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 < The courage of teach>
파커 J. Palmer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 미 고등교육 학회 임원과 페처 연구소의 수석 고민을 맡고 있으며 전 세계를 무대로 워크숍, 포럼, 강연회,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있어 ‘교사들의 교사’로 불린다. 1998년도 설문조사에서 ‘미국 고등교육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것은 나였지만
솔직히 말해 나를 이끈 것은
함께했던 교사들이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1996~1997년에 씌어졌고 이 책은 30만 부 이상 판매 후 판매 10주년 기념판이다.
# 내면으로부터의 가르침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 자신을 교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순간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나와 내 학생들이 지도 없는 영역을 탐구할 때, 우리의 경험이 내면의 번개 같은 생명에 의해서 환히 불 밝혀질 때, 그때에 교직이 나의 천직이 된다. 38
가르치는 사람들은 보통 ‘무엇’을 가르칠까와 ‘어떻게’에 집중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자아와 자아의식에 대한 것이 먼저 제기되어야 한다. 결국 “교사의 자아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 교사의 마음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오며 하나의 테크닉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교사들은 보통 자신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교사들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가르침의 형태도 다르고 구체적인 내용은 잊을 수 있지만 고마운 마음은 오래간다. 어떻게 해야 내면의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가? 고독과 침묵, 명상적인 독서와 숲속 산책, 일기 쓰기, 남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친구 찾기 등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한다.
저자에게도 그런 선생님이 있었다. 너무 열성적이라 질문이나 논평도 허용하지 않으셨으나 그러나 그 실패작처럼 보이는 선생님의 강의법에 매료되어 그의 정체성이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선생님이 영향을 주는 것은 교육학적 관점에서 훌륭한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선생님이 주는 영감과 감동일까.
그는 자신의 청소년기, 대학 시절, 대학원 시절, 교수 초창기 그때마다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고 한다. 언젠가 또 나타날 스승을 기다리는 자신을 바라보고 이제는 스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스승이 되어 주어야 할 때인 것을 깨달았다. 스승 때문에 인생이 바뀐 그는 젊은 때에 스승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 공포의 문화
교사 생활 30년째이지만 아직도 나는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공포가 고개를 쳐든다. 학생들에게 질문했는데 마치 못할 짓이라도 요구한 듯이 학생들이 침묵을 지킬 때,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바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말도 안 되는 갈등이 벌어졌을 때 내가 헤매기 때문에 학생들도 헤매는 강의를 할 때 공포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마저 추가된다. 학생의 공포와 교사의 공포가 뒤섞이면 공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교육 현장은 마비되어버린다. 150
‘교사 위의 교사’도 교사를 교육하는 교사도 언제나 공포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지 않는가. 어떤 두려움은 교육 효과를 더 높이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공포는 배우고 성장하게 한다. 온몸이 열리게 한다.
교실에서 입 다물고 뚱하게 앉아 있는 학생은 결코 뇌사한 것이 아니라 공포에 가득 찬 학생이란다. ‘지옥에서 온 학생’도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교사는 말해지기 전에 그것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면서 그 학생들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 감추어진 정체성
우리는 머리와 가슴을 분리한다. 그 결과 머리는 느끼는 방법을 모르고 가슴은 생각하는 방법을 모른다. 우리는 사실과 느낌을 분리한다. 그 결과 생기 없는 사실은 이 세상을 막연한 어떤 곳으로 만들고, 무지한 느낌은 진리를 오늘의 느낌 수준으로 격하시킨다. 우리는 이론과 실천을 분리한다. 그 결과 이론은 생활과 별반 관계가 없고 실천은 이해가 따르지 못한다. 우리는 가르침과 배움을 분리한다. 그 결과 교사들은 발언만 할 뿐 들으려 하지 않고, 학생들은 듣기만 할 뿐 말하려 하지 않는다. 163
# 커뮤니티 속에서 가르치기& 배우기
교사로서 필요한 재원은 동료 교사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풍성하게 발견할 수 있다. 가르침에 대한 좋은 대화야말로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343
# 교육 개혁 운동
진정한 운동의 위력은 정체성과 성실성이 결핍된 ‘적들’을 비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성실성을 파악하고 주장하는 그 순간에 나온다. 그는 이것을 ‘로사 팍스 Rosa Parks의 결정’이라고 부른다. 1955년 12월 1일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 살던 로사 팍스는 제도권의 인종 차별주의가 요구하는 것대로 행동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 결심은 흑백 차별 버스에서 백인 좌석에 앉아서 백인 남자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것을 거부했다.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하이랜더 공민학교에서 비폭력의 전략을 공부했고 전국 흑인 지위 향상협회의 몽고메리 지부에서 비서로 일했다. 그녀의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그녀의 보이콧은 하나의 기폭제가 되어 마틴 루터 킹이 이끄는 공공 수송 수단 보이콧 운동을 일으켰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금도 로사 팍스같이 제도권의 규범에 순응하기보다는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는 교사들을 만난다. 위험이 수반되지만 분열되지 않은 삶을 살도록 추진하는 힘은 무엇인가? 운동에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들은 식탁에 빵을 쌓아 올리는 것이 인생의 중대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이 필요한 빵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허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새로운 전문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은 깊다. 하지만 교육자라는 우리의 위대한 소명과 직분, 그리고 힘은 어두운 곳에서 빛을 비추려 하고 있다. 