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시집
5월부터 오늘까지 천천히 한 편씩 음미하듯 괴테의 시를 읽었다.
괴테 시집은 네 개의 시기로 분류되어 있다.
*젊은 날의 시 (1765~1775):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슈트라스부르크
*초기 바이마르 시절의 시( 1775~1786):바이마르
*이탈리아 여행 이후의 시 (1788~1813):바이마르
*만년의 시 (1814~1832):바이마르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독일의 작가이고 극작가, 시인, 연극 감독, 철학자, 과학자, 식물학자, 화가이고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이기도 했다.
독일의 위대한 문인의 대명사 괴테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었고 사랑꾼이었다. 괴테의 시를 읽으면서 괴테처럼 사랑꾼이라면 호흡하는 것이 시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많았던 만큼, 애끓는 사랑을 했던 괴테는 그만큼의 다양한 시를 남겼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도 될 정도로 재능 있는 실력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괴테는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와 어머니 카타리네 엘리자베트 텍스트로 사이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법률 공부를 위해 열여섯에 고향을 떠나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한 괴테는 5년 뒤 법률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간 슈트라스부르크에서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연애 체험을 하고 평론가인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를 통해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헤르더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자기 자신의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당시 독일 문단을 휩쓸고 있던 독일 문학의 독자성 확립을 내세우는 젊은 문인들의 운동의 지표였다. 그 시절 괴테는 <봄의 축제>같은 전에는 볼 수 없던 서정시를 탄생시켰다.
Maifest 봄의 축제
자연이
참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태양은 번쩍거리고
들판은 웃는다.
가지마다
꽃이 터져 나오고
덤불에 넘치는
갖가지 노랫소리.
솟아 나오는
기쁨과 환희.
오,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희망이여.
봉우리에 걸린
아침 구름같이
사랑이여, 사랑이여
너는 푸르디푸른 들을
꽃으로 뿌옇게 덮인
충만한 세계를 장엄하게 축복한다.
아,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지극히 사랑한다.
너의 눈은 반짝이고 있고,
너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종다리는 노래와 하늘을,
그리고 아침 꽃은
하늘의 향기를 사랑한다.
내가 열렬한 피로
너를 사랑하듯이.
나의 새 노래에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불어넣는 너를.
영원히 행복하라
나를 향한 너의 사랑처럼
1771년 여름에 고향으로 돌아온 괴테는 변호사를 개업하고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고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 1775년 바이마르로 떠나게 되는데 그 마지막 프랑크푸르트 시절 서정시의 원천이 된 것은 릴리 셰네만과의 사랑이었다.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
Neue Liebe, neues Leben
마음이여, 나의 마음이여, 어찌 된 일인가.
무엇이 너를 그렇게 심하게 괴롭히는가.
이렇게도 생소한 새로운 삶-
이전의 네 모습은 알 길이 없다.
네가 사랑하던 것, 너를 슬프게 하던 것
너의 근면, 너의 안식,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아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가
꽃다운 그 모습이,
사랑스런 그 모습이,
다정한 눈짓이
너를 얽이친단 말인가.
나는 그녀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마음을 굳히고 달아나려 한다.
그러나 그 순간 나의 걸음은
그녀 쪽으로 돌아서고 만다.
끊어지지 않는
이 마법의 실로
사랑스러운 분방한 소녀는
나를 꼼짝 못 하게 묶는다
그 마법의 영역에서
이제 나는 그녀의 분부대로 살아가야만 한다.
아, 엄청난 이 변화.
사랑이여, 사랑이여, 나를 풀어다오.
*초기 바이마르 시절의 시
인구 10만 명의 작은 나라 바이마르 공국의 군주 칼 아우구스트 대공의 초청으로 스물여섯의 청년 괴테는 바이마르를 방문한다. 그때 대공의 요청으로 정부의 요직을 맡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바이마르에서 보내게 된다. 60년 가까운 이 시기에서 그의 삶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 것은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이다. 일곱 살 연상인 그녀와의 사랑을 노래한 서정적인 시가 많이 탄생했다.
외롭게 사는 사람은
Wer sich der Einsamkeit ergibt
외롭게 사는 사람은
곧 외톨이가 된다.
사람들은 생활하고, 사랑을 하지만
괴로워하는 사람을 살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고통스럽게 살리라.
언젠가 내가
진정 외롭게 살 수 있다면
그때 나는 외톨이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혼자 있는지
소리 없이 다가가서 살펴보듯이
낮이나 밤이나 외로운 나에게
슬픔이 다가오고
고통이 다가온다.
언젠가 내가
무덤 속에 외롭게 누울 때
그때 나는 진정 외톨이가 되리라.
슈타인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탈리아 여행 이후의 시
서른일곱 살의 괴테는 장기 휴가를 받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서 2년 정도 머무르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괴테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감명을 받게 되고 이후 그의 고전주의적 세계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사람의 일생
Eines Menschen Leben
사람의 일생이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개가 무엇을 했느니
어떻게 했느니
왈가왈부한다.
시는 더 보잘것없는 것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음미하고,
비난한다.
친구여, 그저 마음 비우고 살면서
계속 시를 쓰게나!
*만년의 시
60이 넘은 괴테는 유유자적하며 자신의 지혜를 담은 격언풍의 시를 많이 쓴다. 작품의 대부분을 쓴 것은 괴테의 나이 예순다섯 이후다.
이른 아침, 옅은 안개 속에서
이른 아침, 옅은 안개 속에서
산과 골짜기의 정원이 모습을 드러낼 때,
애타는 기다림 속에
꽃받침마다 눈부시게 꽃이 피어날 때,
하늘을 건너가는 구름이
맑은 햇빛과 어우러질 때,
동풍이 불어 구름을 몰아내고
파란 하늘을 보이게 할 때,
그때, 이 아름다운 정경을 즐기면서
위대한 자연의 티 없는 가슴에 고마움을 보낸다.
이윽고 날이 기울어 태양이 새빨갛게 하늘을 물들이고,
멀리 지평선을 황금빛으로 채색하리라.
도른부르크에서 182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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