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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One Day in December

by 북앤라떼 2021. 8. 19.

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Josie Silver

 

2020년이 하루 남았던 날~

하루 남은 시간에 정신없이 책장을 넘겨서 읽을만한 책이 있을까?

12월 마지막 밤에 읽기에 <12월의 어느 날> 이라는 제목도 좋고 첫눈에 반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면 500페이지 정도면 딱 읽기 좋겠다 싶었다.

사실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갔을 땐 뻔해도 너무 뻔한 스토리의 결말이 보여서 이 밤에 읽기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만두기엔 또 아쉬웠다. 진부해도 버스에서 만나 첫눈에 반하는 두 사람의 눈빛에 끌려서 읽고 싶었다. 혹시 또 알아? 제발 진부한 결말이 아니길 바라면서 끝까지 읽는 수 밖에. 책은 화자를 잭과 로리의 시선으로 번갈아 가면서 두 사람의 마음을 자세히 조명한다.

작가 조지 실버는 실제로 스물두 살 생일에 자신의 발을 밟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이 작품을 데뷔작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주인공 로리와 잭은 눈이 내리는 런던의 12월 어느 날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한다.

로리는 퇴근길 버스에 앉아 있었고 잭은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버스가 멈추었을 때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고 서로 눈을 떼지 못했다.

잭은 런던의 풍경에는 아랑곳없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잠시 고개를 들었을 때 둘의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고 전류가 흐르는 느낌을 가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느낌이 뭔지 안다. 몇 초의 순간이지만 숨이 멎을 것 같은 그 심정. 버스에서 내려야 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만원 버스에서 내릴 타이밍을 찾지못한 로리는 그렇게 첫눈에 반한 남자를 만날 기회를 놓친다. 그날 이후로 로리는 남자를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버스 보이’를 찾을 수는 없었다.

우리의 시선이 똑바로 만난다.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내 입술이 달싹댄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갑자기 그리고 난데없이 이 버스에서 내려야 할 것만 같다.

이건 쌍방이다.

나의 바람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분명 이 순간 그에게도 같은 벼락이 내리치는 게 보인다.

보이지 않는 두 줄기 번개가 내리쳐서 우리 둘을 불가해하게 묶는다.

인연의 여지. 그의 눈에 드리운 감전의 충격. 그가 흠짓 정신이 드는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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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친자매와 다름없는 베프 세라에게 자신의 버스 보이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었고 이후 로리는 버스 보이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운명의 그 남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다시 1년이 지난 12월의 어느 날 세라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서 만든 애인을 베프 로리 앞으로 데려왔는데 지금 독자들의 그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다. 세라의 애인이 로리가 1년을 찾아 헤맨 버스 보이다. 그러면 버스 보이 잭도 1년 전의 로리를 기억할까?

인사하려고 입을 떼는데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른다. 누군가 내 가슴에 전기 충격 패드를 붙이고 전류 강도를 최대치로 올린 느낌이다. 어떠한 말도 내 입술을 떠나지 못한다.

아는 남자다.그를 처음 본 날이 엊그제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날. 열두 달 전 만원 버스 2층. 심장이 멎는 듯했던 눈 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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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에게 잭이 버스 보이라고 말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기엔 로리에게 세라는 가족같이 사랑하는 존재다. 세라를 잃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결국 사랑을 가슴에 묻기로 하고 로리는 잭을 처음 보듯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이제 친구의 남자친구로만 존재하기로 하는 거다. 이후 세라는 둘 사람의 만남마다 로리를 동승시키는 고문을 했지만 '사랑과 우정 사이'를 찍지 않기 위해서 잭과 로리는 실제로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그렇게 감춰지는 것도 덮어지는 것도 아니다.

몇 번의 12월을 보낸 후에야 두 사람은 자신의 감정 앞에 솔직해졌다.

네가 그때 버스에 올라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본 적 있어?

아마 로리랑 잭도 느낄거다. 이것이 얼마나 진부한 결말인지!

