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릇
김윤나
세바시에서 만났던 강연 "말 그릇"
그 단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은 리디북스에 '말'을 검색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너무 깊이 마음을 찔렀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로 인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본인은 전혀 모른다. 자신의 말이 어떠한지.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그 말에 보복할 시원한 말을 써 줄까
머리는 분주하게 그 말을 찾아 헤맸다. 그런데 ... 또 다른 내 안의 목소리
'그럼 너도 똑같은 수준으로 응대할 거니?'
그 사람의 잘못을 바늘로 꼭 찌르듯 말해 주면 알아듣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하진 못했다. 그 사람을 봐 줘서가 아니다.
공동체가 그 사람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 나까지 짐을 얹을 순 없기 때문이다.
우회하여 대답을 하였는데 역시나 그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아 정말 모르는구나'
모른다고 다 용서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모르는 사람은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누군가를 상처 주려고 작심하고 있다가 콕 찌른 것이 아니라
고슴도치처럼 무수히 나온 가시들을 안고 살아온 것이다.
자신의 가시가 자신을 찌르는지도 모르게
그날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고 힘들었다.
안 보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룹 안에서 계속 봐야 하는 사람이라
어떻게 앞으로 대처해야 할지가 깝깝했다.
이때 받는 스트레스는 수치를 측정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는 경험하지 않는 높은 수치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읽던 책을 놔두고 '말'을 검색했다.
책이라도 읽으면서 '이거 봐 당신 틀렸어. 내 생각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당신이 틀렸다잖아' 하는 대답에 밑줄을 팍팍 삼겹으로 그어야지 생각했다.
처음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그 사람의 말의 습관을 말해주어서 시원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내 차례였다. 그런 말을 담을 수 없는 그릇이 작다는 것이었다.
'내 그릇이 작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랬다. 특별히 습관적으로 지속적으로 담을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의 말을 담을 그릇이 없었다. 내 안에 아예 그 그릇은 빼 내어버렸다. 담아주지 말아야지.
그런데 문제는 그럴수록 내 마음이 어떠한 가이다. 내가 괜찮다면 한두 사람쯤 안 담아내주면 어때서!
그런데 결국 그런 말들은 내 안에서 돌아다니게 되어 있다.
담아서 처리하지 못한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닌다.
그래서 받아야 하는 것이구나.
담아내야 하는구나.
좋은 말들을 아는 것과 내가 살아내야 하는 것은 다르다.
내 그릇을 넓히자.
타인의 그릇을 탓하려고 책을 열었지만
결국 나의 언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사람 말고 너의 언어는 어떠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 습관을 지니고 싶다면, 말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럴듯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말을 만들어내는 저 깊은 곳, 말의 근원지인 자신의 내면을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유독 참지 못하는 말투가 있는가. 유독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말이 있는가. 언어와 말투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인 구조를 알고 나면 내가 왜 그런 말투를 사용하게 됐는지, 왜 특정한 말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말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
6쪽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조급하고 틈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차분하게 듣질 못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로만 말 그릇을 꽉 채운다.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고, 과장된 말을 사용하고, 두루뭉술한 말속에 의중을 숨긴다. 그래서 화려하고 세련된 말솜씨에 끌렸던 사람들도 대화가 길어질수록 공허함을 느끼며 돌아선다.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객관적으로 말이야'.'다 그렇게 생각해'와 같은 말로 자신의 의견을 포장하지만 사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언제나 자신에게 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참아내질 못한다. P24
이 대목에서 정확하게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
회의 때마다 "제가 먼저 얘기하겠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먼저 이야기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 후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중에도 또 말 허리를 자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듣지를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누가 그러는데' 혹은 '모두들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둘러댄다. 모두가 피곤함을 느껴서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도록 만든다.
문득 말솜씨를 생각했다. 말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 왔다. 말에도 기술이 있을 텐데 대부분 말하는 그 '말주변'이상의 높은 수준이 탐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말솜씨'는 여전히 탐나는 능력이지만, 나이가 들고 관계가 복잡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깊이 있는 말이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말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하기 전에, 말 그릇 속에 사람을 담는 법을 배워야 한다.
P28
말의 기술만 배우는 것은 인스턴트 조리법을 익히는 것과 같다.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적의 처방이 될 수 있지만 기술로만 채워진 말 그릇은 언젠가는 다시 갈라지게 마련이다. P38
특히 나이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타인의 감정을 유독 상하게 하는 언어습관을 가진 사람을 보면 꼭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내면에는 아직도 아이가 자라지 못한 채 성장이 멈춘 상태라고 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잘못된 표현이 있다면 그것을 사용할 때 내 말투는 어떠한지, 내 표정은 어떠한지, 내 마음은 어떠한지 찬찬히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P32
내가 가장 고치고 싶은데 안 되는 것은 내 얼굴에 그때의 그 표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포커페이스가 잘 안된다. 그걸 잘 해야 하는데 ^^ 싫으면 잘 드러난다.
