 예술 작품을 내준다. 그는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2층 카페에서 꽃차를 마시며 쿰피르를 먹었다. 해협의 수면에는 햇살이 부서지며 춤을 추었다는 표현이 황홀하게 그려진다.

‘스타벅스 베벡’은 지구에서 제일 예쁜 별다방이라고 관광 안내소에 나온 곳이다. 터키 커피의 명성은 헛소문이라 생각했는데 숯불 화덕 커피를 마신 뒤 그 명성이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기분유보다 곱게 간 원두를 물이 든 주전자에 넣고 화덕에 올려놓고 올렸다 내렸다 하며 거품을 가라앉히며 끓이는 커피다. 향이 좋았고 맑은 맛이 났다 혀에 커피 분말이 느껴지는데도 느낌이 깔끔했다.

절망하진 마, 이스탄불, 물기를 머금은 잔 바닥의 커피 분말에서 오스만제국의 향기를 맡은 여행자도 있어. 다음에 오면 생강가루를 섞은 커피를 청할게. 후미진 골목 구석에 조용히 엎드려 있는 그리스 정교 교회와 아르메니아 정교 교회에도 들어가 보고 파묵 하우스도 가고 말거야. 귀츨뤼 올(힘내요)이스탄불!

 

#파리, 인류 문명의 최전선

초라한 변방에서 문명의 최전선으로

14세기까지만 해도 보잘것 업는 변방의 도시였으며 아네테, 로마, 이스탄불에 견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역사가 짧아 고대의 건축물은 거의 없는 젊은 도시다. 역사만이 젋은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젊고 자유롭다.

프랑스라는 국호의 연원은 프랑크왕국이지만 프랑스 역사가 5세기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프랑스 사람들의 민족의식 또는 집단적 정체성은 겨우500년 전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파리의 상징은 에필탑이다.

파리가 지구촌의 문화수도가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세 가지 측면

첫째, 에펠탑은 과학혁명의 산물이다.

둘째, 에펠탑은 공화정이라는 프랑스 정치제도의 특징을 체현하고 있다.

“에펠탑은 민주주의 시대 도시의 주인은 권력자가 아니라 시민이며, 시민이 선출한 정부가 합당한 과정을 거쳐 중대사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에펠탑은 자유와 평등, 인권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고대와 중세의 왕궁이나 교회와 달리 에펠탑은 개인이 디자인한 예술품이며 노예 노동이나 강제 노동없이 축조했다. P301

노트르담 대 성당과 생 미셸 다리, 문학의 힘과 프랑스 민주주의

생 미셸 다리 들머리 동판은 작가가 파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로 기억한다.

동판 아래에 놓인 시들어 버린 꽃묶음을 눈에 띄어서 검색해 보니 1961년 10월 17일 밤, 알제리 사람 3만여명이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을 지지하는 집회 시위를 했는데 이때 진압하는과정에서 수백명의 사망자가 생겼으나 이 사건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동판은 2001년에 설치했으며 시민들은 해마다 추모행사를 연다.

 

대혁명의 나라 프랑스, 프랑스의 수도 파리, 센강의 생 미셸 다리에서 시들어버린 꽃묶음을 보며 생각했다. 민주주의는 어떤 제도의 집합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 아닐까? 완성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개선하려고 도전하는 몸부림이 아닐까?P256

파리에서는 루브르 박물관을 구경한다. 들어가도 후회, 안들어가도 후회하는 루브르. 루브르를 지배하는 것은 작품의 아름다움과 예술가의 열정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횡포, 집단적 허영심이다. 중세와 근대의 예술작품 중에는 왕가의 수집품이 적지 않고 남의 나라 고대 유물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약탈해 온 게 대부분이다. 루브르는 문화재 포로 수용소였다. 1886년 로즈 제독의 함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의궤와 서적을 약탈해 간 일이 떨올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예술 작품을 보는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계 효용 채감의 법칙은 루브르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한다. P261

카루젤 개선문, 튈르리 정원, 콩코르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에투알 개선문, 샤를 드골 광장, 베르샤유 궁전 ..이 공간을 걸으며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정치 제도의 교체가 도시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보게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가로이 거니는 가족, 유모차를 끄는 부부, 벤치에서 햇살을 맞으며 키스하는 연인, 시민들의 안온한 일상을 보니 파리에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가 365일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그땐 그랬다. 뤽상부르 공원은 좋은 느낌을 안고 파리를 떠나고 싶은 여행자가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에 적절한 곳이 아닐까 싶다. P316

보통 여행책은 소설처럼 빨리 넘겨 보는데 이 책은 역사를 공부하는 자세로 다른 책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읽어야했다. 그 뿐 아니라 리뷰를 쓰기 위해서 1시간 앞당겨 새벽 4시에 일어났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요즘 방학이라 아이들 때문에 독서보다 리뷰 쓰기가 더 힘이 들어서 방학에는 조금 더 기상 시간을 앞당겨야 그나마 리뷰쓰기가 가능 할 것 같다.)

이 책은 단순 여행 책 보다는 취재 기행과도 같다. ‘모범생의 여행은 이렇구나’ 생각하며 덕분에 공부의 시간도 됐다. 학생 운동가 출신으로 국회의원과 장관까지 지낸 사람의 관점으로 명소들을 만나고 해석하는 특색도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밑줄을 그은 부분 중에서 일부만 나누었는데 양이 상당한 것이 이 책이 단순 여행기가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요즘 발이 묶여서 더욱 어디론가 여행이 가고 싶은 나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여행기였다.

아비엥또(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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