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남편이 이 책이 좋다고 말한다.
예전에 연애할 때 내가 선물로 주었던 책이랑 느낌 너무 비슷하다고.
그 말에 ‘연애할 때?’ ^^ 그렇다면 안 읽을 수야 없지. 그래서 그런 책 뭐 뻔하지않나 하고 열었는데 (나중에 리뷰 쓰고 블로그에 찾아가 보려고 한다) 작가의 생각이 너무 속속들이 나랑 잘 맞아서.. 진짜 ‘나도그런데.. 나도 그랬는데.. 완전 내 얘기’ 하면서 읽었다. 게다가 작가의 그림 삽화가 너무 마음에 쏘옥 든다.
오랜만에 보는 어린 시절의 성적표
남편이 줄 친 부분이 지금 남편의 마음이겠구나 싶어서 그 부분을 더 유심히 보았다. 작가가 대충 나의 또래가 아닐까 싶다. 나보다 결혼생활은 더 오래 했지만. 난 어느덧 남편이랑 오래 살았다 생각하고 살면서 ‘저 사람은 이렇다’라고 그를 내가 다 안다고 단정을 짓지 않았나 싶다.
남편 자신도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에 줄을 그었다. 요즘 우리 부부는 같이 운동을 하면서 더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다른 부부의 상담을 해 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역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도 상대의 이야기엔 늘 해답을 내어놓으려고 한다. 그냥 들어만 주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오늘도 책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편과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래도 그 매개물이 되어준 이 책이 참 고맙다. 나도 나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상대방을 다 아는 것처럼 단정을 지었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미안했다.
블로그도 공감..
책이 내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학창시절의 성격 이야기를 할 땐 나의 과거로, 아무 말이나 던지고 보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를 할 땐 나도 그런 비슷한 사람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작가와 대화를 주고 받지 않았지만 나랑 비슷한 그런 사람을 보는 것 그 자체로 위로가 됐다. 세상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도 짧고 아까운데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할까.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다. 내일도..
#말 한마디로 인생이 바뀔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쏟아내는 많은 말들 중에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것.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속 정답과 가장 흡사한 답을 찾는다.
오른쪽보다는 익숙한 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p27
남편이 밑줄 그어 놓은 부분을 보면서 내가 정말 그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내가 정해 놓은 정답만을 듣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삶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 그 외의 다른 것은 없다.
# 3분만 더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3분만 더 했으면' 할 정도로
즐겁게 해본 일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나는 어린 시절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는데...
남편이 이런 고민을 종종 이야기했었는데 늘 열심히만 해서 정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모르겠다고... 뭔가 중독이 되어본 적이 없는 사람.. 그게 나에겐 장점인데 본인 스스로는 늘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p79
그가 요즘 생각하는 것들이구나...
# 무심하게
나: 요즘 혜영 언니 차를 많이 얻어 타고 다녀. 근데 언니 차 뽑은 지 얼아 안 돼서 새 차 냄새가 좀 나. 예전 같았으면 멀미했을걸
남편: 아..... 그 차 샀다는 언니?
근데 차종이 뭐야?
나: 몰라
남편: 많이 타고 다닌다며.
나:응
남편: 소형이야? 대형이야?
나:몰라
남편: 세상을 그렇게 좀 살아봐.
무심하게
나: .....
남편이나 나나 이게 딱 내가 쓴 느낌이다. "딱 너다"라고 하더라.
내가 그렇다. 사람들이 뭘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데다... 물건에 별로 관심을 안 주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이 차다. 옆의 사람 차종 절대 기억 못 한다~~백퍼 공감
# 적당한 관심
그 적당한 관심을 주는 누군가가
있느냐 업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은 달라지는 것이다.
관심이다. 감시 말고.
#제발 열심히 하지 마
요즘 홀트(홈 트레이닝)가 뜨고 있다기에
나도 집에서 운동을 해야지 마음먹었는데 남편이 딱 한마디 한다.
다 좋은데 너무 열심히만 하지 마!
그녀의 경력... 이것도 내 얘긴데.. 남편도 "너 얘기다" 한다. 백퍼 공감. 너무 열심히 하는 게 문제. 그 앞에 (무식하게...)라고 안 써줘서 고맙지만
#나는 겁이 많다
...
나는 공포영화도 잘 못 봐.
어렸을 때 자고 일어났더니 <전설의 고향>을 방송하고 있더라고.
나는 엄마가 올 때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다렸어. 너무 무서워서 채널을 돌리러 텔레비전 가까이 갈 수가 없었지.
놀이기구도 못 타.
스물네 살 때 바이킹을 타고 운 적도 있어.
네가 그랬다. 전설의 고향을 방송하고 있으면 이불 뒤집어쓰고 기다렸고 요즘도 무서운 걸 보면 여전히 꿈을 꾼다. 놀이기구를 못 타고 나랑 달리 씩씩한 언니의 도전을 볼 때면 늘 '무섭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더랬는데 아쉽지만 겁 많은 성격을 고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냥 그게 나 다운 거니까 난 그냥 고치고 싶지 않았지않나 싶다.
....
지금도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조각난 마음들을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조각난 마음들을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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