자신의 말을 주도해야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감정을 세밀히 구분해서 그에 맞는 말을 고를 줄 아는 사람, 고정된 생각에 갇혀있지 않고, 습관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만이 말 때문에 후회하고 실망하고 탓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P48
출현-자각-보유-표현-완결
감정은 이 다섯 단계를 거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5분이면 충분하다. 휘몰아친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아들은 다시 문들 열고 나와 엄마 주변을 뱅뱅 돌며 히죽 웃을 것이다. 그 웃음 한방에 내 감정도 본래의 수위로 내려갈 것이다. 아들도, 나도 그렇게 '자기 진정 스위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아들과의 관계에서 그 감정을 다스리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나는 그 5분을 참지 못하고 버럭 그 감정에 휩쓸려 반응해왔는데..
5분을 참을 수 있을까..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목적에 맞는 대화를 이끌어간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관계를 맺는 능력이 함께 높다고 한다.
타인의 말을 담는 그릇이 넉넉하려면 한 가지 공식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되 그것이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내게는 값진 보석이지만 타인에게는 발에 차이는 돌덩이가 될 수 있다는 것,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알아야만 크고 작은 차이들을 조정하고 갈등을 통합해나갈 수 있다.
차이는 분명 갈등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그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 결국 '인간성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의 공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나의 공식만 고집하면 된다. 반대로 성숙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람마다 가진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같이 풀어야 할 '과제'로 바라볼 때, 당신의 말 그릇은 흔들리지 않는다.
101쪽, 110 쪽
듀크대학교 연구진이 2006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의 40퍼센트는 습관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당신이 오늘 사람들에게 건넸던 말, 그것은 어떤 의도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습관처럼 어제의 패턴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개를 해감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조개를 소금물에 담가서 빛이 들지 않도록 그늘에 두거나 검은 봉지를 씌워 놓으면, 조개는 본래 살던 곳처럼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모래와 찌꺼기를 내뱉는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싶을 때, 혹은 아끼는 마음으로 돕고 싶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믿음을 주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P136
상대방이 운 만 떼도 알 것 같다는 말은 사실 자신의 고정관념에서 사로잡혀 있다는 뜻이고 급한 성질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은 말 그릇이 그만큼 좁다는 뜻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귀'로만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말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파악하고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도 파악해내는 것을 뜻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듣기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마다 마음을 여는 암호가 달라서 그 문을 열려면 정밀한 세공이 필요하다.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구나'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려면 자유롭게 대화하면서도 본론에서 벗어나지 않게 돕고, 공감을 드러내는 기술과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P138
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고 성급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겠다.
잘 듣고 공감을 드러내는 기술과 연습이 필요하겠다.
우리에게 교정반사라는 본능이 있다. 상대방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쳐주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한 것은 교정반사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상대방은 변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바꾸려고 할수록 그것에 더욱 저항하게 된다. 물론 교정 반사의 밑바닥에도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선의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뜻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P155
고쳐주고 싶겠지만 고치려고 하지 말고
간섭하고 싶겠지만 간섭하지 말자.
나의 말 그릇에 품고 싶은 사람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품어야만 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읽는다..
저자는 좋은 질문을 하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스스로 다양한 질문 기술을 습득할 때까지 연습하기.. 상대방의 상황에 필요한 질문이 가장 좋은 질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 말 때문에 인격과 점수를 깎아먹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 그릇을 다듬는다는 것을 결국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과 같다
269쪽
나 자신의 마음과 생각과 의식을 인식하고 살피고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자라자. 내가 하는 말이, 무심코 내뱉는 말 때문에 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울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생각 없이 뱉어지도록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말에 대한 속담이 이렇게나 많은 게 아닌가 싶다.
매일 하고 사는 말
그 말의 힘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 수도 있다.
말도 자란다. 말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나는 자라면서 그런 말들을 듣고 자랐던가 생각해 본다. 듣지 못했다고 해 줄 수 없는 것이 아니란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또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책에 밑줄 긋기.. 많이 그었던 밑줄
'북 카페 > 한 권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소를 비우는 몸 (2) | 2020.08.20 |
---|---|
존 리: 엄마, 주식 사주세요 (0) | 2020.08.19 |
아무튼, 떡볶이 (0) | 2020.08.19 |
당신이 옳다 (0) | 2020.08.17 |
조정래의 사진 여행 : 길 (2) | 202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