그럼에도 첫눈에 반한 두 남녀가 사랑의 감정보다는 친구를 택하고 연인을 위해,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랑을 다시 찾는 내용은 12월의 어느 날 밤을 새워 읽기에 부족하지 않다. 충분히 로맨틱하다. 눈이 왔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내가 로리였다면 나는 우정보다 사랑을 택했을 것 같다. 첫 눈에 반하고도 1년을 찾은 사람인데..게다가 남자의 마음까지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안다면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에 기울지 않았을까 싶다.

진부한 내용들이 많으나 읽는 사람들을 위해 모두 생략하련다.

 

12월의 어느 날 저자조지 실버출판아르테(arte)발매2019.11.20.

 

 

우리의 시선이 똑바로 만난다. 눈을 돌릴 수가 없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내 입술이 달싹댄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갑자기 그리고 난데없이 이 버스에서 내려야 할 것만 같다.

이건 쌍방이다.

나의 바람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분명 이 순간 그에게도 같은 벼락이 내리치는 게 보인다.

보이지 않는 두 줄기 번개가 내리쳐서 우리 둘을 불가해하게 묶는다.

인연의 여지. 그의 눈에 드리운 감전의 충격. 그가 흠짓 정신이 드는 표정을 짓는다.

11

인사하려고 입을 떼는데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른다. 누군가 내 가슴에 전기 충격 패드를 붙이고 전류 강도를 최대치로 올린 느낌이다. 어떠한 말도 내 입술을 떠나지 못한다.

아는 남자다.그를 처음 본 날이 엊그제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날. 열두 달 전 만원 버스 2층. 심장이 멎는 듯했던 눈 맞춤.

43

“우리가 서로를 알아볼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내가 묻는다.

내 머릿속에서 우리는 대관람차를 타고 세상의 정상에 오르고, 머리를 뒤로 젖혀 별을 올려다본다. 술기운의 농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내 귀에 대고 나직이 웃자 내 심장이 느린 공중제비를 넘는다.

“운명 같은 걸 믿지는 않지만, 루, 나는 네가 항상 내 인생에 있었으면 해.”

그가 내 눈을 내려다본다. 그의 입이 너무 가까워 그의 숨결이 입술에 느껴진다. 온몸이 아파온다.

“나도.” 내가 속삭인다. “너랑 함께 있는 게 가끔은 마음을 아프게 해도 말이야.”

그의 눈에 서린 표정을 읽기가 어렵다. 어쩌면 후회?

“하지 마. 더는 아무 말 하지 마.”

450

나는 길을 잃는다. 그의 말 속에서, 그의 품 안에서, 그리고 ‘만약’의 가능성 속에서.

“만약에 우리가…….” 내가 입을 연다. 하지만 더는 말을 잇지 않는다. 우리 둘 다 만약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니까.

“하지 마. 우리는 우리가 있을 곳에 있는 거야.”

나는 울기 시작한다. 과하게 마신 와인, 견딜 수 없이 밀려드는 감정, 오늘 밤 너무나 많은 것을 떼어놓고 돌아서야 하는 내 인생 때문에. 그가 나를 꼭 끌어안고 그의 입술로 내 귀를 누른다.

“울지 마. 사랑해, 로리 제임스.”

452

옛날부터 내 일부는 항상 세라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인생이 그녀의 품에 좋은 것들을 그저 툭툭 떨어뜨려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 스스로 모든 것을 개척해냈다. 그녀는 용감했고 필요한 위험을 감수했다. 언제나 그랬다.

526

"네가 그때 버스에 올라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본 적 있어?"

"소년이 소녀를 본다. 소녀가 소년을 본다. 소년이 버스에 올라탄다. 소녀의 얼굴을 삼켜버릴 듯이 진하게 키스한다. 그 후로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

"우리가 마침내 만났어"

그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내가 그를 안고, 그가 나를 안는다. 정말 오랜만에 처음으로 무엇 하나 허전하지가 않다.

551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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