새로운 전문인, 진정한 전문가가 필요한 세상에 두려움이 가득한 ‘아니다(no)’나 회피적인 ‘어쩌면 그럴지도(maybe)’로 대답하려는 유혹을 물리치고 우리의 삶이 전심으로 분명하게 “맞다(yes)”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하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많은 경우 지식의 전달자의 기능은 매우 능숙하게 할 수 있지만 진정한 교육자의 개념에 접근하고 있는지는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교육’이라 함은 가르치고 인격을 양성하는 데 있다. 인생을 돌아보며 기억하는 그 한 사람의 ‘교육자’는 내 삶 가운데 좋은 영향을 준 ‘스승’이다. 초. 중. 고 k-12까지 그 외에도 우리가 악몽처럼 느끼는 교실과 교사는 너무나 많기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 인생의 선생님’은 더 빛이 난다. 이 책은 가르침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이해하도록 돕는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무엇보다 교사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 정체성과 성실성의 결합이라는 것. 그래서 자신의 목소리를 탐구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에 깊은 공감을 받는다. 스스로 인격이 잘 형성된 사람이 학생들의 인격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법이니까. 그런 교사가 가르치는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확장될 수 있다.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일방통행이 아닌 소통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사람이 제도권에 순응하지 않고 가지는 개혁적인 정신은 사람이 빵 보다 다른 허기를 가지는 존재임을 잘 설명해 준다. 그래서 결국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용기”라고 한다. 가장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지옥에서 온 학생’ 그리고 '뚱하게 앉아 있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다. 그 아이가 그렇게 하게 된 환경을 바라보라는 것이고 그 나타나지는 것 이상의 것을 바라보라는 것인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늘 수업에 쫓겨서 (그 핑계로) 상처받으면서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교사뿐 아니라 의사들의 교육 세미나 이야기도 언급한다. 의사들이 초심, 그 첫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지만 가장 지켜야 할 것이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그 순간일 것이다. 그 마음을 잃으면 사람이 병자로만 보일 것이다. 그래서 열정 하나로는 부족하다. 그 열정을 건강하게 나타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기 계발과 자기 탐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계속하다 보면 타성에 젖는다. 30년이 됐음에도 계속 긴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아닐까 싶다. 참 멋진 일이다.
백안관에 가서도 자신이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말이 인상적이다. '가르치는 것이 곧 나' 이며 그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 "전부"라고 말하며 교육의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녀의 가치관과 삶을 드러내 주는 말이었다. 내 삶에 어떤 "가치"를 가치고 있는가.
이 책을 읽는 동안 기억나는 몇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한 분은 연락이 끊겼다가 작년에 다시 이어진 선생님으로 요즘도 자주 카톡으로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옆에서 고등학생 딸은 의아해 한다. 지난번에도 선생님이 초등학생 아이들 선물로 요즘은 뭐가 인기냐고 추천해 달라고 카톡이 왔는데 둘이 친구 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선생님과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을까? 나는 지금도 선생님이 처음 교실에 들어오셨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선생님 그 남색 셔츠요. 배지가 달려있던 그 셔츠 너무 멋있었는데.." 그랬더니 얼마 전에야 그 옷을 버렸다며 "너를 줄 걸 그랬다"라고 웃으신다. 나는 선생님을 좋아했고 선생님은 그런 나를 인정해 주셨다. 학생 때야 스승과 제자니까 그럴 수 있지만 졸업 후에도 선생님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이 시쳇말로 꼰대처럼 굴지 않아서가 아닐까? 선생님은 그냥 나를 알고 싶어 하셨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셨지 나를 훈계하신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달랐을 뿐 선생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훈육하셨을 것이다. 나는 그 영향권 아래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늘 제자일수는 없다. 늘 내 인생에서 나를 도와줄 영향력있는 스승만을 기다릴순 없다. 받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 특별히 그 중요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에서 밑줄 친 부분들 ★
-훌륭한 교사가 만들어내는 유대감은 그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있다. 교사가 가르침을 사랑하면 할수록 그것은 가슴 아픈 작업이 된다. 가르침의 용기는, 마음의 수용 한도보다 더 수용하도록 요구 당하는 그 순간에도 마음을 열어 놓는 용기이다. 그리하여 교사, 학생, 학과는 배움과 삶이 요구하는 공동체의 옷감으로 짜여지는 것이다 55
-스승과 제자는 저 오래된 인간적인 춤의 파트너들이다. 교직의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는 매일 춤판으로 나설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구의 나선형 세대들 사이의 춤이다.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제공하고 반대로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신구 세다가 손을 부딪치고 몸을 돌리는 인간 공동체의 연대가 더욱 단단하게 엮여지는 것이다 82
-우리가 수동적인 자세의 학생들에게 정보만을 흘려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활기찬 상태로 교실에 왔던 그들은 자식의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고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지적으로 사망해버리고 만다. 115
-훌륭한 가르침은 젊은 사람들을 향한 환대의 행위이다. 환대는 손님보다는 주인에게 더 많은 덕이 돌아가는 행위이다. 환대의 개념은 호혜주의가 흥성했던 고대에서 생겨난 것이다. 유목 문화에서 오늘 낯선 사람에게 내준 음식과 숙소는 내일 낯선 사람에게 받게 될 음식과 숙소를 뜻했다 130
-역설의 양극은 배터리의 양극과 같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서로 합쳐질 때 생명의 에너지가 생겨난다. 만약 이 양극을 서로 떼어놓으면 전류는 흐르지 않게 된다. 가르침과 배움은 평소보다 더 강도 높은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식은 우리가 창조적 긴장에 사로잡혀 있을 때 더욱 고조된다. 역설은 그러한 긴장에 사로잡혀 있을 때 더욱 고조된다. 역설은 그러한 긴장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다. 양극을 포용하여 우리에게 의식적인 각성을 일으키는 전류를 창조하는 것이다.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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