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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한 권의 책

역사의 쓸모

by 북앤라떼 2020. 8. 23.

역사의 쓸모

최태성

역사란 역사학자와 역사적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E H 카(Edward Hallet Carr)

토익, 취업, 부동산, 주식.. 먹고사는 문제와 당장 필요한 공부도 많은데 역사 공부라니..하지만 '역사 공부야말로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최태성 큰별쌤의 책 <역사의 쓸모>을 읽었다. 역사는 단순히 사실의 기록을 넘어서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다.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는 인생의 고비를 만날 때마다 정약용의 남양주 생가로 가서 역사 속 인물과 소통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문제를 더 멀리서 바라보게 된다고 하는데, 인생의 고비를 역사의 큰 그림 속에서 하나의 순간으로 보려는 마음일 것이다.

 

대부분은 그저 이름도 없는 아무개 들이었다. 그들이 역사에 있었다..

경주에 가면 최부자 댁에 가라고 한다. 200여 년 동안 12대에 걸쳐 부자를 유지한 집이라는데 그 집 현판에는 대우헌(큰 바보가 사는 집’이라고 쓰여 있고 그 집 가훈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라고 한다. 100리면 경주 전체나 다름없다는데.. 그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19세기 민란에서 그들은 오히려 주변 이웃들의 보호를 받았을 정도였다. 지나온 역사가 지금 나에게 주는 것은 흔한 감동만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명사에서 동사로. 여전히 시간 속에서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음은 분명하고 그것이 지금 기억되고 불리는 이름에서부터 그냥 아무개로도 존재하지 않는 점 하나의 존재일지라도 무수히 많은 점들 중에서 하나의 점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 방향성에 맞게 점을 찍어가고 있는 것일까? 자문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나의 하루를 어떻게 살지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 일개 소시민인 나 하나쯤 잘 살고 못 사는 게 무슨 영향력이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의 영향력이 100명에게 영향을 주고 사회와 문화를 형성한다고 한다. 내가 내뱉는 말과 지금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오늘 하루를 맡은 책임감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신라 문무왕 때 무기 기술자 구진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는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삼국을 통일했던 시대다. 669년에 당나라는 신라에게 구진천을 요구하여 그는 당에 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구진천은 목숨을 걸고 그 기술을 전수하지 않았다는 기록이다. 만약 구진천이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쇠뇌 기술을 전수했다면 그 기술은 자신의 나라 신라를 위협하는 선택이 되었을 것이다. 결과를 알고 보는 과거의 여행이지만 상상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 김육은 ‘대동법(쌀로 세금을 내는 제도)의 아버지’

그는 양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동법 시행만을 위해 죽을 때까지 상소문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죽기 바로 직전에 유언 상소를 올렸다. 자신이 죽으면 대동법 시행이 취소될까 봐 두렵다는 것이었다. 효종에게 마지막 간청을 하고 세상을 떠난 김육! 죽을힘을 다해 쓴다는 것은 이런 때에 나온 말이 아닐까? 죽으면서까지 백성을 걱정하고 구제하려고 애썼던 그에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해답에 목말라 있는지 모릅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위해 책을 읽고 조언을 듣고 때로는 직접 부딪쳐가면서 답을 구합니다. 저는 김육이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일생으로 답했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던진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는 분이죠.

144쪽

 

일제 치하에서 판사의 자리에 설 수 있지만 스스로 호의호식을 거부하고 피고인석에 서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조선 엘리트 판사

박상진. 그는 판사를 거부하고 조선 국권 회복단, 대한 광복회를 조직하여 의열투쟁하였다.

살아가는데 직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지 고민하는 만큼 무엇을 위해서 그 직업을 원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해요. 도전도, 용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용기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최종 목적지는 동사의 꿈이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161쪽

그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지 고민했던 우리 앞선 시대의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을 받은 만큼 뒤이어 살아갈 사람들에게 남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순천 팔마비

고려시대에 제작된 순천 팔마비 모습이다. 1986년 이전 촬영. (ⓒ한국학중앙연구원,유남해)

순천에 가면 팔마비라는 최석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고 한다. 순천 사또로 부임했던 최석이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자신이 공직 생활에서 받은 말(전별금)8마리 그대로에다 그 낳은 새끼까지 더해서 다시 돌려주어 순천의 백성들이 세운 최초의 공덕비라고 한다. 그 이후 순천은 청렴의 도시와 팔마 그리고 최석을 떠올리게 되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낸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그 궤적은 같아요. 자기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나갔던 사람들입니다.

180쪽

역사에서는 언제나 대립과 갈등이 존재해왔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존하기 위해 그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그 문제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역사의 쓸모 그 제목처럼 역사를 나의 삶에 잘 가져다 사용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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