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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힐빌리의 노래"

by 북앤라떼 2021. 7. 5.

사진 출처:  다음 영화 (daum.net)

 

사진 출처:  다음 영화 (daum.net)

 

Hillbilly Elegy 힐빌리의 노래

드라마/미국

2020.11.11 개봉

116분,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론 하워드, 주연: 에이미 아담스, 글렌 클로즈

영화는 '힐빌리의 노래' 주인공이자 원작자인 J.D 밴스의 동명의 회고록 책을 바탕으로 한다. 이미 화제가 된 영화 소식을 들었지만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어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에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빌리'의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유를 설명할 때 이 책을 이야기하기도 해서 더 관심이 모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보여줄 수 있는 제약이 있는 영화보다는 책이 더 좋은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가 그랬다.

책과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책은 주인공 J.D. 밴스를 중심으로 삼의 터전인 동네의 이야기와 특히 자신을 키워준 할보와 할모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면 영화는 마약 중독에 쩔어있는 엄마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영화는 자극적이고 강하게 다가오는데 원작에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계층인 '힐빌리'의 이야기를 더 잔잔하게 만난것 같아서 책을 먼저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책 리뷰로 대신하면 될 것 같다.

 

영화에서 마지막에 실제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정말 너무나 닮아서 깜짝 놀랐다.

영화 그리고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주 듣는 일종의 성공담,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힐빌리에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지금은 성공한 벤처 기업가로 살아가는 성공신화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밴스도 물론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런 인물들은 종종 우리 사회에 등장한다. 책은 한 인물을 통해서 미국에 뿌리 깊이 자리한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의 삶과 그들의 환경과 사회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다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가난한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 계획을 들을 때면 밴스가 들려준 '복지 여왕'이 생각난다. 지원금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최근에 아동학대에 대한 뉴스를 계속 듣게 된다. 최근의 피해 아동들은 큰 아이들이 아니다. 너무나 작은 아이들이며 심지어는 신생아들도 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면 그들은 왜 부모가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영화에서도 밴스의 엄마 베브(에이미 아담스)는 정말 부모가 되지 말았어야 됐다는 생각이 드는 엄마다. 싱글맘으로 남매를 양육하며 매번 아버지를 바꿔서 더 이상은 아이들이 자신의 '성'을 바꾸는 일을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 아이들에게 언어폭력은 물론이며 이웃이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심각한 폭행도 서슴지 않고 한다(한국에서는 신고를 해도 잘 잡혀가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아동 학대에 대한 법이 바뀌어야 한다). 오죽하면 아들이 엄마를 경찰에 신고하겠는가. 그뿐이 아니다. 자식은 엄마가 약물에 중독되고 자해를 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엄마의 잦은 재혼으로 거처는 수시로 바뀌고 학교와 친구들도 바뀌니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주변에 밴스처럼 조부모가 있는 경우라면 다행인데 그것마저 없다면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2살짜리 어린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를 보면서 그 부모란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밴스가 엄마를 이해하게 된 것은 엄마의 어린 시절을 알고 난 후 부터였다. 그녀 역시 피해자라는 것. 자신에겐 사랑을 주는 조부모일지라도 그들도 좋은 부모가 되지는 못했다. 부모의 싸움, 알콜 중독, 약물 노출 그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꿈을 가지고 간호사 자격증까지 받지만 자신도 준비되지 않은 채 부모가 되어서 좋은 부모의 롤 모델이 없는 상태로 아이를 키우게 된 것이다. 베브는 엄마를 증오한다. 늘 이를 갈면서 싸운다. 밴스는 가끔 왜 그렇게 할머니는 딸에게 당하고 있을까? 왜 자신에게 엄마를 이해하라고 말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죄책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자녀를 잘 키우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도 역시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니 이 얼마나 슬픈 가정사의 반복인가.

성경을 읽다 보면 자손의 이름들이 등장한다. 누구는 누구를 낳고 또 누구는 누구를 낳고 그렇게 대를 이어 내려간다. 믿음은 믿음의 후손을 낳지만 폭력은 폭력의 후손을 낳는다. 그래서 결국 할모는 밴스에게 그 미안함을 담아 죽기 전 마지막으로 손자 바로 세우기를 결심한다. 결국 누군가는 끝을 내야 한다.

가정의 아픈 역사를 가진 사람들은 비단 밴스만이 아니다. 가끔 우리 위 세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멀쩡한 가족사가 별로 없다. 가난했고 배우지 못했고 폭력을 대물림했다. 이 영화 그리고 최근에 아동학대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제는 사회의 정책으로, 교육으로, 규제와 법으로 이런 아픈 역사를 대물림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숙제다.

영화가 베브 중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연기파 배우 에이미 아담스의 생생한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철학이 "과거의 어떤 것도 부정하지 말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 역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미군 아버지가 파병됐던 이탈리아에서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고 초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다시 미국에서 살았다. 부모님의 이혼을 겪었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디너쇼 무용수로 일하며 연극배우가 되어 후에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녀의 '과거'를 다 알 수 없지만 공식석상에서 과거를 부정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과거사가 만만치 않았겠다는 추측을 한다. 대부분 과거를 잊고 싶어하고 감추고 싶어 한다. 밴스 역시 사랑하는 여자 친구 앞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하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과거를 인정한 단계에서 선 사람이 더 빨리 건강한 성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총기 부분이 등장하지 않지만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밴스의 회고록에 나와있다. 청소년의 조기 성 경험으로 청소년이 준비없이부모가 되는 문제, 총기 문제, 약물 문제..미국 사회에서 이 문제에 과연 해답이 있을까? 그 해답이 없는 한 밴스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청소년이 보면 좋은 교훈을 가지고 있지만 욕설과 마약으로 청소년 불가 등급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https://youtu.be/KW_3aaoSO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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