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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화 "긴긴밤"의 이야기

by 북앤라떼 2023. 3. 23.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두 권의 책 ^^

긴긴밤

루리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긴긴밤』

코뿔소 노든의 말년은 극진한 대우를 받는 왕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건 사람들 생각이고, 노든 자신은 한시도 쉬지 않고 붙어 있는 인간들과 그의 몸을 찔러 대는 바늘들, 그리고 그렇게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노든을 보러 왔다. 그들은 노든을 졸졸 쫓아다니며 노든이 언제 무엇을 먹는지를 확인했고, 노든의 기분이 어때 보이는지 살피고, 노든이 기운이 없을 때에는 다시 기운이 나도록 약을 주었다.

시작 페이지 <코끼리 고아원>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책 두 권.

한 권은 지난번에 소개한 책 '밝은 밤'이었고 또 다른 한 권이 이 책이었다.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 줄 몰랐는데 다 읽고 보니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책 ‘휴머니멀’과 동시에 읽게 됐다.

긴긴밤의 노든’은 휴머니멀에서 박신혜가 찾은 지구상에 두 마리만 남은 북부 흰코뿔소라는 사실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의 잔인함으로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동물들..휴머니멀의 장면들이 떠올라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감정이 몰려왔다.

코뿔소 다섯 종 중에서 가장 큰 북부 흰코뿔소는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남수단과 콩고 등지에서 6,000마리가 넘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되고 코뿔소의 뿔을 찾는 밀렵군들 덕분에 멸종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사람들의 잔인함과 미련한 무지 때문에 그저 각질뿐인 코뿔소의 뿔을 특효약인 양 잘라간다. 이런 표현도 미안하지만 사실 잘만 잘라도 코뿔소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는데 뿔을 조금이라도 더 깊게 뿌리까지 베기 위해서 얼굴을 베어간다. 인간이 코뿔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들이 인간을 피하고 두려워하는 현실이다. 수단과 수니만 남아서 번식을 시도했는데 안타깝게도 몇 년 전 수단이 떠난 것이다. 노든은 그렇게 떠나버린 수단의 이야기다.

한 사람이 떠나면 그 사람의 긴 생애를 돌아보며 그 사람을 기린다. 한 번도 동물의 삶이 어떠했을까 돌아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수컷 북부 흰코뿔소의 삶이 어떠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긴긴밤이 외롭지 않기를.

남겨진 것이라곤 칠흑 같은 어둠뿐이라고 해도,

서로의 이야기가 그 곁을 지켜 주기를.

이 이야기가 작으나마 그 일부가 될 수 있기를.

작가의 말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흰 바위 코뿔소 노든을 소개합니다!’”

철조망에 붙은 푯말의 노든은 어린 시절 코끼리들과 함께 자랐다. 자신이 그들과 다른 존재였음을 알았을까? 노든의 기억 속에는 자신을 둘러싼 코끼리들의 코가 있을 뿐이었다. 노든은 코끼리 고아원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와 다른 코뿔소를 만났고 가정을 이뤘다. 자신의 옆에는 늘 아내와 딸이 있었고 노든은 행복했다. 그러나 노든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밀렵 군들 때문에 노든은 아내와 딸을 잃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노든은 병원에서 ‘앙가부’라는 코뿔소를 만났고 둘은 동물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노든의 마음속에는 아내와 딸을 빼앗아간 사람들에 대한 복수로 가득 찼다. 그러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앙가부의 뿔을 잘라갔고 노든의 뿔이 표적이 될 것을 미리 염려하여 노든의 뿔도 잘라주었다. 노든은 아내와 딸 그리고 앙가부마저 잃었다.

그때 파라다이스 동물원에서 부모가 품지 않은 펭귄 알이 발견되었다. 그 알을 치쿠와 윔보가 보살피고 있었는데 동물원에 한바탕 불소동이 일어나면서 노든은 알을 안은 치쿠와 길을 떠나게 되었다. 치쿠는 바다를 찾아야 한다고 했고 노든은 그들과 함께 걸으며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혼자 남겨진 노든은 밤마다 악몽을 꾸었지만 치쿠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알아 돌봐 주겠다고 약속해줘”

이 말은 노든에게도 그러했겠지만 내 가슴을 욱신거리게 하는 말이었다. 혼자 남은 노든, 복수를 생각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지킬 힘조차 없는 연약한 노든의 얼굴이 아른거리는것 같았다.

그리고 알의 온기가 식을까봐 노심초사하던 치쿠마저 죽고 노든과 알,둘이 남았다. 

그리고 새까만 밤하늘과 빛나는 별들, 반짝이는 코가 뭉툭한 코뿔소의 눈, 그 사이에서 나는 태어났다. 둘은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다. 노든은 아기펭귄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든은 할 일을 다했다. 함께 바다를 찾아주고 헤엄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게다가 코뿔소가 키운 펭귄인데, 내가 너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99페이지

그리고 그 밤이 왔다.

노든은 그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복수의 순간을 위해 기억해 둔 사람의 냄새.

나는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 복수하지 말아요. 그냥 나랑 같이 살아요”

내 말에 노든은 소리 없이 울었다. 노든이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는 상처투성이였고, 지쳤고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하나가 되었지만 복수를 할 수 없는 흰바위코뿔소와 불운한 검은 점이 박힌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 펭귄이었지만,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104쪽

"저기 지평선이 보여? 초록색으로 일렁거리는. 여기가 내 바다야.”

“나도 여기가 좋아요. 여기에 있을래요.”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코뿔소로 살게요.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전해 줘.”

115쪽

그리고 둘은 긴긴 이야기를 나눈 밤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아기 펭귄은 이제 바다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어느 시절의 노든처럼 펭귄에게도 쉽지 않은 길이 펼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노든의 체온과 냄새 그리고 긴긴 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믿는다.

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이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와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24쪽

아..동화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언제였더라?

어쩜 이렇게 이 지구상에 멸종되는 흰 바위 코뿔소의 심정을 아름답게 예쁘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동물들을 무참히 죽이는 동물들은 어떤 얼굴을 가졌단 말인가.어떤 심장을 가졌길래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긴긴밤을 덮는다. 서로의 모습은 달라도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동물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아름다운 동화를 통해 인도한다. 나의 자아 정체성을 찾아서 세상을 향해 나아갔던 노든처럼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때 아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것은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근원의 사랑과 나를 믿어주는 격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 준 것이 동물도 할 수 있는 사랑과 신의조차 보여주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다른 펭귄들이 나를 좋아해 줄까요? 노든처럼 나를 알아봐 줄까요?”

“물론이지.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99쪽

 

 

목차

코끼리 고아원

뿔 없는 코뿔소

버려진 알

파라다이스

첫 번째 기억

망고 열매 색 하늘

코뿔소의 바다

파란 지평선

또 다른 책 <밝은 밤>

https://blog.naver.com/bookandlatte/22266315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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