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맨 The Irishman
추억의 노장들이 나오는 영화.
<아이리시맨>은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 가 2004년 소설 ‘I heard you paint house’를 읽으면서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감독에게 자신과 영화화 해 보자고 하면서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주연 프랭크 역에 자신이 적임이라고 느낌이 왔나 보다. 영화는 알 파치노 Al Pacino 가 지미 호파로, 조 페시 Joe Pesci가 러셀로 셋이 주요인물이다.
그들이 일명 '마피아계의 어벤저스'라고 하는데 ^^
어벤저스 하니까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 파문을 얘기 안 할 수가 없다. 감독은 작년에 "마블 영화는 영화라기보다는 테마파크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마블 영화는 영화(cinema)가 아니다"라고 한 그 말 때문에 마블 팬들의 원성을 샀는데.. 이 영화를 보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70대 노장 감독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제작비용의 어려움을 겪으며 현 영화 흐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워낙 뉴스는 앞뒤 다 자르고 "마블 여화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면 경악을 안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세대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나오는 당연한 고민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완벽한 그래픽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는 영화의 향수~
원제가 극 중 대사 속에 나온다. 러셀이 프랭크를 노조위원장 지미 호파에게 소개할 때 그가 “I heard you paint house"라고 하는데 페인트칠은 피로 페인트칠을 하는 살인청부를 의미한다.
아이리시맨감독마틴 스코세이지출연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개봉2019. 11. 20.
영화는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가 있는 요양원에서 시작된다.
Francis Joseph Sheeran 1920 – 2003
한 사람의 목소리 바로 프랭크(Francis Joseph Sheeran 1920 – 2003)의 목소리로 과거를 고백하는 구조로 이끌어간다.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책 'I heard you paint house' 내용으로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그가 시대를 움직였던 마피아 거물이었음은 분명하고 프랭크가 스스로 역사를 쥐고 흔들었다고 하는 영웅담이 어느 정도 진실을 차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50-1970년대에 미국을 움직였던 마피와 시대의 많은 음모론 중 하나의 주장이라는 것을 알고 영화를 보면 될 것 같다. 어쨌든 한 시대에 마피아가 미국의 역사를 썼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프랭크가 젊은 시절 주유소에서 처음 러셀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마피아로 살아온 프랭크의 지난 세월을 나레이션과 함께 회상하며 보여준다. 프랭크는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서 사실 어떤 사람을 어디서 어떻게 죽였는지 제대로 기억도 못 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 뚜렷하게 그의 기억에 남은 것이 있다. 그 이후로는 딸 페기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됐다. 처음 딸(페기)이 아버지를 싫어하게 된 계기는 딸을 때렸다는 슈퍼마켓 주인을 딸의 손을 잡고 찾아가서 잔인하게 패 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후였다. 프랭크는 자랑스럽게 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아버지니까 당연히 딸을 지켜줘야 한다는 듯이 그 방법적인 면은 역시나 자신의 무식한 방법대로다. 딸이 넷이나 있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딸은 언제나 페기다.
오) 노동운동가 지미호파 Jimmy Hoffa1913~1975실종
페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프랭크. 그러나 어린 딸의 눈에도 아버지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페기는 아버지와 러셀은 무서워했지만 지미 호파 Jimmy Hoffa(1913~1975실종된 노동운동가)는 참 좋아했다. 어린 페기지만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렇게 페인트칠 해서 번 돈으로 가족들과 함께 놀러도 다니고 볼링장도 가고 나름 가족을 위해 봉사한다고 했지만 가족들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은 자동차 여행할 때 부인이 러셀 부인과 함께 말없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다.
영화가 3시간 반인데 마피아 영화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1시간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같다 부당한 방법이지만 자신의 믿음에 따라 살아왔다고 생각한 충직한 남자 프랭크 그의 말년의 모습을 카메라는 시작과 끝에 고정하여 보여준다. 미국의 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에 암살되었다. 그 암살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수많은 의문으로 남았지만 그중 프랭크의 주장에 의하여 영화는 묘하게 마피아 암살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비중을 두게 된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유일하게 가톨릭 신자였고 아일랜드계였다. 당시 아일랜드와 카톨릭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상황을 미루어볼 때 나 역시도 정말 마피아의 도움 없이 그 자리까지 가능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백인 혈통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는데 아이리시맨은 2류 백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프랭크나 러셀 같은 사람들의 승리감과 기대가 얼마나 컸을까. 그러다 그 기대감에 미치지 못할 때 그들은 그를 제거해 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케네디 부친부터 마피아 교류가 있어서 선거때 노조들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후에 마피아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긋나면서 제거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 시절의 역사도 같이 살펴보면 더 영화가 재미있을듯하다.
마지막에 러셀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중풍이 와서 빵도 포도쥬스에 찍어서 겨우 먹는 약한 노인이 되었다. 그는 교도소에서 성당에 나갔으며 그 이후 교도소 안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그를 먼저 묻어준 프랭크는 아내를 비롯해서 주변인들을 모두 무덤에 보내고 쓸쓸하게 마지막 자신의 죽음도 준비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프랭크가 자신의 관을 쇼핑하고( 어떤 색깔이 좋을까?) 묘지를 정해놓고 자녀와 인사를 하고 싶지만 끝까지 페기는 아버지를 보지 않는다. 그들은 말한다. "아버지는 모른다. 우리가 당신으로 인해서 어떤 수치와 두려움 속에 살았는지를".
보통 세대 간의 갈등이 크지만 특히 미국도 이민자들의 세대갈등이 크다. 부모 세대는 낯선 땅에서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애쓰다 보니 사는것 자체가 전쟁이고 그것이 가족들을 위한 노력이었다 해도 자녀들과의 관계까지 돌보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2세들은 또 다른 차별 가운데 이방인으로 정착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면서 살아간다. 이민자 1세대들의 쓸쓸하고 외로운 노년을 보는 것도 같다.
실제로 삶 보다 죽음을 생각하며 인생을 돌아봐야 하는 시기에 놓인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인생 여행과 같은 남다른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넷이 그렇게 또 모일 수 있우려나?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꼭 봐야할 것 같고 그들과 나이 연배가 비슷한 미국인들에게 추억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이민자들의 나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희망을 품고 왔던 미국에서 살아갔던 20세기 이민 1세들의 삶을 생각해 보게도 된다.
마지막에 프랭크는 요양원에서 자신의 방 문을 조금 열어놔달라고 부탁한다.
쓸쓸히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프랭크의 열린 문은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음악도 영화의 묘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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