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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책

사랑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영화 <Julie & Julia>

by 북앤라떼 2021. 2. 21.

줄리 & 줄리아 포토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영화 <Julie & Julia>

2009년 영화

PG 13(12세 관람가)

미국 드라마/122분

제6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뮤지컬 코미디 (메릴 스트립) 수상작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작

<줄리 앤 줄리아 Julie & Julia>는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유브 갓 메일'의 각본을 쓴 노라 에프론이 각본과 감독 그리고 제작까지 한 작품으로 2012년에 작고한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줄리아 차일드의 책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과 쥴리 파웰의 책 <Julie & Julia: 365 Days, 524 Recipes, 1 Tiny Apartment Kitchen>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1950년대와 2000년대를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요리'라는 공통의 소재로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줄리아 차일드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이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관심이 생기지만 실존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로웠다. 전설의 셰프 줄리아 차일드(Julia Carolyn Child, 1912/8/15~2004/8/13)는 '하인 없는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를 집필해서 누구나 동경하지만 어렵다고 여기던 프랑스 요리를 대중화 시킨 요리사다. 줄리는 셰프 줄리아의 열성팬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줄리아의 요리를 포스팅해서 책까지 출판하게 되는 '줄리 파웰'이라는 실제 인물이다.

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리프)는 외교관 남편 폴과 함께 파리로 이주하게 된다. 언어도 안 통하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프랑스의 음식 맛이었다. 그녀는 음식에 대한 진정한 예의를 아는 여자다. 요리가 나오면 냄새부터 음미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매 순간 감탄하며 먹는데 그녀가 먹는 것을 바라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뭐 먹을 거 없나?' 찾게 된다.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딱 우리 집 딸 같기도 하고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영화 시작하고 아이를 불러서 같이 영화를 보았다. 음식에 대한 예의(모든 음식에 감사하며 매 순간 잘 먹는 것)는 우리 딸처럼 제대로 갖춘 아이도 없기 때문에.

맛있는 요리 맛을 본 줄리아는 자신의 시간을 이용해서 프랑스 요리를 배워보기로 한다. 요리를 위해 불어를 배우고, 명문의 요리학교‘르꼬르동 블루'에 입학을 했는데 줄리아가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줄리아는 음식만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성격까지 호탕하고 긍정적이라 편견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다. 매일 아침 남편이 출근할 때 그녀도 요리학교로 등교하여 하루 종일 요리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양파도 제대로 썰지 못하여 무시를 당했지만 점점 요리에 맛을 들이고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드는 단계까지 이른다. 그리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당당히 졸업을 하고 요리 책을 집필하던 두 친구와 함께 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요리책을 공동 집필한다.

그녀들의 요리법은 너무나 방대하여 요리법이라기보다는 백과사전에 가까웠다. 소스만으로도 700페이지가 되는 책을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지만 결국 그녀의 레시피를 실습해 본 출판사가 그녀의 음식 맛에 감탄하여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녀가 버터에 구운 가자미 뼈를 발라내서 먹고 감탄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으리~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받아 본 줄리아가 행복해할 때 어찌나 나도 행복하고 뿌듯하던지.

리(에이미 아담스)는 작가를 꿈꾸고 있으나 현재는 콜센터에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 공무원 여성이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항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피곤한 삶을 사는 줄리는 다른 사람들이 부럽다고 말하는 안정적인 삶이지만 스스로는 별로 만족하지 못한다. 유일한 낙이라면 형편은 넉넉하지 않지만 잡지사 작가로 일하는 남편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줄리에게 블로그를 해 보라고 권유하고 줄리는 전설의 셰프 줄리아의 요리을 만나고 그녀를 자신의 인생 롤 모델로 삼고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블로그에서 365일 동안 줄리아의 524개 레시피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결심한다. 지금도 리뷰를 쓰고 있지만 나 역시도 블로그를 하고 있기에 그녀가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느꼈다. 또 그 장면은 옆에 있는 딸에게 “엄마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딱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것을 나의 실제 주변 인물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에겐 저마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들이 있겠지만 많은 경우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 주는 기능으로서 블로그를 한다. 100일 도전을 하면서 매일 시간을 정해서 기록을 하기도 항다. 혼자 지키기 힘든 것을 타인공개 기능을 통해 힘을 얻고 지지를 얻는다. 줄리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다.

