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의 힘
이승민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외래어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1위 자살 공화국이 아니던가.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기에 풀며 해결하며 다루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잘 푸는 방법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좋은 합리화란 순간순간의 부정적 감정들로부터 나를 방어해 주는 사고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자기합리화는 나쁜 것일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은 발전해왔다. 이유를 찾는 사람들의 본성과 함께 합리회는 지속될 것이다. 합리화는 방어기제의 하나다.
합리화의 가장 보편적 예시인'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여우가 포도를 못 먹는 것을 합리화했다고 단순하게 간주하기보다 여우의 행동을 사려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여우가 남들에게 비난받을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합리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이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남들도 똑같이 불합리를 견디며 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생채기 난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합리화는 때때로 타인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저 내 영혼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치료일 뿐임에도 사람들을 쉽게 손가락질한다.
벌에게 쏘이지 않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눈을 질끈 감는 것이 비겁하거나 구차한 행위가 아닌 것처럼, 방어기제는 나약한 변명이나 그릇된 행동이 아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무의식적인 방패이자 보호막이다.
28쪽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내 방어기제는 나라는 사람을 나타낼 뿐이다. 성숙과 미성숙을 논하기에는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책과 피해 의식의 계단을 따라 더 깊은 우울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도 행복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에 대한 원인 모를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비하와 자책은 간혹 필요 이상의 망상과 통증으로 이어진다. 아픔의 원인을 적정한 수준에서 설명해내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들이다
고통을 견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소한의 방어막도 없이 모든 화살을 맞아내는 것만이 성숙의 길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잘못됐다. 습관적인 자책보다는 습관적인 방어와 수비가 더 나은 나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체적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스스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은 대체적으로 합리화일 가능성이 크디.
모두의 행복은 독창적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타인의 평가로부터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삶의 의미와 가치들의 축적이 바로 합리화다
당신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결과는 미로의 끝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단 결정을 했다면, 합리화하라. 굽이굽이 끝을 알 수 없는 결단의 순간마다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 걸어온 길에 대한 가장 좋은 해석이다.
합리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뇌의 활동이다. 그럴듯하고 거부할 수 없는 논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합리화라는 인지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뇌의 높은 활성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기분이 좋은 사람, 마음이 안정된 사람들만이 이러한 적극적인 뇌의 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합리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 이것은 즉 나의 자존감이다. 결국 자존감의 정도가 합리화의 밑천이 된다는 이야기다.
모든 과정이 행복한 일은 없다. 나름의 자리에서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것에서 일의 재미는 시작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스스로를 우리는 좀 더 대견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삶을 내가 내린 결정들로 정의된다. 나의 결정을 스스로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가치도 달라지는 것이다. 스스로의 부족하고 가녀린 부분을 조용히 감싸주고 안아주는 일, 그로 인해 내 삶의 값어치를 더 높게 쳐주는 일, 그것이 바로 합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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