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산책

체스 배우고 싶어지는 넷플릭스 "퀸즈 갬빗"

by 북앤라떼 2020. 11. 17.

The Queen's Gambit

넷플릭스에서 2020년 10월에 공개한 미국 7부작 드라마로 등급 R( 청불)이다. 월터 테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스콧 프랭크와 앨런 스콧이 기획하였다.

Queen’s Gambit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체스 오프닝 중 하나를 의미하는데 시작할 때 졸( pawn)을 희생해서 중앙을 컨트롤하는 전략으로 Queen’s pawn을 사용하기 때문에 Queen’s Gambit이라고 한다.

보통 체스 영화가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통념이 있다는데 이 드라마는 완전 히트작이다. 리뷰 집계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100% 점수는 개인적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재밌는 데다가 매력적이고 생각할 것들도 많이 제공하는 꽤 볼만한 드라마다.

(→드라마를 아직 안 본 사람은 스포가 있으니 읽지 않고 먼저 드라마를 보는 것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퀸스갬빗은 놀라운 체스 재능을 가진 주인공 베스 하몬이 세계 최고의 체스 챔피언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야기는 1950년대에서 1960대를 배경으로 한다. 베스는( Anya Taylor Joy) 엄마와 둘이 살다가 차 사고로 엄마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게 된다. 고아원에서 적응기를 보내는 베스가 가장 먼저 적응한 것은 매일 의무적으로 받아서 먹어야 하는 초록색 신경안정제(tranquility)였다. 처음엔 왜 먹어야 하나 했는데 나중에는 먹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단계가 되어서 약이 중단되었을 때 약을 훔치기까지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다. 약물 중독 현상이다. 그 시대에는 고아원에서도 흔하게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한다.

고아원에서 적응하며 생활하는 동안 우연히 관리인 사이벨이 체스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배우면서 체스에 대한 천재적 자질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여자에겐 체스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던 시절이다. 신경 안정제를 먹고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곧 체스판으로 바뀐다. 체스 말들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잠들 때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몇 년 뒤 베스는 켄터키 주의 한 중산층 부부에게 입양되어서 고아원을 나가서 생활하게 된다. 처음으로 예쁜 방을 갖게 되고 학교에도 다니지만 고아원 밖의 세상은 낯설다. 유일한 낙이 체스인 그녀는 학교에서 체스 클럽을 찾던 중 체스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할 계획을 세운다. 참가비도 없어서 상금을 먼저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된 토너먼트에서 그녀는 많은 상금을 받게 되고 제대로 주목을 받게 된다. 한편 남편에게 버림받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엄마도 처음엔 "웬 여자가 체스냐?"로 시쿤둥하던 반응에서 명예와 경제적 안정을 둘 다 얻을 수 있는 베스의 토너먼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레스토랑에서 딸의 신문 기사를 큰 소리로 읽고 멋스럽게 치장을 하며 토너먼트를 위해 여러 곳을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엄마와 원정 토너먼트를 간 멕시코시티에서 엄마는 펜팔 친구를 만나서 모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토너먼트에서 얻는 것은 상금과 트로피만이 아니다. 경기에서 만났던 상대들과 친구가 되며 함께 체스 공부 파트너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베스는 알코올과 약에 중독된 엄마, 고아원에서 시작된 약물 중독에 따라서 약물과 알코올 의존도가 점점 높아진다. 원정 경기 중 호텔에서 엄마의 사망을 겪고 집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 베스는 외로움과 트라우마로 완전히 통제불능 중독 상태로 망가진다.

그녀가 쓰러져있을 때 고아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가 찾아와서 자신에게 체스의 세계로 안내해 준 관리인 아저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다시 방문한 고아원의 아저씨의 방에는 자신의 신문 기사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 아저씨와 함께 찍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녀는 오열하게 된다. 늘 말이 없이 무뚝뚝해 보이는 아저씨가 자신을 지하실 방에서 응원하고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입양되어서 그곳을 떠날 때도 멀리서 지켜만 보던 아저씨. 처음 체스를 안내해 준 사람도 사이벨이었지만 약물 중독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주는 사람도 결국 사이벨. 그녀는 다시 일어나 체스 세계 챔피언에 도전한다. 러시아의 화려한 경기에서 남자들로만 구성된 경기에서 여성으로 그것도 연륜이 지긋한 남성들을 상대로 게임을 할 때는 밖에서 베스 하몬을 열렬히 환호하는 여성의 심정으로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broken family를 생각하게 된다. 외형적으로 망가진 가족관계뿐 아니라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는 가정에도 가정의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정이 많이 있다. 어린 시절에 성장하며 겪은 일들은 평생 트라우마가 되어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없는 인격장애로 발전하게 된다.

약물과 알코올 물질 중독은 심각하다. 스포츠 선수들을 비롯하여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약물의 힘을 얻어 좋은 결과를 얻는 경험을 한다. 그 몇 번의 경험 때문에 결국 약물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신과 건강이 모두 망가져서 결국 현실 세계와는 완전히 작별하게 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한번 시작된 유혹은 덫이 된다는 사실. 그러나 베스의 경우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겠다. 타의에 의해 시작된 약물에서 체스와 결합하면서 후에는 자의에 의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모든 게임은 판돈이 커지면 도박이 될 수 있다. 그 게임을 둘러싼 사람들, 화려함, 술, 약물 중독의 문화도 보여준다.

소설이지만 실화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만든 것은 남자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이 너무 통쾌해서다. 드라마는 체스를 잘 몰라도 뿐 몰입하게 해 주는 테일러 조이의 뛰어난 연기력과 극중 시대의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또한 쏠쏠하다. 뱅과 짧은 곱슬 단발의 헤어스타일, 에나멜 구두, 허리가 잘룩한 플레어스커트, 내가 좋아하는 넥 카라 원피스들이 눈에 띄고 체스의 승리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서 스타일은 점점 세련되고 화려하게 바뀐다.

 

https://youtu.be/CDrieqwSdgI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