요리에 초보였던 그녀는 요리책을 의지해서 도전하지만 그럼에도 번번이 실패를 거듭한다. 게다가 전업주부가 아닌 그녀가 자신의 일과를 다 마치고 돌아와서 추가로 시간을 투자해서 요리를 만들고 블로그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변에서 격려와 응원을 받기도 하지만 “왜 그런 일을 하지?”그녀의 엄마처럼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블로그에서도 반응이 없다면 365일을 가는 길은 사실 멀고 험란하다.

살아있는 가재를 잡는 것도 무서워하고 비프 부르기뇽을 만들다 깜빡 잠들어서 다 태워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도전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끝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안의 동기가 확실해서다. 실수하고 주저앉아 울기도 하지만 다시 그녀는 칼을 잡는다. 먹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요리를 무조건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 덕분에 그녀는 블로그 1년의 요리 과정 포스팅을 무사히 끝낸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외에도 블로그에서 으로 얻는 것이 있다면 블로그의 인기다.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낙심도 됐지만 점점 그녀의 포스팅에 반응을 하는 팬들이 생겼고 1년 후엔 꽤 인기 있는 블로거가 되었다. 나야 지금도 큰 반응을 얻지 못하는 블로거이지만 처음엔 더 심했다는거 아닌가~만약에 이라는 초심의 동기가 없었다면 나도 꾸준히 못했을거다.

줄리는 자신의 블로그 기사가 신문에 나오면서 한순간에 여러 매체와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존재가 되어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우상이자 사랑인 줄리아 덕분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줄리아의 박물관을 방문하여 구경하고 그녀의 사진 액자와 사진을 찍은 뒤 줄리아의 사진 앞에 버터를 선물로 놓고 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물론 영화에도 잠깐 나오지만 줄리아 차일드는 줄리의 블로그에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도 기회주의로 평가를 했다고는 한다.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첫째, 맛있는 요리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가 줄리가 바게트 빵을 기름에 구워서 토마토를 올려 먹는 장면에서 나도 냉장고를 열었다가 마땅한 음식을 찾지 못해 냉동고에 있는 '피자 바이트'를 구워서 먹으면서 봤다. 이 영화는 식욕을 자극하고 먹고 싶게 만든다.

 

두 번째로는 역시 믿고 보는 연기자 메릴 스트립때문이다!어쩜 그렇게 매력적으로 모든 캐릭터마다 자신의 색깔로 잘 만들어낼까. 이번 줄리아의 연기도 독특한 말투와 행동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세 번째는 그들 옆에 사랑하는 남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들은 남편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지지 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요리를 정말 좋아하는 딸 생각이 나서 영화 초반에 멈추고 딸을 불러서 같이 보았는데.. 음식 먹다가 사랑을 나누는 두 커플 때문에 몇 번이나 딸이 눈을 가려야 했다.

행복한 사람들을 보는 것만큼 행복해지는 것이 없다. 중간에 줄리의 남편이 줄리의 관심이 프로젝트에만 쏠려있는 것에 서운해서 가출했다가 돌아오는 내용이 있는데 그 정도로 아내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지지해 주는 남편의 모습은 오히려 사랑스럽다. 비록 허름하고 자동차 소음으로 잠 못 드는 피자집 2층에서 살고 있고 제대로 요리를 하기에는 비좁은 부엌의 열악한 환경이라지만 그럼에도 연신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지지하는 남편 때문이다.

줄리아의 남편도 그렇다. 실제로 줄리아가 그랬는지 몰라도 키가 크고 건장한 아내 품에 안기기를 즐기는 남편도 아내를 보기만 하면 19금 무드를 바꾸고 싶어 하는 못말리는 사랑꾼이다. 줄리든 줄리아든 그들은 이미 가정 안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요리사였다

요즘 영화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 애니메이션 외에 아이들과 같이 볼만한 영화를 찾기도 힘든데 우리 아이는 조금 어려서 몇 번 눈을 가리긴 했지만 십대라면 같이 보기에 무난할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에 블로그를 하면서 작가가 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작가의 발판으로 sns가 한 몫을 단단히 한다. 그런 지금의 흐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통해서 꿈을 이루는 것을 보는 것도 현실적이면서 감동까지 선사한다.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해 준 애정이웃님 덕분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꼭 남편과 같이 보라고 했는데 성격이 급한 나는 바쁜 남편을 기다리지 못하고 딸이랑 보고 말았지만 나 역시도 이 영화 최고였다고 두 엄지를 척 올려 감사를 표한다. 무엇보다 블로그를 하는 줄리 덕분에 우리가 블로그를 통해 얻는 소소한 행복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었다.

모든 블로그 이웃님들께 추천하고 싶고 이미 본 분들과 공감을 나누고 싶다.

Bon appetit

https://youtu.be/ozRK7VXQ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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